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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영화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62)] 어둠 속의 빛



어둠 속의 빛 (2013)

In Darkness 
7.4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출연
로버트 비에키에비츠, 벤노 퓨어만, 아그니에슈카 그로호브스카, 마리아 슈레더
정보
드라마 | 폴란드, 독일, 캐나다 | 143 분 | 2013-04-11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62)] 어둠 속의 빛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어둠 속의 빛>은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대,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담은 홀로코스터 영화다. 무려 600만 명이라는 유대인 사상자를 낳은 당시 나치 치하의 폴란드 도시인 르보프에서 하수구 수리공과 좀도둑으로 생계를 이어간 레오폴드 소하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의 원작이자 영국의 유명 작가 로버트 마샬이 쓴 『르보프의 하수구에서』라는 소설은 실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생존자였던 한 소녀의 증언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녹색스웨터를 입은 소녀』라는 회고록으로 잘 알려진 이 주인공은 크리스티나 히게로 영화 속 어린 소녀로 등장하며 주인공 소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성장과정에서 틈틈이 메모해 둔 그 때의 상황과 결코 지워지지 않는 결정적 기억들은 소설을 영화의 또 한 편의 원작으로 큰 힘을 불어 넣었다.

 

 

전 세계가 극찬한 한 남자의 위대한 감동스토리를 만난다

 

영화의 주인공 레오폴드 소하는 하수구를 수리하며 풍족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도 늘 자신을 응원하는 부인과 보석보다 귀한 사랑스러운 딸을 가진 평범한 가장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때때로 빈집털이를 하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유대인들을 이용해 한 몫 잡고 싶어하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그는 유대인들을 지켜내야 할 그 어떤 의무와 사명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유대인들을 통해 그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을 받고 그들에게 잠시동안 거처를 마련해 줬으나, 한 시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죽음의 문턱에서 오직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견뎌내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느 순간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 가운데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이 가장 아끼는 친 동생과도 같은 동료와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마저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한다. 하지만 소하는 더욱 강렬하게 유대인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소하 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 역시 상식적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삶의 길을 걷는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리다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책과 영화들은 이미 세상에 많이 등장했다. 유대인 대학살과 관련해 이미 다 얘기 된 것이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다. 하지만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중요한 미스터리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이에 관한 연구조차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감독은 이 시기를 다룬 많은 이야기들을 탐구하면서 인간의 운명, 모험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풍성한 드라마의 구조를 띄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인간들은 도덕적, 인간적인 선택에 직면하게 되고, 가장 선한 본성은 물론 가장 악한 내면을 동시에 경험하게 됐다.

 

이런 이야기들 중 하나가 바로 레오폴드 소하와 그가 도시의 하수구에 숨겨준 르보프 거주지에서 온 유대인 무리들 속에 있다. 주인공의 성격은 모호하다. 겉보기엔 훌륭한 가장인 것 같지만, 사실은 좀도둑에 사기꾼이다. 신실한 카톨릭이면서도 동시에 부도덕한 인물이다. 끔찍한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소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으로서 성장한다. 그의 여정은 수월하지도 않거니와 감상에 따르는 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매혹적인 것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그와 이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다.

 

소하가 구해준 유대인들 역시 선한 사람들만 존재 한 것은 아니었다. 두려움과 끔직한 환경, 그들의 이기주의가 자신들을 더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다. 때때로 참을 수 없는 인간이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존재했으며, 살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불완전함이 그들에게 희생자들의 이상적인 버전이 아닌 자신들의 삶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더 강한 요구를 준 것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여류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귀환


<어둠 속의 빛>이 전 세계의 극찬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소재에 부합하는 힘 있는 연출력과 과감한 디렉팅이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것은 바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여류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천재 시인 ‘랭보’의 삶을 섬세하고도 탁월한 연출로 그려내 호평 받았던 <토탈 이클립스>를 비롯해 <카핑 베토벤><유로파 유로파><비밀의 화원><올리비에 올리비에> 등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킨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선보일 홀로코스트 영화 <어둠 속의 빛>에 그 어느 때 보다 관객들의 큰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어둠 속의 빛>은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최고의 야심작이다. 감독은 스스로는 폴란드인이었으나 유대인이었던 아버지과 그의 가족들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그것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가 바로 <어둠 속의 빛>이다. 장면 하나하나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실제와도 같은 전쟁의 상흔을 특유의 섬세하고도 박력 있는 연출력으로 담아내며 호평 받았다.

 

암흑과 악취뿐인 지하에서 420일 간을 보내야만 했던 유대인들과 죽음을 무릅쓰고 그들을 지켜낸 한 남자의 감동 스토리를 담은 <어둠 속의 빛>. 이 영화가 <쉰들러 리스트><인생은 아름다워><피아니스트>를 이어 홀로코스트 영화의 흥행 계보를 이을 수 있을 것인지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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