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2012)
The Last Circus
- 감독
-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 출연
- 카를로스 아레세스, 안토니오 드 라 토레, 캐롤리나 방, 산티아고 세구라, 페르난도 길리엔 쿠에르보
- 정보
- 코미디, 전쟁 | 스페인, 프랑스 | 107 분 | 2012-08-09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31)]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광대 부자의 슬픈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광대의 광기 어린 복수와 사랑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독재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시작과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1930년대 후반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락거리는 단연 ‘서커스’였다. 광대들은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람으로 느끼며 무대에서 망가지고 쓰러졌다. 스페인 내전은 그런 광대를 데려다 전쟁터에 세워 놓는다. 칼을 손에 든 광대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광기 어린 모습이 적들로 하여금 공포에 떨게 했다.
아버지 광대는 강제로 군대에 징집된 후, 광대 차림으로 칼을 휘둘러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된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 복수를 마음에 품으라는 말만 남기고 떠난다.
수년이 흐르고 여전히 군부 독재의 프랑코가 정권을 잡은 시기에, 하비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슬픈 광대’가 되고자 서커스단에 찾아온다. 이곳에서 서커스단의 스타인 폭력적인 ‘웃긴 광대’ 세르지오를 만난다. 하비에는 세르지오의 아름다운 연인 나탈리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이제 한 여인을 향한 두 사람의 집착은 점점 극으로 치닫는다.
‘슬픈 광대’ 역의 ‘하비에’는 어려서 스페인 내전을 겪고 이후 프랑코 독재정권 치하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온 스페인 국민을 대변한다. 그는 가업을 이어 광대가 되기 위해 서커스단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웃긴 광대 역할의 ‘세르지오’와 그의 연인 ‘나탈리아’를 만난다. ‘하비에’는 폭력적인 ‘세르지오’에 대항하고 아름다운 여인 ‘나탈리아’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노력한다. 하비에는 세르지오의 만행이 심해지면서 더는 보조 역할을 하는 ‘슬픈 광대’로 머물지 않으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광대의 아들은 또 다시 칼을 손에 든다. 힘없는 스페인 국민이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듯 이제 슬픈 광대는 웃긴 광대에게 폭력을 되갚아 준다. 전쟁으로 어린 시절을 홀로 보내면서 동심이라는 것을 갖지 못한 그는 아이들을 웃길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경찰을 피해 도주하는데 이제 주인공 ‘하비에’ 역의 ‘카를로스 아레세스’의 놀라운 연기가 정점을 찍는다. 산속으로 도망친 그는 옴 몸에 흙을 뒤집어쓴 채 동굴 속에서 생활한다. 커다란 들짐승의 모습을 한 그는 결국 짐승으로 오해 받고 사냥꾼에게 붙잡히고 만다. 알몸으로 산속을 뛰어다니고 산짐승과 혈투를 벌이는 신들린 연기는 영화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의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슬픈 광대’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손에 칼을 들고 총을 메는 순간 운명에 저항하는 처절한 피의 복수가 시작된다.
20세기 초 스페인 내전에서 출발해 프랑코 정권 이후까지 역사적 격동기를 살아온 한 ‘슬픈 광대’를 주인공으로 독재 정권이라는 암울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항하는 사람들을 의미 있게 보여준다. 웃기는 광대의 보조 역할로 매번 폭력에 희생당하며 관객들에게 웃을 주는 ‘슬픈 광대’의 운명은 권력이라는 폭력에 힘없이 조종당하는 국민들의 운명과 닮았다.
이 영화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광대 부자의 슬픈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전쟁과 독재가 광대의 광기 어린 복수와 사랑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비극적으로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