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애정이 애증으로 변한 세월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동음이의어 말고 유음이의어*類音異意語도 있다. 애정과 애증에 대한 양가감정(ambivalence)이 그것이다.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것을 애증이라 한다면, 양가감정은 특정 대상에 대한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칭한다. 외견상 비슷한데 미세한 차이를 밝히는 게 학문 아닌가?
애정이 식거나 삐뚤어지면 애증으로 변한다.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니라 ‘철저한 무관심’ 혹은 ‘한때 사랑했었다’라는 말도 같은 차원이다. 사랑은 ‘과거 완료’가 아닌 ‘현재 진행’이다.
지난주 화두는 가수 유승준에 대한 대법원판결이다. 이미 국적을 포기했기에, 한국인 유승준이 아니라 재외동포 [스티브 유]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되었던 스티브 유(42). 대법원은 LA 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므로 다시 재판하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비자를 발급해 주라는 취지다. 입국 금지만 내세워 비자 발급의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파기환송을 받은 고등법원이 어떻게 끌고 갈지 주목된다. 문제는 LA 총영사관이 대법원판결을 토대로 [F-4] 비자를 발급한다 해도, 한국의 법무부가 예비 복무 대상들과의 형평성을 깰 수 있다고 판단하면, 법적으로 입국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다고 전해졌다. 미국에서 공식 비자를 받고 들어와도, 심한 경우 인천공항 재입국이 어려울 수도 있다.
법조계 전언에 따르면 1·2심 판결이 일반적 국민 정서나 법의 문자조항에 충실했다면, 이번 대법원판결은 세계화 시대에 즈음하여 외국인이 아닌 재외동포를 포용적으로 끌어안아 국력 신장을 꾀하려는 취지란다. 다시 말해 1·2심이 법의 자구적 해석에 충실한 것이라면, 이번 대법원판결은 법의 궁극적 정신과 취지에 방점을 둔 것이라 하겠다. 일단 법적으로는 기회가 열린 거지만, 입국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18만 명을 넘어선 상태에서 결과는 예측불허다. 당사자의 원함에도 불구하고 홀대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문제는 [F-4] 비자의 내용. 이 비자는 단순한 관광비자에 의한 입국이 아니라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포함한 여하한 형태의 경제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이중과세 방지협정]이 승인됨에 따라 미국이나 한국이든 어느 한 곳에서 소득세를 신고하면 제2 거주지에서 중복납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다.
따라서 한때 사랑받던 한국 가수 유승준이 단순히 고국을 방문한다면 입국이 허용될 수 있으나, 재외동포 [스티브 유]로서 한국에 들어와 연예 활동과 방송 출연 및 그에 따른 수익 활동을 하려 한다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던 경구가 항구적 진리인지 한 시대 전에 통용되던 관행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한 누리꾼이 말했다. ‘의무를 준수했을 때에야 비로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원칙은 맞는데 현실적으로는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국가나 사법부가 종교기관은 아니지만, 법에도 눈물이 있지 않을까?
17년이나 기다렸다는 유튜브 영상의 고백이 꽤 진정성이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2018년 5월 [유승준 방지법]이 발효된 이후에 이의청구를 했다는 점 때문에, 그의 진짜 입국 이유(?)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모양이다. ‘싸이’는 되고 유승준은 왜 안 되냐는 논란은 ‘싸이’의 군번이 두 개라는 점으로 일축된다. 비록 그의 뉘우침이 애절하고 진정하다고 해도, 비자의 종류(F-4)나 [이의신청] 시점이 공교롭게도 겹침으로써 최종판결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소속사 [YSJ]에 적을 둔 재외동포 [스티브 유]. 단순한 모국 방문 차원에서 일말의 공감을 얻을 순 있겠으나, 직업 가수로 수익을 겸한 연예 활동으로는 용인하기 어렵다는 게, 높아진 국민 정서의 실체다. 준법정신 고취와 직결된 국민 정서가 우선할지, 재외동포에 대한 온정주의 혹은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선처가 적용될지, 이 판결에 따라 유사상황에 놓인 2만여 이중국적자들의 운명이 갈릴 판이다. 솔로몬의 판결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글 : 임도건(Ph.D)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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