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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82)] 우리는 거짓말쟁이

[책을 읽읍시다 (1082)] 우리는 거짓말쟁이

E. 록하트 저 | 하윤숙 역 | 열린책들 | 312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E. 록하트 장편소설『우리는 거짓말쟁이』. 2014년 미국에서의 첫 출간 당시 편집자는 “이 작품이 무슨 이야기인지 절대로 말해 줄 수 없다. 부유한 집안이 등장한다는 건 알려 줄 수 있지만 그 이상 말하면 작품을 망쳐 버릴 것이다. 그냥 읽어 보라”고 선언했다. 그만큼 이 책은 커다란 비밀을 감춘 소설이자, 은밀하게 진실을 좇는 10대의 일기장이다. 성인에게는 소년 시절의 들끓는 욕망과 두려움을 모르는 투지를, 소년에게는 그들이 이제 막 겪기 시작한 세계의 무정함을 비춰 보여 큰 공감대를 형성하며 열정을 되살려 줄 것이다.

 

열일곱 살의 케이든스 싱클레어 이스트먼, 캐디는 부유한 백인 명문가 집안의 첫 손주다. 해마다 여름이면 온 가족이 모여 집안 소유의 비치우드 섬에서 휴가를 보낸다. 또래인 사촌 미렌과 조니는 캐디의 둘도 없는 친구다. 집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이 말썽꾸러기들은 ‘거짓말쟁이들’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어느 여름날, 캐디의 이모는 애인의 조카 갯을 섬에 데려온다. 곧 캐디, 미렌, 조니 일당에 합류한 갯은 싱클레어가의 일원으로서 함께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캐디의 기억은 돌연 열다섯 번째 여름을 끝으로 조각조각 흩어져 버린다. 사랑하는 친구들은 소식이 잠잠하고 캐디는 외상성 뇌손상 진단을 받은 채 편두통에 시달리며 지낸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2년 만에 다시금 향한 섬.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유리와 철로 거대하게 지어진 할아버지의 새 저택, 뉴 클레어몬트다. 그리고 여전히 밝고 명랑한 모습이지만, 굳게 입을 다문 친구들이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리는 거짓말쟁이』에는 찬란한 여름 해변을 배경으로 첫사랑의 설렘과 이해관계를 동반하지 않는 순수한 우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인공 케이든스를 포함해 갯, 조니, 미렌, 이들 ‘거짓말쟁이들’은 물질적 욕망과 위선, 할아버지로 대변되는 억압적인 ‘격언’의 세계를 비판하고 미(美)에 대한 집안사람들의 허영과 집착을 꼬집는다. 사랑에 빠진 캐디와 갯은 계급과 인종의 차이에서 비롯된 주위의 차별을 서서히 의식하기 시작한다. 똑똑하고 상처 입은 여자아이 캐디와 열정적이고 정치적인 남자아이 갯. 애정이 풍부하고 유머러스하며 활력 넘치는 친구들인 조니와 미렌. 무수한 거짓말과 욕망의 다툼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한다. 함께 생각을 키우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나간다. 소설에서 ‘거짓말쟁이들’의 거짓말은 이유 있는 반항이며 사랑과 자유의 또 다른 변형이다.

 

베일에 싸인 2년의 공백기를 보내고 의식을 되찾았을 때, 케이든스는 오랜 휴학으로 졸업이 유보된 데다 치료 목적의 약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써 중독자도 실패자도 없는 집안에서 부분 기억 상실증에 걸린 그녀는 작은 얼룩을 남긴다. 하지만 결코 절망하는 법 없이 정면으로 문제에 맞서 꿋꿋이 앞으로 나아간다. 고통의 나날을 왜곡하거나 미화시키지 않는다. 진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끝내 넘어선다. 그리하여 오랜 사랑의 힘으로 아픔을 돌파하려는 캐디의 노력은 애처로우면서도 환히 빛난다.

 

『우리는 거짓말쟁이』는 영리하고 아름답게 쓰인 소설이자 슬픔과 상처를 다스리는 가장 용기 있는 방식에 대한 회고다. 성인에게는 소년 시절의 들끓는 욕망과 두려움을 모르는 투지를, 소년에게는 그들이 이제 막 겪기 시작한 세계의 무정함을 비춰 보여 큰 공감대를 형성하며 열정을 되살려 줄 것이다.

 

 

작가 E. 록하트 소개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인 E. 록하트는 1967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밀리 젠킨스. 케임브리지, 매사추세츠, 시애틀과 워싱턴에서 성장했다. 바사 대학교에서 미국의 유명 판화가 배리 모저에 관한 졸업 논문을 냈으며,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록하트는 2005년에서 2010년에 걸쳐, 신경증을 앓는 수다쟁이 소녀 루비 올리버가 주인공인 청소년 소설 시리즈(『남자 친구 리스트』 외 세 편의 소설)를 펴내며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프랭키 란다우뱅크스의 불명예스러운 역사』(2008)로 마이클 L. 프린츠상과 시빌스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고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4년 출간된 『우리는 거짓말쟁이』는 섬세하고 강렬한 문체가 인상적인 서스펜스 소설이다. 미국에서 50만 부, 영국에서 22만 5천 부 이상 팔렸으며 전 세계 39개국에서 출간 또는 출간될 예정이다. 록하트가 쓴 그 밖의 작품으로는 『벽 위의 파리』(2006), 『드라마라마』(2007), 『나쁜 사람이 되는 법』(2008, 세라 믈리노프스키, 로런 미라클 공저) 등이 있다. 현재 뉴욕 시에 거주하며 햄린 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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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