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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글로벌경제

중국경제 1분기 ‘바닥’ 쳤나?


1분기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는 크게 약화되진 않고 있다. 그러나 투자부문의 부진을 방치할 경우, 자칫 경착륙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로서도 조만간 거시정책 기조를 더욱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상보다 낮은 ‘성적표’

 

중국경제의 1분기 ‘성적표’는 8.1% 성장으로 나타났다. 2010년 4분기 9.8% 이후 완만한 하강국면이다. 2분기 성장률은 그 연장선 상에서 7%대로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올 전인대에서 목표 성장률을 7.5%로 낮춰 잡았던 만큼 이 정도 성장률 추이도 ‘관리 가능한’ 범위 내의 움직임일 수 있겠다.

 

중국은 2010년 4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성장률(QoQ)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는 한 해 중 연말에 가까울수록, 생산하는 부가가치 규모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4분기 GDP 규모는 거의 1분기의 1.5배에 맞먹을 정도이다. 따라서 이 같은 ‘계절 효과’를 제거한 뒤 살펴보는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경기 판단에 매우 유익하다. 그런데 지난 13일 공개된 1분기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1.8%로서 2010년 4분기 이후 최저치였다. 연율로 환산하면, 7.4%로써 정부 목표성장률보다 낮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성장의 내용을 GDP 구성요소로 나눠 살펴보면, 1분기 성장을 이끈 것은 소비였다. 성장기여도가 6.2%로써 투자 2.7%의 두 배가 넘고, 순 수출이 훼손한(-0.8%) 성장세를 상당부분 상쇄했다. 전통적으로 소비의 성장기여는 1분기에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최대의 명절인 설날(春節)의 귀향 특수와 관련이 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처럼 2분기 들어 소비 성장기여가 약화되면, 전체 성장률이 회복되지 못하고 하강기류를 지속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소비의 성장견인력이 강화된 것이 계절적 요인보다 정부의 소비진작정책이 뒷심을 발휘한 덕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부터 각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올린 최저임금 기준 덕택에 저임 근로자나 농민공들의 임금소득이 크게 올라간 것을 꼽고 있다. 또 개인소득세나 중소 자영업자들의 면세점을 대폭 상향 조정한 것도, 농산물 가격상승을 유도한 것도 주로 저소득층인 농민들의 소비확대에 기여했을 것이란 평가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 경제성적을 공개하면서,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나타난 도시민 평균 소득증가율(실질기준 9.8%)을 적잖이 강조했다. 소득격차가 개선되고 있다는 징표는 없지만, 성장의 과실이 공공부문이나 기업이 아닌 인민의 소득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에 따른다면, 올 1분기 소비의 성장기여가 유달리 높았던 것은 계절적 요인에 더해 정책지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이른바, ‘소비 주도 경제’에 한 발짝 다가선 셈이다.

 

다만 국민소득계정 상 소비의 역할이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매월 내수경기를 체감하는 대리지표로 사용해온 ‘소비품 소매총액’ 증가세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1분기에 나타난 소비여력 확대가 주로 정부 재정지출에 의존해 이뤄졌던 만큼 2분기에 소비의 성장기여가 높게 나타날지는 자신하기 어렵다. 정작 중요한, 소비경제 정착을 위한 구조개선 과제들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수출부문이 크게 부진

 

