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기적의 현장', 태안 만리포를 가다
┃한국교회 교인들의 섬김, 한국교회 안과 밖의 온도차 너무 커 보여
[시사타임즈 = 엄무환 국장]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 10주년을 맞아 2018년 6월에 충청남도가 발간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극복백서’에 당시 해양수산부 김영춘 장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념사를 전했다.
“지난 2007년 12월 17일,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총돌 사고로 1만 2,547kℓ(10,900톤)에 이르는 검은 기름이 유출되면서 375km의 해안선과 70km에 이르는 육지를 오염시키는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원상회복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온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전 국민이 힘을 합친 결과, 10년 만에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절망을 극복하고 생명의 바다를 지켜낼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주신 모든 분들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당시 충남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은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발간사의 첫머리에 “함께 살린 바다, 희망으로 돌아오다”고 적시했다.
그리고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바다도, 갯벌도, 그리고 그곳에 깃든 생명들도 온통 검은 기름에 뒤덮였다. 그해 겨울 서해바다에는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암담했던 당시 상황을 술회한 후 그러나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죽어가는 바다를 살리기 위해 회사원, 주부, 외국인, 학생, 어린아이들까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23만 명의 평범한 얼굴을 한 영웅들이 복구에만 수년 혹은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던 검은 바다를 다시 푸르게 바꿔 놓았다.”고 감격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그로부터 다시 4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해 11월,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 지역 목록에 이름이 올려졌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 이를 기념하여 1월 29일 저녁 7시, 명성교회 예루살렘성전에서 한국교회봉사단(총재 김삼환 목사, 이하 한교봉) 주관으로 감사예배가 드려졌다.
◆ 만리포 바다 인근에 세워진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기자는 감사예배가 드려진 다음 날인 30일에 차를 운전하여 태안 만리포 바다를 찾았다. 기름유출의 직격탄을 맞은 주된 지역이 만리포이며, 이곳에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었다.
기념관은 유류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지난 2017.9.15.에 개관했다. 전체 3층인 기념관은 115억 6,500만 원을 들여 1층에 전시실, 2층에 영상체험관, 3층에 야외전망대로 지어졌다.
정동완 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200명 정도 관람객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기념관 입구에서 1층으로 들어가면 로비에 세워진 벽에 “고맙습니다.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이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수고하는 모습을 표현한 벽화가 보인다.
그리고 전시실 안으로 발을 들이밀면 “‘서해안의 기적’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현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2017년 12월 7일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에 국내 최대의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아름다웠던 서해안은 검은 바다가 되었고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전 국민들은 충격과 좌절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명이 사라진 바다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기름을 닦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추위와 악취를 녹인 123만의 따뜻함으로 바다는 다시 깨끗해지고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과 숭고한 뜻을 보전하고 기념하기 위해 기념관이 건립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어서 “유례없는 유류유출사고를 겪은 서해안”이라는 제목과 “그러나 사람들의 힘으로 세계적인 자원봉사자들의 성지가 되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유류유출 사고로 인해 검은 바다로 변해버린 서해안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이 보인다. 그야말로 검은 쓰나미다.
이 사고로 인해 고통받았던 태안 지역주민들과 바다의 모습은 영상과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으며, 동시에 추위와 악취를 녹인 따뜻함을 보여준 지역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도 잘 소개되어 있다.
전시실 벽엔 123만 명(정확하게는 123만2,322명)의 자원봉사자들 이름이 적혀 있다. 그리고 2008.3.13.에 태안군민들이 “자원봉사자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큰 절을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
사진 앞에 서면 태안군민들의 큰 절을 받는다. 2층 영상체험관은 지역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깨끗해진 바다와 활력이 넘치는 시장,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과 방재방법, 바다의 미래가치를 소개하는 영상을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특히 관람객이 직접 색칠한 물고기 그림을 바다에서 유영하는 모습으로 영상체험을 할 수 있다. 3층 야외전망대에 오르면 만리포 바다가 파도소리와 함께 눈과 귀로 전해진다.
기자가 기념관에 도착했을 때 마침 기념관을 관람하고 나온 조철재 경주문화원장과 잠시 인터뷰를 했다.
