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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지구촌화제

전 아라우부대장 이철원 대령, 필리핀 한국전 참전용사 유해 모셔와 UN묘지 안장 추진

전 아라우부대장 이철원 대령, 필리핀 한국전 참전용사 유해 모셔와 UN묘지 안장 추진

필리핀 한국전 참전용사 그레솔라 옹, "내가 죽으면 한국 UN묘지에 묻어 달라" 유언 남기고 노환으로 별세하다

 

 

시사타임즈 = 엄무환 국장2013 11, 필리핀은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사망 6,201, 실종 6,000여 명, 부상 28,000여 명이라는 엄청난 사상자와 가옥 100만여 채가 파손되는 등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었다. 과거 6·25전쟁 시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전투병력을 파병하여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피 흘린 혈맹이었기에, 우리 정부는 국회 동의를 얻어 재해복구를 위한 파병을 결정하였다. 이를 위해 창설된 필리핀 합동지원단, 아라우부대는 군 파병역사상 최초의 합동 파병부대로 육··공군, 해병대 520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창설된 지 3주 만에 필리핀으로 향하였다.

 

▲2014년 필리핀 아라우캠프에서 열린 필리핀 한국전참전용사 초청 행사-앞줄 우측 두번째 아라우부대장인 이철원  대령
▲필리핀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행사에 참석한 그레솔라옹

 

1998년 필리핀 합동참모대학에서 수학한 이철원 대령은 동티모르, 이라크 등 풍부한 해외파병 경험을 바탕으로주민 감동 전략을 수립하였다. 아라우부대는 필리핀 정부와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 외국군에 대한 반감과 우려, 복잡한 필리핀 정치상황, 부족한 예산, 폭염과 폭우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직 주민만을 위해 1년 동안 쉼 없이 복구활동에 매진하였다. 그리고 1년 후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레이테 주 동부지역 3개 도시(팔로, 타나완, 톨로사)에 잔해물 제거, 공공시설 67개 복구, 42,000명 의료지원 중장비 직업학교 운영, 농업지도자 양성학교 건립, 한글학교 운영 등 놀라운 성과를 내고 주민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하였다. 특히 필리핀의 한국전 참전용사 지원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이들의 위상을 높였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은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는 나라' 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필리핀 대통령은 아라우 부대가 복구중인 초등학교에 방문하여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고마움을 표현하였고, 아라우부대를 방문하는 필리핀 국방부장관, 교육부장관 등 주요 인사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또한 아라우 부대활동은 UN 주관 태풍피해복구 사후검토회의에서 '재해복구의 모델' 이라고 인정받았으며 반기문 사무총장으로부터 감사와 격려편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아라우 부대의 모습은 MBC '진짜사나이' 등 매스컴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고, 이제 '대한민국이 과거 도움을 주었던 나라에 보답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하였다'는 국민들의 자존감을 세워주었다.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한다 (We are here to repay your sacrifices of blood with our own sweat drops)”라는 부대구호는 우리가 이곳에도움을 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과거 6·25전쟁 시 대한민국을 위해 소중한 피를 흘린 필리핀의희생에 보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부대원들이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게 해 주었다. 또한 이 구호는 좌절감과 슬픔에 젖어있던 현지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2018년 4월 아라우부대장 참전용사인 그레솔라옹을 방문한 이철원 대령

 

아라우부대는 재건복구 활동 당시참전용사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6·25전쟁 필리핀 참전용사들의 주택복구, 진료지원사업 등을 전개했다. 처음에 그레솔라옹(당시 86)를 찾아갔을 때 바닷가에 허물어져 가는 수상가옥에 살고 있었다. 가벼운 치매증상과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함에도 직접 대문까지 나와 아라우부대원들을 환영해 주었다. 대화 도중 기억마저 온전하지 못한 고령의 참전용사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아리랑을 어눌한 한국말로 부르며 65년이 지나서 다시 만난 한국군 앞에서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모든 부대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레솔라옹의 말에 의하면 당시 필리핀군은 한국에 파병되어아리랑반달두 가지 노래를 배웠는데 반달은 기억하지 못하고아리랑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라우부대는 철수 후에도 필리핀 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당시 부대원으로 구성된 아라우 전우회가 중심이 되어 매년 현지를 방문하여 아라우부대가 복구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2019 3월에는 한국·필리핀 수교 70주년과 아라우부대 파병 5주년을 맞아 필리핀 레이테 현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이철원 대령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같은 해 6월에는 유엔군 참전의 날을 기념해 6·25전쟁 참전용사인 그레솔라 옹의 한국 방문을 추진했다. 이는죽기 전에 꼭 한번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그레솔라 옹의 희망에 따라 아라우부대장을 지낸 이철원 대령이 외교부 국제협력관으로서 국가보훈처에 그레솔라 옹의 초청을 요청하면서 방문이 성사됐다

▲2019. 6. 24. UN 묘지에서 헌화한 필리핀 한국전 참전용사 그레솔라옹

 

그레솔라 옹은 발전된 한국의 모습에 감동했고, 전쟁기념관에서 전사한 전우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쓰다듬으며 붉어진 눈가를 어루만졌다. 이후 부산 좋은강안병원(은성의료재단)의 후원으로 건강검진을 받았고 UN 묘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본인이 죽으면 UN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이러한 그레솔라 옹은 필리핀에 돌아가 1년 뒤에 생전에내가 죽으면 한국 UN 묘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노환으로 별세하였다. 이에 이철원 대령과 배대현 대위는 보훈처와 UN묘지, 주한 필리핀대사관과 협조하여 필리핀 참전용사로서는 처음으로 그레솔라옹의 유해를 모셔와 UN묘지에  안장을 추진하고 있다.

 

▲2021. 1. 17일 별세한 그레솔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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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무환 국장 hwan27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