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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라우의 후예16> 배가 언덕 위에

<아라우의 후예16> 배가 언덕 위에

[시사타임즈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라는 속담이 있는데, 속담과 의미는 다르지만 필리핀 타클로반에는 배들이 언덕에 올라가 있고 마을 중간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3 12 27일 아라우부대원들은 성남에 있는 서울 공항에서 전세기로 출발하여 세부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는 조봉환 세부 한인회장과 많은 교민들이 나와서 환영을 해 주셨다. 환영행사 후에 버스를 타고 세부항으로 이동하여 상륙지원함(LST) 2척으로 옮겨 타고 타클로반으로 출발하였다. LST 1주일 전에 장비를 싣고 부산항을 출발하여 세부항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배멀미에 시달리며 밤새 설렘 속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새벽 LST는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타클로반항 입구에 들어섰다. 모든 장병들은 앞으로의 파병생활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갑판으로 올라와 타클로반항 일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서 가장 먼저 우리 눈앞에 '언덕 위에 올라 선 배들이 등장하였다.

 

어떻게 저렇게 큰 배들이 언덕 위에 올라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3~4층 건물 높이에 길이가 100여 미터가 되는 어마어마한 무쇠덩어리가 마치 종이 배처럼 언덕 위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항구 주변에 정박했던 컨테이너 상선들이 태풍과 함께 찾아 온 해일로 마을 한가운데로, 언덕 위로 떠밀려 갔던 것이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다는 하이옌 태풍의 위력을 이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은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땀 흘려 피해를 복구해야 할,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이곳 필리핀 레이테주는 태풍 피해의 맨살을 드러내며 우리 앞에 나타났다.

 

타클로반항 주변에 육지로 올라간 배들은 모두 10척이었다. 이 배들을 다시 바다로 끌어 낼 장비도 없고, 이를 육지에서 해체해 옮길 수단도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 배들은 우리가 한 달 동안 생활했던 상륙지원함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태풍피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재가 되었으며 장병들에게는 좋은 현장 교육자료가 되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지, 언덕 위에 기울어진 배들과 그 아래서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가난한 주민들을 보면서 자연재해의 위력을 매일 매일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덕 위의 배들이 올라가 있는 곳은 타클로반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태풍 이후 배고픔을 잊기 위해 본드에 취한 아이들의 초점을 잃은 눈동자와 때에 절은 헤진 옷을 입고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반기던 아이들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을안에 들어온 선박. ⒞시사타임즈
▲마을안에 들어온 선박. ⒞시사타임즈
▲마을안에 들어온 선박. ⒞시사타임즈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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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wangco123@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