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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문화·일반연애

이준오 작가 인터뷰 : 차갑고 낯선 고독을 만나다

이준오 작가 인터뷰 : 차갑고 낯선 고독을 만나다

뮤지션에서 작가까지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의 저자 이준오

독서르네상스운동 시리즈 (22)

 

 

 

[시사타임즈 =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3기_독썰(說) 김민범·전은수] 차가운 기계음으로 따뜻한 감성을 노래하는 밴드 캐스커(Casker)의 멤버 이준오 작가는 뮤지션으로서 이미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가 아이슬란드의 여행 에세이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의 저자로 초보 작가가 되었다.

 

이준오 작가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아이슬란드가 차갑고 낯선 땅이 아닌 나를 대면하기 위해 가봐야 할 순례지로 느끼게 한다. 이번 인터뷰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음악가로는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하였지만, 책을 출판한 것은 처음입니다. 첫 출판에 대한 소감 말씀 부탁해요.

 

처음 책을 쓰고 출판한 것이기 때문에 데뷔 앨범을 만드는 기분이었어요. 내가 맞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컸어요. 출판사 분들이 ‘나의 무엇을 믿고 제안을 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책이 나왔을 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작한 느낌이었어요. 아직은 책을 냈다는 실감이 많이 안 나는 거 같아요.

 

 

▶ 책 제목을 ‘세상의 모든 고독’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책을 출판한 ‘홍익출판사’는 87년에 만들어진 오래된 회사에요. 매해 하나의 관통하는 키워드를 가지고 출판하는 회사인데, 올해의 키워드가 ‘고독’이에요. 출판사에서 고독에 대한 여행기를 쓰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가장 고독한 여행지를 아이슬란드로 선정했데요.

 

제가 여행 중일 때 연락을 받았고, 회사에서 추천한 <내 인생의 모든 고독>과 지금의 책 제목 중에 선택한 것이었어요.

 

 

▶ 글은 여행 중에 쓰신 거였나요?

 

제안은 받았는데 할지 안 할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돌아가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을 했어요. 다녀와서 마음을 먹고 모든 기억을 헤집어서 썼어요. 스토리볼을 연재할 때 여행기에 가까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지도 하나를 펴놓고 여행 동선들을 복기한 다음에 써나갔어요.

 

▶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제목이 있었나요?

 

고독이라는 키워드는 가지고 가야 하는 거니까. 고립이라는 뜻의 Isolation과 Iceland를 섞어서 ‘아이솔란드’라고 지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이런 방법은 곡 제목을 짓는 데에 좀 더 가까워요. 더군다나 책 제목은 모호하면 안 되니까요. 저는 출판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는 사람이니까 책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은 출판사에 일임했어요.

 

 

▶ 여행에서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으신 거 같아요. 여행 전후에 다른 점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다녀와서 한 달 정도는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어요. 서울에서 살기 위해서 사람이 갖춰야 하는 장치들의 성질과는 정반대인 데서 돌아오다 보니까. 정신이 들고 나서 맨 처음 한 일은 그린피스를 후원했어요. 환경보호에 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여행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국에 적응하게 되기 때문이죠. 어쨌든 여기는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살아야 하는 거니까.

 

 

▶ 사진을 직접 찍으셨다고 하셨어요. 풍경에 압도되는 일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지점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은 없었나요?

 

사진은 제가 보려고 찍은 거였어요. 실제로 책에 있는 사진 중에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도 있어요. 나중에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게 되었어요. 아이슬란드에 갔던 사람은 다 공감할 텐데 실제 모습의 10%도 담을 수 없어요. 광활함을 담을 수 없으니까요. 사람의 기술력이 보잘것없는지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 책 내용을 보면 ‘절대적인 고독감’을 느꼈다고 하셨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 고독감을 느꼈을 때 전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여행을 가기 전에 나는 징징거리는 사람이었어요. 외롭거나 쓸쓸함을 느끼는 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만, 관계에서 빚어지는 상처에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거기는 몇십만 년 전에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니까. 내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백 년을 살면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 여행 중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10월 말은 늦가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겨울인 거예요. 눈 때문에 통제된 곳이 많아서 북서쪽을 못 보고 내려온 게 아쉬워요. 여행에는 후회가 없을 수는 없으니까요.

 

 

▶ 이 책을 읽고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겨울에 가지 마세요. (웃음) 농담이고요. 실리적으로 접근하면 저는 아무 계획 없이 갔는데 계획과 동선을 잘 짜면 경비를 많이 아낄 수 있을 거 같아요. 많은 사람이 가지는 않겠지만 혼자 가보는 걸 강력하게 추천해요.

 

 

▶ 앞으로 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다시 책을 쓰는 건 이 책이 팔리는 걸 보고 생각해볼게요. 출판사에서 원고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다른 책을 써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을 했는데 저는 아직 그럴 생각은 없어요. 만약 쓴다고 해도 여행에 대한 책은 아닐 거 같아요. 또 쓸 기회가 된다면 에세이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해보고 싶은 건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어릴 때 소설을 썼었거든요.

 

 

▶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오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읽었어요. 여행에서 음악이 많이 도움이 되셨나요?

 

혼자 운전을 하니까 계속 음악을 들었어요. Sigur Ros라는 음악은 9분이나 되죠. 한국에서는 3분 안에 모든 구성이 다 나와야 하고 심지어 다 안 듣는데, 10분짜리 음악이 짧다고 느껴졌어요. 아이슬란드가 가진 힘 중의 하나인 거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데 길 가다가 혼자 감동하고, 보이는 풍경이 다 뮤직비디오였어요.

 

 

▶ 부러웠던 점이 여행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싶을 때 책을 펼쳐보면 된다는 점이었어요.

 

책을 쓸 수 있었던 건 다녀오자마자 바로 진행을 해서 여행에 대한 기억이 또렷이 남아있을 때였기 때문이에요. 기억이 강력한 곳이어서 더 쓰기 쉬웠던 것 같아요. 일본같이 자주 가는 곳을 쓰라고 하면 아무것도 못 쓸 거 같아요. 아이슬란드는 인상이 강렬해서 쓰는 동안에도 힘들었어요. 벗어나야 여기에서 생활에 적응하는데 그 안에 내가 계속 있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내 인생의 책 TOP3를 꼽아주신다면? 책 제목과 간단한 이유를 말해주세요.

최근에 인상적이었던 세 권을 추천해 드리면, 가네코 미스즈라는 일본 여류 시인의 <나의 작은 새와 방울과>라는 시집이 있어요. 동시를 많이 쓴 시인인데 26살에 요절한 작가에요. 정말 간결하고 쉬운 단어들인데 너무 담백하게 의미 전달을 해요.

 

두 번째는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라는 만화인데 정말 좋아해요.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중에 하나예요 27세에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마지막은 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인데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좋아하기는 했는데요. 소설은 이야기 위주의 구조인데, 이 책은 인문학과 픽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작가니까 배우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도서 정보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

이준오 저|홍익출판사|2015. 06|13,800원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 기자단 3기 독썰(說)팀 김민범, 전은수입니다. 이번 기사를 시작으로 기자단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썰이라는 팀 명은 책 읽은 이야기 혹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아보자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앞으로 책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3기_독썰(說)

취재 김민범, 전은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여성 그룹 텐시러브)

기사 김민범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사진촬영 김민범, 전은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여성 그룹 텐시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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