투자의 성장기여는 크게 약화됐는데, 무엇보다 부동산 과열 억제책과 지방정부 부채 급증세를 견제하려는 중앙정부의 정책이 큰 파장을 낳았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 정책 시차를 고려하지 않고 부동산 억제정책의 강도를 단번에 높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전면 해제하는, ‘냉온탕 정책’을 반복한 전례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시행하는 현 부동산 경기억제 정책은 보다 체계적이고 집요하다. 정부의 안정책에 밀려 주택 가격은 연초 드디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전인대에서 ‘주택가격이 여전히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던 만큼 고삐를 늦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시공 중인 상품방 면적은 여전히 상당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매물압박 탓에 가격하락세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 부채는 중국 재정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중앙정부의 부채 실태조사 이후 무분별한 지방정부 주도의 투자사업엔 일단 제동이 걸렸다. 중앙 및 지방정부가 직간접으로 지배하는 기업의 투자비중은 전체 고정자산투자의 33%에 이르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다. 특히 지방정부 수입의 3분의 1 정도가 토지 등 부동산 가격과 연동이 돼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면 지방정부가 투자사업에 전용할 유동성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만 3월 금융권의 신규대출 규모가 월 단위로는 2년 여 만에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어서는 등 꽉 막혔던 돈줄이 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가불안이 2월 들어 부분적으로 해소되는 만큼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 등에 한해 금융당국이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출은 주력 수출시장인 EU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어 전반적으로 성장 기여도가 떨어지고 있다. 올 1, 2월의 수출입 증가율은 각각 1%, 2% 증가에 그쳤다(물량 기준). 최근 세계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희망적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EU 미국 일본 등이 모두 구조적 걸림돌을 안고 있는 만큼 그 개선속도는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이 0.2~0.4%P씩 내려가는 ‘상고하저(上高下低)’였던 만큼, 기저효과를 감안한다면 올해의 성장세는 ‘상저하고(上低下高)’나 8% 안팎의 수치가 이어지는 ‘L자형’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1분기에 소비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침체상태를 보였던 실물경제 여건이 2분기부터 상당히 개선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통계국 대변인이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이례적으로 3월의 실물지표가 1, 2월보다 양호했음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우려 때문일 것이다.

 

점진적으로 긴축기조 해제할 가능성

 

국가통계국 주장처럼 3월 들어 전달보다 개선된 것은 공업부가가치(액)와 구매자관리지수 두 가지이다. 반면 조강생산량과 자동차 생산대수는 3월 들어 둔화되거나 오히려 악화됐다. 고정자산투자 및 소비품소매총액 증가세도 마찬가지이다. 전력사용량도 전년보다 증가세가 미약하다.

 

현 시점에서 4월 이후 중국 실물경기가 예년 수준으로 살아나 결과적으로 하반기 성장률이 안정된다고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이 9.5%로 상당히 높았던 만큼 올 2분기는 7%대로 주저앉고, 하반기에 다소 만회하는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8.1%의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적 악재를 만났을 때를 제외하면 2003년 2분기(7.9%) 이후 최저치였다. 그런데도 중국 내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이는 2월 하락세(전월 대비)였던 소비자물가가 3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물가 우려가 고개를 든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장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치목표를 낮게 설정한 정부의 정책노선이 합리적이고, 현실 가능하다고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경제가 ‘통제력을 잃지 않으면서’ 감속 성장세를 그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급작스런 감속성장은 대외신인도 등을 악화시켜 급격한 외자유출을 촉발시켜 자산시장 대혼란을 야기하는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절하와 절상 기대가 팽팽히 맞서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 지도부는 2분기 성장률 관리를 위해, 물가 추이를 관찰하면서 후속 경기 완화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의 고민 깊어진다

 

중국경제의 감속이 분명해지고, 더욱이 수출의 성장기여가 낮아진다는 점은 우리경제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수입하는 한국산 중간재 부품 등이 재수출용이었던 만큼 중국의 수출둔화는 한국의 수출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로서는 중국의 내수용 수출을 늘리거나,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두 가지 선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중국 내수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는 만큼 두 가지 해법 모두 중국산 제품과의 원가경쟁을 극복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1990년대 이후 중국경제의 국제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란 데 이견은 없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생산거점을 중국에 옮김으로써 원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들의 유발 수입이 곧 한국의 수출확대로 이어졌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점은 한국에겐 엄청난 기회였다.

 

중국산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점차 강화되는 이 시점에서는 또 한차례 가치사슬을 글로벌 차원에서 최적화시킬 필요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원부국이면서도 광대한 내수기반, 임금경쟁력 등을 갖춘 신흥국들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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