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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73)] 변사 기담

[책을 읽읍시다 (1073)] 변사 기담

양진채 저 | 강 | 312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양진채의 첫 장편소설이다. 『변사 기담』은 인천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인천 출신인 작가가 고향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자유공원, 제물포구락부, 조계지, 웃터골, 인천상륙작전 상륙 지점 등 인천의 역사적 명소들이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그리고 월미도 미군 폭격사건 등 지나간 시대상이 소설과 함께 흘러간다.

 

소설은 무성영화 시절 인천에서 변사로 활동한 기담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제물포구락부의 유리 장식장 안에 종이 모형으로 자리 잡은 당시의 빛나던 건물들처럼 지금은 스러지고 빛이 바랜 그 시절을 작가는 풍성하게 재현해낸다. 그 시간 속에는 최고의 변사로서 말의 성찬을 벌였던 기담의 젊음이 있고, 기녀 묘화와의 사랑이 있다.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변사의 연행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작가의 시선은 균형감 있고, 문장은 단단하다.

 

두 가지 이야기 축이 있다. 하나는 주인공인 기담의 찬란했던 변사 시절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기담의 증손자인 정환의 이야기다. 기담이 변사가 되고, 연행을 하고, 묘화를 만나 사랑을 하고, 혀를 잘릴 때까지의 과거 이야기가 소설의 충심축이라면 증손자 정환이 기담의 집에 머무르며 영화를 만드는 현재의 이야기가 또 다른 축으로 마주보고 있다.

 

영화와 변사의 말에 매료된 기담은 변사가 되기를 꿈꾼다. 변사 김익호를 찾아가 변사가 되는 방법을 묻고, 변사 시험에 통과하지만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어느 날 김익호가 극장에 나타나지 않자 영화「아리랑」연행을 맡게 된 기담은 연행을 완벽하게 해내고 그후 최고의 변사로 이름을 떨친다.

 

해월관에서 인력거가 도착하고 기담은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 묘화와 만난다. 기생 명선과 영화관에 오곤 하던 유리를 닮은 여자. 그녀가 어린 시절에 자신과 묘한 인연으로 얽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기담의 마음은 더욱 거세게 끓어오른다. 그러나 묘화는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기담은 창영동에서 묘화를 보지만 그녀는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묘화는 은인인 영국인 맥코넬을 도와 식민지 조선의 독립운동에 가담하고 있다). 둘은 그것 때문에 크게 싸우게 되고 잠시 헤어진 사이 묘화도 기담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술에 만취해 해월관을 찾아간 기담은 묘화와 화해를 하고 묘화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한편 묘화는 조직의 모임에서 웃터골 영화 상영회를 제안하게 되고, 그로 인해 큰 고민에 빠진다.

영화 연행밖에 모르는 기담은 오직 묘화를 위해 그 일을 수락하게 되고 거사의 날은 다가온다. 무료 영화 상영으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웃터골에 모인다. 그날 기담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연행을 하게 되고,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는다.

 

그날 일어난 폭동으로 경찰서장은 결국 기담을 가두게 되고, 병원에서 눈을 뜬 기담은 자신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말로 놀고 말로 먹고살던 기담은 결국 입을 닫아버리고 묘화를 떠난다. 세월은 흐르고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그리고 지금의 휘황찬란 스펙터클한 영화로 변모하기까지 어떤 것도 기담을 흔들지 못한다. 축축한 갯가 냄새로 둘러싸인 공간에 깊이 가라앉아 있는 기담의 고독은 단단하기만 하다. 오랜 세월 입을 닫고 살아온 기담에게 어느 날 묘화의 편지가 도착하고, 영화를 만들겠다며 기담의 집에 눌러앉은 증손자 정환은 변사 흉내를 내며 기담을 자극한다. 정환의 영화에 대한 열정은 결국 기담의 과거를 불러들이고 기담을 움직이게 된다.

 

 

작가 양진채 소개

 

2008년『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스카 라인」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푸른 유리 심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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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