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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의 무비스토리 (76)] 3096일



3096일 (2013)

3096 Days 
8
감독
셰리 호만
출연
안토니아 캠벨-휴즈, 투레 린드하르트, 트리네 뒤르홀름, 디어블라 몰로이
정보
드라마 | 독일 | 111 분 | 2013-09-26


[박기자의 무비스토리 (76)] 3096일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영화는 1998년 오스트리아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나타샤 캄푸쉬의 유괴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당시 10살이었던 나타샤 캄푸쉬가 등교길에 한 남자에게 납치되어 갇혀 지내야 했던 3096일의 시간을 담고 있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했던 소녀가 8년 뒤 기적적으로 탈출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던 이 사건은 곧 전 세계 미디어의 이목을 집중 받아 세상에 알려 지게 됐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 <그 놈 목소리>(2007), <아이들>(2011)가 개봉되며 잊혀졌던 사건을 다시 반추하며 사회에 경각심을 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겨진 두 영화와는 달리 영화 <3096일>은 실제 납치당했던 소녀가 탈출에 성공해 세상에 나와 사건을 낱낱이 공개, 이를 바탕으로 영화화된 것.

 

아동유괴라는 민감한 소재로 인해 영화를 촬영했던 스탭과 배우들 모두에게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 나타샤는 자신의 끔찍한 8년을 고스란히 담은 이 영화로 인해 대중과 사회에 경각심을 울리기를 바란다며 영화 제작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밝히고 있다.

 

1998년 오스트리아 빈 교외의 슈트라스호프. 나타샤가 납치를 당하던 날은 4학년의 새 학기가 시작되던 첫날이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녀가 처음 혼자서 등교를 한 그 날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등교가 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된 것은 생일 선물로 받아 처음으로 신고 나섰던 발레리나 신발. 나타샤는 어머니께 끈질기게 졸라서 생일선물로 신발을 받게 되던 날을 “내가 가야 할 자신감 넘치는 새로운 인생을 편하게 걷게 해줄 것이 분명했다”고 소회했다. 그러나 신발은 곧 범죄 흔적을 없애려는 범인의 손에 소각돼 다시는 신을 수 없게 됐다. 그녀가 원했던 새로운 인생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완전히 전복됐던 것이다.


나타샤의 납치 감금에 목격자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실종 다음날 같은 지역의 어린이가 납치 현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어린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이의 목격담을 언론이 먼저 보도했고 그제야 경찰들은 나탸사를 납치했던 흰색 승합차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어 한달이 지난 1998년 4월14일에는 신원불명의 남자로부터 나타샤가 감금돼있던 범인 거주지의 주소와 함께 상세한 인상착의까지 제보됐지만 경찰의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범인은 “네 부모님을 너를 버렸고, 너는 나를 너무 잘 알아.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너를 놓아줄 수 없어”라고 말하며 오히려 “할수 있는 한, 여기서 잘 보살펴 주겠다”는 다짐마저 했던 것이다.


범인이 나탸샤에게 바란 것은 완벽한 복종이었다. 나탸샤는 폭력과 학대 속에서도 범인의 무자비한 요구를 들어주며 신뢰를 쌓았다. 탈출의 기회는 우연히 다가왔다. 나탸사와의 생활에 금전적 어려움을 겪던 범인이 납치에 이용되었던 승합차를 판매하기로 하고 나탸사에게 자동차 청소를 요구했던 것. 나타샤가 감시를 받으며 청소를 하던 중 범인이 구매 문의 전화를 받으며 무의식중에 자리를 비웠고,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기회를 그녀는 놓치지 않고 탈출에 성공한다.

 

범인은 그녀의 탈출을 염려해 변변한 옷가지조차 걸치지 못하게 했다. 또 질문 이외의 말을 꺼낼 때에는 가차 없는 폭력을 행사하며 3096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녀를 어두운 지하방에 가둬 놓았다. 자유와 의사를 억압당한 채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쯤, 범인이 방심한 틈을 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나타샤 캄푸쉬는 2010년 자신이 겪은 모든 사건을 담은 자서전을 발간하며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영화는 26일 개봉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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