조 원장은 “기념관을 둘러보신 소감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너무나 감동받았다.”며 “우리 한국 사람들이 위대하다. 자발적으로 와서 봉사하여 기적을 일으킨 현장이기 때문이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자원봉사자들이 130만 명 가까이 되는데 그중에서 80만 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아시느냐.”는 질문에 “자원봉사자들 도표를 통해 종교인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며 “교회는 안 다니지만 그 일은 잘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기념관을 둘러보며 취재를 하고 있을 때 유치원 아이들이 와서 관람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념관 이혜재 해설사는 “유치원생 뿐 아니라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도 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한교봉, 자원봉사자들 중 교인이 80만 명 … 기념관, 종교인 319,707명
한교봉은 13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 중 한국교회 교인이 80만 명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래서 교계 언론도 일제히 이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기자가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도표를 유심히 살펴보니 사실과 달라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기념관이 밝힌 도표 자료에 의하면 ‘직종별 참여 현황’에서 경찰, 군인, 소방대원 311,562명, 공무원 138,262명, 기업체 163,612명, 여성단체, 부녀회 8,195명, 새마을단체 14,299명, 외국인 932명, 장애인단체 215명, 종교계 319,707명으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교계와 관련하여 충청남도가 발간한 백서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었다.
“개신교는 「서해안 살리기 한국 교회봉사단」을 결성하여 태안 지역에 11개의 현장 캠프를 설치한 뒤 2008년 3월까지 현장상황실을 운영하였다.
또한 특별 성금 모금도 함께 한국 개신교 교회 10곳 중 7곳 이상이 방제현장을 방문해 봉사하거나 성금 및 물품을 지원하였다.
천주교에서는 주로 현지 성당을 중심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며, 태안 천주교회에서 10만 명 분의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펼치기도 했다.
불교계에서는 스님들이 직접 피해지역을 방문해 방제작업을 펼쳤으며, 원불교 자원봉사단에서는 하루 평균 2천 명씩 모항항을 중심으로 식사지원과 방제작업을 펼쳤다.”
이혜재 기념관 해설사도 “자원봉사자들 중에 종교인이 제일 많다.”며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이 많이 온 것으로 안다. 워낙 크고 대형교회니까”라고 설명한 후 ‘직종별 참여 현황 도표’를 가리키며 “32만 명”이라고 말했다.
기념관 내부에서나 백서에서 한국교회의 자원봉사와 관련하여 소개된 것은 단지 이것뿐이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한국교회 교인이 80만 명이었다고 설명한 글이 단 한 줄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따라서 한교봉이 밝힌 바대로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 중 한국교회 교인이 80만 명이 분명하다면 이것에 관한 근거자료를 기념관 측에 제시하여 통계를 시정하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기념관을 찾는 한국교회 교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한국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할 것으로 보여서다.
◆ 한국교회의 자원봉사 활동, 우리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야
태안유류피해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종교자문위원인 유성상 목사(태안 만리포교회)는 1월 29일 명성교회에서 “서해의 기적은 한국교회로부터 시작되었고, 피해지역은 10년 만에 완전히 회복됐다. 한국교회의 봉사는 현재를 넘어 미래형으로 전진 중이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현장상황실장을 맡았던 이광희 목사(태안 의항교회)도 “낙후된 저희 마을에 봉사자들조차 들어오지 못할 때, 한국교회가 저희 마을로 들어와 본부를 차렸다. 이름도 빛도 없이 수많은 성도들로 인해 기름 바다가 닦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피해지역이 어디였느냐. 한번 찾아보라’고 깨끗함을 자랑하고 있다. 시작도, 진행도, 마무리도 하나님께서 하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 역시 “저는 그 시절 신문기자였다. 절망의 뉴스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바다는 죽어가고 있었고 재앙의 충격적인 모습이었다”며 “하지만 낙담은 희망과 투혼으로 바뀌었고, 한교봉이 출범하면서 열망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섬김의 위대한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기념관 내부를 둘러보노라면 한국교회의 이같은 섬김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혹 한국교회만의 자화자찬이나 자긍심은 아닐까. 한국교회의 이같은 자긍심을 일반 국민들도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만리포의 푸른 바다, 출렁이는 파도 거품, 하얀 모래사장, 한국교회 교인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의 현장이다. 태안군민들이 이를 얼마나 인식할까 마는...
엄무환 국장 hwan2778@timesi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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