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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77)] 곡옥(전 2권)

[책을 읽읍시다 (1077)] 곡옥(전 2권)

이수정 저 | 전망 | 280쪽 | 각권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거대한 역사적 사건 속에 놓여 있는 인간이란 하염없이 보잘 것 없다. 그 도무지 헤어날 길 없어 보이는 질곡의 늪. 그 안에서 초라한 인간은 욕망의 불꽃을 사르며 희미한 생(生)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 종국(終局)으로 치닫는 비극적 황홀경의 순간에서도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우리들 눈에 비치는 그 타자의 마지막 시선에 매료당했기 때문이다.

 

이수정의 장편소설 『곡옥』 1,2는 지금도 여전히 역사적으로 제대로 재구되지 못하고 있는 700년 문명의 대가야라는 거선(巨船)이 어떠한 내막에 의해 침몰해 갈 수 밖에 없었는지를 구현해내고 있다. 마지막 여왕 ‘곡옥’이 고수하려던 순장 풍습이 만들어 내는 주변에 대한 공포와 암울의 확산 그 죽음의 향연에 불교를 포함한 다양한 이권의 역학 관계가 스며들어, 오늘을 사는 우리 생(生)의 질박함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한다.

 

순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야릇한 비애감과 그 틈새에서 다가오는 무수한 사연들이 거리를 조정해오면서 나의 혈관과 피부, 모든 세포 속을 파고들었다. 사랑하는 이와 가족들을 두고 무덤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과 짐승의 울부짖음이 나의 심장을 긁고 지나간 그날 오후, 나는 지산동 박물관과 고분군 사이를 맨발로 걷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가야는 고대 국가로의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신라에 의해 멸망당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사에서는 거의 잊힌 역사였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에도 가야사는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대가야가 연맹체의 이름을 가야라고 한 것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단일 체제로 분류되어 왔다는 반증을 담보하고 있다. 5세기 후반의 대가야는 중앙집권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관료조직이 정비되고 백제·신라에 비견되는 영역국가로서 실존하고 있었다. 물론 외형은 단일 연맹체라고 하더라도 내면적으로는 상호 견제가 가능한 분절 체계가 존재했다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다.

 

철의 제국이라고 불리던 가야의 진정한 멸망의 원인은 무엇일까? 신라는 전기 가야연맹의 주체였던 금관가야를 491년(532)에 흡수했다. 『삼국사기』「법흥왕 본기」에 김유신의 증조부인 김구해는 자신의 지배권을 인정받는 조건으로 신라에 투항했다. 그러던 중에 후기 가야 연맹체의 주체인 대가야마저 신라에 의해 멸망함으로써 가야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사부와 사다함의 공격으로 521년의 대가야의 역사를 종결지었다는 표면적이고 직접적인 사건으로 역사는 서술하고 있지만 그것은 가야의 국력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 그 근본 이유가 되지 못한다.

 

소설 『곡옥』은 역사적 고증보다 더 깊은 곳에 숨은 대가야사 멸망의 이유를 찾아 나서고 있다. 순장과 결부된 민심의 와해 내지는 분열의 징후와 새로운 문명, 불교의 도래에 따른 신· 구 문화 대립이 대가야 멸망의 가장 원초적인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이야기이다.

 

마력을 지닌 카리스마 여인 ‘곡옥’. 그녀의 순장에 대한 집착은 신종교 불교의 도래와 그 새로운 내세관이 알려주는 평등한 죽음과 존재의 의미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대가야의 몰락과 우륵의 가야금이 만들어내는 고운 율조의 역설적 서술은 ‘곡옥’의 심연의 한(恨)을 더욱 묵직하게 울린다. 굽은 아름다움, ‘곡옥’은 대가야 최후의 생(生)의 불꽃이었다.

 

 

작가 이수정 소개

 

200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한 후 첫 소설집 『그녀의 검은 가터벨트』와 다수의 단편과 시가 있다. 중앙대학교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출강했으며, 『오후의 그리움』이라는 시니어 동인집을 3집까지 발간, 글쓰기의 대중화에 힘쓰며 남산·용산·송파·동대문 등의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녀는 『가을을 일구는 글쓰기』 『한국의 미와 문학 이야기』 『미학의 꽃비 내리는 봄날에』 『편한 옷 한 벌을 찾아서』 『25시의 서정』 등 인문학·미학·문학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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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