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권리 상실 삼각지대, 준강간”
9월19일, 서울혁신파크 청년허브 다목적홀서
[시사타임즈 = 박수연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3년 법조인 성별의식 조사연구를 시작으로 ‘성폭력을 조장하는 대법원 판례바꾸기 운동’을 해왔다. 2017년에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사업을 통해 성폭력 판결의 문제점을 뒤집는 활동을 하고 있다. 위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6월2일에는 모의법정 ‘누가 무고를 두려워해야 하는가’를 진행했다. 8월30일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 2016ONCJ448 판결을 전문 번역한 사례집 ‘단 하나의 기준, 적극적 합의’를 발간한 바 있다. 다가오는 9월19일에는 토론회 ‘피해자 권리 상실 삼각지대, 준강간’을 진행한다. 올 한 해 동안 진행했던 사업을 총 정리하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사진제공=한국성폭력상담소. ⒞시사타임즈 |
2017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토론회의 주제는 ‘피해자 권리 상실 삼각지대, 준강간’이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김혜정의 사회로 진행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박아름 △성폭력 피해자 변호사로서 활약하고 있는 변호사 이은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추지현이 발제를 하고 △페미니스트 의사 이원윤 △장애여성공감 대표 배복주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최영지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김홍미리가 토론을 한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에는 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더라도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주로 피해자가 수면 중이거나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발생하며, 피해자가 피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였는지 여부와 피고인에게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법적 쟁점이 된다.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 ‘블랙아웃’ 가능성은 준강간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게 성폭력의 고의가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용도로써 이용되고 있다. 피해자가 피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준강간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로 인해 피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면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할 뿐 사실은 합의했던 것 아니냐’는 논리로 준강간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준강간 피해자는 이중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제당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박아름은 발제 “친고죄 폐지 이후 준강간의 판례 동향”에서 준강간죄의 무죄 판결 근거로 제시되는 ‘블랙아웃’ 가능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피해자가 ‘무고죄’의 혐의로 고소 또는 인지되는 사례가 있다. 형법 제156조 무고죄는 허위사실을 고의로 신고해야 성립하는 범죄다. 애초에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어떠한 범죄도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고 시도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허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준강간 피해자는 단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였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성폭력 피해를 부정당하고 ‘무고죄’의 의심까지 받고 있다. 준강간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은 매우 우려되는 현실이며 법적 해결을 통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의지를 좌절시키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실제 성폭력 사건에서 준강간 상황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변호사 이은의는 발제 “법정에서 성폭력이나 가해자가 아니라고 말해지는 사례들”에서 최근 강간과 준강간 사이의 상황에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준강간죄의 법리에 대하여 피해자의 경험과 맥락을 반영한 새로운 해석 및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성폭력 수사재판 과정에서 여전히 ‘피해자다움’에 대한 견고한 통념이 작동하고 있다. 특히 준강간 사건에서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판단이 곧 ‘블랙아웃’ 가능성 및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가해자에게 요구되는 ‘가해자다움’이란 없고 피고인은 오히려 그 부재를 통해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추지현은 발제 “준강간의 피해자다움과 ’합리적 의심‘”에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법관의 판단 과정에서 작동하고 있는 성폭력 통념과 피해자다움을 분석하고, ’합리적 의심‘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피해자들의 경험이 발화되고 공유되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특별시 성평등기금 지원사업으로 진행된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신청을 할 수 있고 참가비는 무료다.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991년도에 개소하여 현재까지 8만여 회의 성폭력 피해상담과 피해자 지원활동을 통해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사회인식개선에 힘쓰는 한편 성폭력 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여성인권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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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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