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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라우의 후예17> 부자는 죽어서도 좋은 집에

<아라우의 후예17> 부자는 죽어서도 좋은 집에

 

[시사타임즈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하이옌 태풍 이후 한동안 성당과 가옥이 피해를 입어 장례식을 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또한 많은 시신을 한꺼번에 매몰하느라 별도의 장례식이 없어서 장례행렬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2월부터는 태풍에 살아남았던 노약자들이 정신적 충격과 환경의 열악함으로 사망자가 증가하여 하루에 한 두건의 장례행렬을 볼 수 있었다. 멀쩡한 도로에 차량이 정체되어 있으면 어김없이 장례행렬이었다. 단차선의 좁은 도로에 영구차를 선두로 차량, 오토바이 등이 뒤 따르고, 일부 주민은 걸어서 마을을 한 바퀴 돈 다음 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하고 묘지로 향한다. 장례행렬의 차량 종류와 대수, 사람 수를 보면 죽은 사람의 빈부와 신분을 추측할 수가 있다. 

▲장례식 행렬. ⒞시사타임즈
▲도로를 점거한 장례행렬. ⒞시사타임즈



2014 5월에 91세인 필리핀 참전용사 한 분이 돌아 가셨다. 그 자녀들이 한국군이 참전용사를 지원한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부대를 찾아와 장례식 지원을 요청하였다. 이에 필리핀군과 우리 병력이 팔로성당의 장례미사에 참가하였고 무덤과 묘비를 만들어 드렸는데 장례지원을 요청한 직접적인 이유는 장례비용 때문이었다.

 

필리핀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습도가 많아서 시신이 빨리 손상되기 때문에 장례사들이 먼저 사체처리를 한다. 시신의 손목, 발목,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혈관을 잘라 피를 모두 빼내고 내장을 모두 제거한 후 배안에 포르말린을 채워 정리를 하고 하루 두 번씩 썩지 않게 포르말린을 주사기로 투여한다. 이어 방부제 처리를 하고 시신의 얼굴이 보이게 하여 관에 넣는데 여기서 빈부에 따라 관의 크기와 종류가 결정된다. 자식들이 부모를 위해 좋은 관을 마련하고 싶어 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비용 때문에 장례식하기도 힘들므로 관을 빌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마을 공동묘지. ⒞시사타임즈



묘지는 우리나라처럼 산에 만들지 않고 마을 곳곳에 공원처럼 조성된 공동묘지를 이용한다. 돈이 없으면 공동묘지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을주변 공터와 심지어 집안에 시멘트 묘지를 만들기도 한다. 같은 공동묘지 안에서도 무덤 가격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벌집처럼 생긴 좁은 공동무덤은 5년 계약기간 기준 1000페소 (25,000), 개별무덤은 8,000페소(200,000) 정도이다. 계약기간이 다 되면 무덤을 개방하여 뼈를 꺼낸 후 대량으로 매장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콘크리트 무덤은 다른 시신용으로 재사용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극빈층을 위한 무덤은 무료로 운용되나 가족이나 친지가 없이 발견되는 사체들은 특별한 의식이나 절차 없이 매장된다.

 

타클로반 난민촌에 의료지원과 무료급식 지원을 나갔는데 난민촌 옆에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부촌 마을이 보였다. 마을정문은 중국의 성문처럼 만들어져 있었으며, 처마 밑에는 한문으로 '북망산 北邙山 이라 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경비에게 협조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을 전체가 사람이 살지 않는 중국인 묘지였다. 필리핀은 어느 도시를 가든지 이러한 중국인 묘지가 눈에 띄는데 돈이 많은 중국인들은 가족 묘지를 성처럼 꾸미고 실제 사람이 사는 집처럼 2층 주택에 거실, 부엌, 화장실까지 설치해 놓는다. 가족이 죽으면 부모, 자식들이 다시 한 집안에 모여 시멘트 무덤에 묻히고 대를 이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한다. 이 곳 중국인 묘지 역시 워낙 견고하여 하이옌 태풍에도 별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은 사람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호화스러운 무덤 집에 있고 산 사람(난민)들은 집이 없어서 성벽 주변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죽은 자의 성 안에 있는 우물물을 사용하고 있다.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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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wangco123@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