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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54)]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행복한 나르시시스트의 유쾌한 자아 탐구

[책을 읽읍시다 (1054)]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
행복한 나르시시스트의 유쾌한 자아 탐구

오스카 와일드 저 | 박명숙 편역 | 민음사 | 208쪽 | 7,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 자기 홍보(PR)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19세기에 이미 스스로의 힘으로 사교계의 스타이자 예술계의 총아로 발돋움했던 오스카 와일드의 세련된 자기표현, 심오한 자아 탐구를 명확히 드러내 보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스카 와일드만큼 다채로운 명언을 남긴 인물도 없을 것이다. 재기 발랄한 경구, 촌철살인의 시평으로 당대는 물론 오늘날의 독자들까지도 쥐락펴락하며 능수능란한 재치를 뽐내는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과 세상사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말과 일화를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손으로 쓴 자서전을 단 한 권도 남기지 않았다는 건 정녕 기이한 일이다. 물론 뛰어난 극작품과 동화, 여러 에세이와 시 속에 자기 삶의 궤적과 영혼을 고스란히 남겨 두긴 했으나 사후에 출간된 『심연으로부터』를 제외하면 딱히 자서전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지금까지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오스카 와일드의 찬란한 산문시와 그가 여러 매체를 상대로 자신의 생각을 밝힌 인터뷰 기사를 생생히 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와일드의 작품과 그를 다룬 수많은 연구서가 시중에 범람하고 있음에도 막상 그가 설파했던 유미주의, 예술관, 현대 문명 비판, 사회주의자로서의 면모 등을 작가 본인의 목소리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오스카 와일드의 지인들은 물론 자기 스스로 인정하듯이 그는 글보다는 말로 이야기할 때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했다. 따라서 항상 오해와 논란에 휩싸여 온 와일드의 사상을 그 자신의 언어로 전해 들을 수 있다는 건 그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데에 더없이 값지고 중요한 기회이리라.

 

그뿐만 아니라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의 오스카 와일드를 이해하기에도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는 대단히 훌륭한 길잡이다. 그동안 극작품과 동화 위주로 국내에 소개되어 온 탓에 오스카 와일드가 지닌 시인으로서의 면모가 종종 간과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산문시를 음미하고 나면 천부적인 시적 재능을 타고난 와일드의 정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언어, 심오하고 감동적인 심상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는 오스카 와일드의 자아 탐구뿐 아니라 그의 사상과 재능을 다각도적으로 살필 수 있는 놀랍도록 흥미롭고 풍요로운 기회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와일드의 작품을 애독하면서 평소 작가의 삶을 궁금해했을 사람에게도, 그의 톡 쏘는 한마디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기행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도,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는 영원토록 반짝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우주’로 진입하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 소개

 

뛰어난 구술가이자 당대를 호위한 유미주의자.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와일드는 아일랜드 출신의 다른 유명 작가, 예를 들면 예이츠나 버나드 쇼 등과 마찬가지로 경계인의 삶을 살았다. 그가 살았던 후기 빅토리아 시대, 즉 자못 엄격해 보이는 도덕주의, 위선적인 진지함과 엄숙함이 대중의 삶을 억누르던 시대에 와일드는 내면의 개인주의적인 충동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본성을 찾고자 했다. 이런 그의 기질은 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외양으로도, 그리도 작품으로도 드러났다.

 

젊은 시인인 앨프레드 더글러스 경과의 한바탕 동성애 사건뿐만이 아니더라도 남자들이 검은색과 회색 옷만을 걸치고 다니던 시절 그는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었으며 머리는 치렁치렁 길게 기르고 단춧구멍에는 초록색 꽃을 꽂고 다녔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영국의 상류층과 어울리면서도 그가 내적으로 추구한 것은 결국 〈멋〉 아니면 〈미(美)〉였다. 그는 뛰어난 구술사로 수많은 경구가 가득한 희곡을 남겼고, 강연에도 능했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그는 1854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시인인 어머니와 유명한 의사이자 민속학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트리니티 칼리지와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존 러스킨과 월터 페이터의 영향을 받아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유미주의' 운동에 동참하게 된다. 1888년 단편집 『행복한 왕자』를 발표했고, 1891년에는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1892년에는 단편집 『석류나무 집』을 발표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발표 당시 격론을 일으켰으며, 특히 『행복한 왕자』는 19세기 말 물질주의가 만연한 영국 사회에 사랑의 고귀함을 강조하는 이상주의를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낸 작품으으로, 비평가 월터 페이터로부터 동화 중의 걸작이라는 격찬을 듣기도 했다.

 

그는 독설과 위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탁월한 말솜씨로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1892), 『진지함의 중요성』(1895) 같은 희곡으로 극작가로서 위상을 다졌으며, 1893년에는 비극 『살로메』를 프랑스어로 출간했다. 1895년 동성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2년 동안 레딩 감옥에 수감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옥중기』를 썼다. 1897년에 출옥하여 파리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1900년에 사망했다.와일드의 명예는 사후 거의 백 년이 지난 1998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오스카 와일드와의 대화」라는 제명의 동상이 세워지면서 회복되었으며, 이후 그의 삶과 문학 세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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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