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전화 상담, 전년 대비 16% 증가…“여성폭력 근절, 더 이상 외면해선 안돼”
여성폭력, 절반 이상이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에게서 발생
[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2024년 한 해간 여성의전화가 진행한 상담은 총 55,534건으로, 초기상담 7,532건(13.6%), 재상담 48,002건(86.4%)이다. 전체 초기상담 7,532건 중 여성폭력 피해 상담사례는 총 6,863건(91.1%)으로 집계됐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세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 사회 최초로 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한 한국여성의전화는 본부와 지부를 포함하여 전국에서 총 21개의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가정폭력상담소 7개소, 성폭력상담소 5개소, 통합상담소 9개소).
상담통계는 2024년 진행된 상담을 바탕으로 지원 내용, 피해유형, 피·가해자 관계 등을 분석하고, 여성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을 대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성폭력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다.
여성의전화 상담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전국 여성의전화 상담 건수는 총 55,534건으로, 전년도(48,065건)에 비해 15.5% 증가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본부) 또한 2024년 3,465건을 상담, 전년(2,900건) 대비 19.5%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전국 기준, 전체 상담 55,534건 중 초기상담은 7,532건(13.6%), 재상담은 48,002건(86.4%)이다. 전체 초기상담 7,532건 중 여성폭력 피해 상담사례는 총 6,863건으로 91.1%를 차지한다.
폭력 피해 유형은 가정폭력, 성폭력(성매매 포함), 데이트폭력, 스토킹,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사이버 성폭력으로 분류하였다. 하나 이상의 폭력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는 중복으로 집계하였다. 2024년 전국 여성의전화에서 진행한 폭력 피해 있는 초기상담 6,863건을 분석한 결과 가정폭력 4,130건(60.2%), 성폭력 2,763건(40.3%), 데이트폭력 772건(11.2%), 스토킹 769건(11.2%), 직장 내 성적 괴롭힘 390건(5.7%), 사이버성폭력 206건(3.0%)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폭력 피해 있는 초기상담을 피·가해자 관계 유형으로 분석했을 때 (전)배우자, (전)애인 및 데이트 상대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 피해가 전체 상담 건수의 과반인 52.8%(3,626건)를 차지하였다. 다음으로 부모, 자녀, 친척 등을 포함한 친족이 17.8%(1,219건), 직장 관계자는 7.7%(530건)로 나타났다. 그 외 동네 사람, 지인 3.2%(217건), 동급생·선후배 2.5%(171건), 인터넷(채팅 등) 2.4%(166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모르는 사람과 단순 대면인의 경우 각각 2.8%(189건), 1.7%(114건)로 전체 상담 중 4.5%(303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여성폭력 피해 대부분이 생활 영역을 공유하고,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아는 가해자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 유형별 현황과 2차 피해와 관련된 내용인 <표6>부터 <표12>까지는 산출방식이 다른 3개 지부를 제외한 18개 지부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18개 지부의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은 총 6,095건이며, 이 중 친밀한 관계 내 파트너에 의해 발생한 폭력 피해 상담 사례는 52.0%(3,169건)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피해 유형별로 중복 분류하여 분석했을 때, 신체적 폭력 2,366건(74.7%), 정서적 폭력 2,007건(63.3%), 경제적 폭력 548건(17.3%), 성적 폭력 361건(11.4%) 순으로 나타났다. 각 비율로 알 수 있듯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은 그 피해가 주로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신체적 폭력 2,366건의 세부 현황을 중복집계 했을 때, 손발로 구타 1,134건(47.9%), 당기거나 밀침 616건(26.0%), 물건 던짐 552건(23.3%), 힘으로 제압 364건(15.4%), 목 조름 256건(10.8%), 흉기로 위협 216건(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 중 정서적 폭력은 63.3%를 차지한다.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폭언, 위협, 협박을 가하고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피해자에게 잘못을 돌리는 등의 정서적 폭력은 피해자를 통제하여 폭력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정서적 폭력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폭언·멸시·욕설로 1,385건(69.0%)이었다. 그 뒤를 이어 위협 581건(28.9%), 협박 565건(28.2%), 공포감 조성 526건(26.2%), 피해자에게 잘못을 돌림 374건(18.6%), 무시 309건(15.4%), 반복적 연락·찾아오기 241건(12.0%) 순서로 나타났다.
