[ 독서르네상스운동 작은도서관 ] 꿈터 작은도서관 ②
[시사타임즈 =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1기_Readers 팀 하지은] 장수군 장수읍,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살고 있는 곳이다. 인구 2만이 채 안되는 곳에 도서관이 있다. ‘꿈터 작은 도서관’은 과거 교과서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빨치산, 그 동료 뻘 되는 팔봉산을 넘은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산등성이를 오르다 보면 구름을 뚫고 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구름 위에 뜬 마을이라는 투박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구름은 제자리에 정지한 듯 산머리를 뒤덮고 있었고, 경이로운 풍경에 취해있을 즈음 도서관에 도착했다. 꿈터 작은도서관은 일반 가정집에서 운영하고 있고, 관장님 집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각종 나무와 꽃이 만발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꿈터 작은도서관 인터뷰
Q. ‘꿈터 작은도서관’의 설립 년도와 동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설립연도는 2013년 7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 딱 1년 되었어요. 이곳에 이사를 왔는데,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도서관이 따로 없더라고요. 원래 도서관이 있었는데, 영어 교실로 바뀌면서 도서관이 사라졌고, 그곳에 있던 책들은 반별로 배치를 시켰어요. 그렇지만 책도 적고, 도서관이 없어서 독서활동이 줄어들더라고요. 아이들이 도서관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또 시골이다 보니까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를 키워줄 장소를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아이들이 너무 놀러만 오더라고요(웃음).
Q. 그렇다면, 관장님께서 혼자 설립하게 되신 건가요?
네. 집에 있는 책을 저희 아이들만 보게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 장소도 원래 주일만 쓰는 곳인데, 공간이 너무 아까워서 사용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이 공간은 원래 교회 교육관이에요. 주일에 교회에서 사용 하는데,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곳이에요. 방학 기간엔 수련회를 오기도 해요.
Q. 초기 도서나 시설 확보가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저희 집 거실에 1236권의 어린이 도서가 있었어요. 책장과 같이 그대로 이 도서관에 기부를 했어요. 이 후 소식을 들으시고 주민 분들이 조금씩 기부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초반에 1500권 정도로 시작했습니다. 도서관 협회에서도 후원해주시고, 지인 분들도 도와주셔서 지금은 2000권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Q. 교회에서 도움을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매년 운영비는 얼마나 드시나요?
정말 감사하게도 저의 좋은 취지를 알아주셔서, 교회에서 장소를 무상 임대 해주셨어요. 그것도 거의 영구적이라고 보면 돼요. 그래서 딱히 운영비 들어가는 곳은 없어요. 전기료도 가스 비도 들어가지 않으니까요. 만약 장소를 빌려주지 않으신다면, 할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협회 기부금을 사용해 운영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여러 곳에서 후원해주셨는데, 차츰 줄어들고 있어서 안타깝더라고요.
Q. 현재 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있나요?
현재 저학년을 중심으로 독서교실, 고학년을 중심으로 역사 논술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수군 전체로 봤을 때 프로그램을 하는 곳 자체가 없어요. 역사 논술 같은 경우는 제가 직접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과를 전공 했지만, 역사엔 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역사 논술 쪽으로 공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꼭 책으로만이 아니라, 영상을 보고 감상문을 적거나 편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2학기 때는 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Q. 현재 보관중인 장서 수와 구성비가 어떻게 되나요?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현재는 2000권 정도의 장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게나마 후원과 기부를 해주셔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이 아동용 책입니다. 처음엔 아예 아동 책만 있었어요. 외부에서 기증을 했을 때 다른 도서를 보충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90%가 아동용 책입니다.
Q. 지금만 봐도 아이들만 있는 것 같아요. 성인 분들은 이용 하시나요?
성인용 책도 없고, 동네도 어르신 분들이 많아서 도서관을 자주 찾진 않으세요. 지리상의 문제도 있고, 찾기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교통편이 열악하다 보니까, 오시려면 직접 자가용을 끌고 와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에요. 독서 모임을 추진해볼까 했는데, 사람 모으기도 힘들더라고요.
장수에서 귀농 인구와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해서, 이번에 아이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파티 같은걸 해보려고 해요.
