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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영화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44)] 사랑의 침묵



사랑의 침묵 (2012)

No Greater Love 
9.3
감독
마이클 와이트
출연
-
정보
다큐멘터리 | 영국 | 106 분 | 2012-10-11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44)] 사랑의 침묵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눈과 귀를 유혹하는 도심에서 기도와 침묵 수행이 과연 가능할까? 이 모든 궁금증을 해소해 줄 <사랑의 침묵>은 시끄러운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일상을 포착하면서 삶과 죽음, 신에 대한 믿음과 의혹의 순간, 수도자들의 오해와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통찰력 있게 다루고 있다.

 

해외 유수영화제를 사로잡은 최고의 화제작

전 세계의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다큐멘터리 <사랑의 침묵>은 2009년 영국 에든버러국제영화제를 필두로 각국 영화제로부터의 초청과 수상을 받으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탈리아 트렌토(Trento)에서 열린 2010년 국제종교영화제의 대상은 다양한 종교 영화 가운데서 거머쥔 최고의 상이라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 세계 영화제의 순항을 통해 두각을 나타낸 <사랑의 침묵>은 이후, 각종 입소문과 언론의 호평을 통해 일반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영국 노팅힐 지역의 극장에서는 일주일 동안 상영하기로 했지만 삽시간에 퍼진 관객들의 입소문과 연장 요청이 쇄도해 상영 기간을 수주일로 늘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시끄러운 세상 한가운데,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침묵 수련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삶을 선택한 수도자들의 일상을 다룬 <사랑의 침묵>은 전 세계에 이어 이제는 그 누구도 아닌 바쁘고 쉼 없이 살고 있는 당신과 내가 봐야 할 필견의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담장 너머 있는 침묵과 기도의 공간, 런던 노팅힐 여자 봉쇄 수도원

 

삶의 느린 리듬에 관한 시적인 에세이 <위대한 침묵>(국내개봉 2009년)은 알프스의 깊은 계곡 에 있는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그랑드 샤르트뢰즈 남자 봉쇄 수도원의 일상을 다룬 영화로 국내 개봉 시 다양한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대사 한마디 없이 3시간이라는(2시간 48분)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침묵>은 번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수도자들의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침묵을 체험하고, 그 체험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강렬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2년 여전히 시끄럽고 바쁜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지금 침묵의 가치를 다시한번 상기시켜줄 영화 <사랑의 침묵>이 또 다른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1878년 9월에 설립된 이후 한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런던 노팅힐 중심가에 있는 여자 봉쇄 수도원을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이곳의 수녀들은 청빈, 정결, 순명을 서원하며 병원에 가는 일 말고는 수도원을 거의 나가지 않으며, 하루 두 차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보낸다.


신은 있을까? 천국은 있을까?


<사랑의 침묵>은 베일에 가려진 수녀들의 진솔한 속마음을 들여다 봄으로써 수도자들에 대한 편견을 희석시켜 주고 우리에게 인생을 좀 더 넉넉하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성삼의 크리스티나 마리아 수녀가 “침묵은 생각까지 다스린다. 그러면 침묵은 음악이 된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덧붙여 설명하지 않아도 침묵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성요셉의 마리아 수녀가 수도자들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저희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현실도피라는 생각이고, 수도원의 생활이 속 편하고 이기적이며 비인간적일 만큼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모두 그렇지 않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이다”라고 이야기해줄 때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와 삶의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내면과 화해를 이룬 수도자들의 기록 <사랑의 침묵>은 종교인을 비롯해 일반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영화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로부터 가르멜 여자 봉쇄 수도원으로 “영화를 본 후 내 삶이 변화 됐다”는 메일이 쏟아지고 있다.


런던 노팅힐 가르멜 봉쇄 수도원 드디어 세상과 만나다

 

<사랑의 침묵>은 가르멜 여자 봉쇄 수도원의 일상을 1년 동안 기록한 작품이다. 감독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기념하는 성삼일(부활절 전 3일인 목,금,토일)이 수도원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일임을 알게 되고 이를 정점으로 성무일도(수도자들이 교회의 이름으로 온 세상을 위해 바치는 시편기도. 가르멜회는 하루 일곱 차례 성당에 모여 이 기도를 바침), 묵상 기도 (가르멜 수녀들은 아침 1시간, 저녁 1시간 이 묵상기도를 바침), 수녀의 서원식, 노수녀의 죽음 등 일 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상을 면밀하게 포착한다.


수녀원이 있는 광장 맞은편에 살고 있던 마이클 화이트 감독이 <사랑의 침묵>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됐다. 기독교 신앙인 그는 가르멜회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하루에 몇 번씩 반복해서 울리는 수도원의 종소리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바로 수도원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며 정중히 요청했지만, “저희는 매우 엄격하게 봉쇄 수도 생활을 하는 수녀들로서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도 감독은 촬영을 포기하지 않고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봉인된 문을 계속해서 두드렸다. 그러던 중, 세상을 무작정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 우리를 알리는 증거로서 현대 기술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용기를 얻은 수도원은 감독에게 촬영을 허락했다.


감독은 핸드 헬드 카메라로 주로 수도자들의 공동체 생활과 수방(가르멜 수녀들이 머무는 독방)이나 은둔소에서 기도하는 모습 등을 세세히 담아 기록하고자 했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모습이 왠지 포즈를 취한 듯해 자연스러운 영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을 알게 되고, 완성된 영화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에 다큐가 보여주는 관찰자적 시선으로 텅 빈 복도를 비추는 햇살, 장례식장의 수녀들의 노래 소리, 정원을 손질하는 등 일상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며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수도원을 둘러보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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