경제적 폭력은 피해자의 자원을 고갈시켜 피해자가 폭력적인 관계를 벗어나 자립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경제적 폭력 피해 유형에는 생활비를 내지 않거나 통제하는 행위가 310건(56.6%)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뒤는 채무(빚) 100건(18.2%), 경제력이 없다고 멸시하는 행위 89건(16.2%), 갈취 79건(14.4%), 지출 의심 32건(5.8%) 순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 피해 361건 중 가장 많은 건수가 집계된 유형은 강간(유사·준강간 포함) 152건(42.1%)으로 나타났다. 강간의 뒤를 이어 성관계 강요 100건(27.7%), 카메라 등 이용촬영 90건(24.9%), 성추행 56건, 성적 모욕·비난 52건 등의 순으로 집계되었다. 전국 여성의전화의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 6,863건 중에는 성폭력이 40.2%(2,763건)로 높은 비율을 보였으나, 친밀한 관계 내 폭력 피해 유형 중 성폭력의 비율은 11.4%(361건)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친밀한 관계 내에서는 성폭력이 적게 발생한다기보다는, UN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내 강간이 명문화되지 않은 한국 사회의 현실에 조응하여, 친밀한 관계에서 성폭력을 문제 삼거나 신고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전국 상담 건수 중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이후 2차 피해가 있는 상담사례는 1,748건이었다.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513건(29.3%)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피해자 가족·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가 494건(28.3%), 가해자 가족·주변인 439건(25.1%)으로 나타났다. 이외 법원 75건(4.3%), 직장 56건(3.2%) 등이 확인되었다.
피·가해자 가족, 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는 53.4%를 차지했다. 피해자의 가족 및 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는 2023년 244건에서 2024년 494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피해자에게 ‘왜 그렇게 행동했냐’며 폭력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거나, 피·가해자의 관계 유지를 위해 폭력을 참고 살 것을 권유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피해자의 가족·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는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좌절시키고 피해자 스스로 피해를 의심하게 만든다. 한편, 가해자의 가족, 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도 심각했다. 피해자에 대한 음해로 피해자의 평판에 타격을 입히거나, 합의나 고소 취하 등을 종용하며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한편, 피해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수사 기관인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는 경찰 외 수사·재판 기관에 의한 2차 피해가 적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사건이 경찰 이후의 단계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 수치이다. 상담 사례 중에는 경찰이 사건을 접수조차 하지 않거나, 지속된 신고를 방관하거나, 허위 신고인지 의심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 2024년 경찰에 의한 2차 피해는 전년도 대비 24.2% 증가, 법원에 의한 2차 피해는 2.9% 증가하는 등 2차 피해사례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전체 상담 중 가해자에 의한 역고소는 944건으로 집계되었다. 이를 중복으로 집계했을 때 가장 많은 건수가 집계된 유형은 기타 건수가 59.9%(598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스토킹, 아동학대, 특수협박, 살인미수, 영업방해 등 역고소의 양상이 다양해진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주변인에게까지 한 건 이상 무분별하게 고소하는 양상도 포착되었다. 이러한 역고소는 피해자를 위축시켜 법적 대응을 포기하게 하거나, 본질적인 폭력 피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 또한 흐려지게 만든다.
스토킹 상담 건수는 2022년 188건(16.8%), 2023년 150건(17.9%), 2024년 160건(18.5%)으로, 전체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에서 그 비율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피·가해자 관계를 바탕으로 스토킹 상담 건수를 분석했을 때 가장 많은 관계 유형은 (전)애인·데이트 상대자이며 33.8%(54건)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친족 19.4%(31건), (전)배우자 11.3%(18건)이 차지했고, 이 외에는 직장 관계자 11.9%(19건), 동네사람, 지인 등 7.5%(12건) 순으로 확인되었다. 관계 유형을 피해자들이 생활반경에서 밀접하게 접하는 친족, 동네사람, 지인, 직장관계자로 확대하면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던 가해자에 의해 발생한 스토킹 비율은 84%까지 확대된다.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2024 분노의 게이지’에 따르면 최소 13.5 시간마다 1명의 여성과 그 주변인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다. 2023년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신고 건수는 각 230,830건, 77,140건, 31,824건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 여성의전화의 상담 건수 또한 매년 1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폭력 피해가 만연한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고, 여성폭력 피해 지원 체계를 통해 상담 및 지원을 받고자 하는 피해자의 수도 늘어가는 추세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 문제 해결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을 삭감하려는 시도를 자행했을 뿐 아니라, 관련 정책의 총괄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가 저지되자 장관을 1년 이상 공석 상태로 두어 사실상 마비시킨 바 있다. 국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성차별과 여성폭력의 현실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 회복’이 주요 화두인 현시점에서, 성평등 실현 및 여성폭력 근절은 무엇보다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앞으로의 국가는 이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성평등을 실현하고,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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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선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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