Q, 주민들과 도서관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책을 기부해주시는 것만 해도 충분히 협력관계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겨울,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열면서 마을의 결속도 다질 수 있고요. 도서관에서 신문도 구독을 하고 있어요. 과거엔 이 장소에서 눈이 침침하신 분들이 많아서 한글 교실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아이들 위주로 하고 있지만, 차후에 성인 분들에게 접근할 생각입니다. 현재는 발표회식으로 성인 분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Q. 작은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나요?
이곳에 인력이 참 부족해요. 평소에 전주에서 재능 기부 식으로 인력이 들어오곤 합니다. 아니면 제 지인 분들에게 직접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에 미술교실을 하려고 했는데, 역시 지리상의 문제로 섭외가 쉽지 않더라고요.
Q. 작은 도서관의 미래를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타 도시에서는 공공도서관이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데, 이곳은 인력과 재정난 때문에 그런 면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도 미래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매달 2권의 새 책을 구입하고 있어요. 목표로는 최소 10권의 책이고요. 지금은 독서프로그램만 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그 외의 문화도 접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Q. 직접 찾아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저희 단체에게 바라시는 점이 있나요?
같이 독서 운동을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오기 힘드셨을 텐데 찾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저는 이렇게 와주시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 후에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독서를 위해 힘쓰시는 분들을 찾아 뵙는다면, 제가 느낀 것처럼 그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추천하고 싶은 책과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책을 주로 읽어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제가 직접 공부해야 했어요. 역사는 스토리가 있다 보니까 아이들이 흥미롭게 배울 수 있고, 교과서 과정에도 있고요.
저는 안소영씨의 ‘책만 보는 바보’를 추천하고 싶어요. 조선시대 후기에 실학자들이 모여서 서울 한복판에서, 각자 집에서 독서 모임을 가졌었던 이야기에요. 참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책을 보고, 꿈터 작은도서관이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아이들이 관장님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와 관장님을 번갈아 봤다. 꿈터 작은도서관은 아동도서가 90%인 곳이다. 아이들이야 말로 이용자이자 실제 수요자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아이들에게 작은 도서관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웃으면서 말을 건네자 동시다발적으로 대답이 들려왔다.
꿈터 작은 도서관 이용자 인터뷰
Q. 애들아, 도서관 일주일에 몇 번이나 와요? 와서 주로 뭐해요?
일주일에 3번 정도 오는 것 같아요. 와서 만화책 주로 읽어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도서관 오려면 차 타고 20분을 걸려요. 그래도 오면 친구들 볼 수 있고, 같이 놀 수 있어서 매일 오고 싶어요. 그냥 친구 집에 놀러 오는 기분이에요.
Q. 도서관 좋아요? 불편한 건 없어요?
간단한 검색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긴 책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여기에 있는 책들만 봐야 되니까 지루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꿈터 작은도서관이 있어서 그나마 책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도서관이 없어서, 책을 빌릴 수가 없거든요. 또 공공도서관 갈려면 시내까지 나가야 돼서 부모님이 안 데리고 가 주실 것 같아요.
Q. 도서관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꼭 독서에 관련된 것 말고, 아이클레이나 종이 접기처럼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애들이랑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후, 종이 접기가 하고 싶다는 아이에게 책 저금통을 보여주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가져가더니 이내 나에게 가져와서 알려달라고 한다. 한 명이 관심을 가지자 차례로 종이를 가져간다. 가르쳐주겠다고 했음에도 휙 뒤돌아 자신만의 종이 접기를 시작한다. 물론, 책 저금통은 저금통으로서 본질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에겐 놀이거리로서 책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매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나름 난이도가 있는 저금통을 혼자 만들고 만족감에 웃음 짓는 아이, 옆에서 열심히 따라 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아이, 우리들에게 먼저 다가와 저금통보다는 우리 손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아이까지 입고 있는 옷 색만큼 가지각색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조그만 손가락이 타자를 치는 내 손에 겹쳐 보인다, 아이들의 개구진 입 꼬리에 괜스레 웃음이 난다.
인터뷰 :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1기_Readers 팀 하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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