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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84)] 시간 망명자

[책을 읽읍시다 (1084)] 시간 망명자

김주영 저 | 인디페이퍼 | 39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김주영의 신작 장편 스릴러 소설 『시간 망명자』. 1937년 상해 거리. 여기 인력거를 끄는 한 사내가 있다. 한때 항일투쟁에 한 몸 바쳤던 남자. 그러나 암살작전의 실패를 예감하고 친구의 연인을 속여 상해로 함께 도망친 남자. 상해에서는 암살자로 살았으나 손가락을 잃고 비루한 삶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남자. 갑자기 사라진 친구의 연인을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다니는 남자. 그런 남자, 강지한에게 어느 날 묘한 배지를 단 사내가 찾아와 자신은 미래에서 왔으며, 그가 곧 죽을 거라는 기기묘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이 마지막 방문입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영영 선생을 미래로 데려갈 기회가 없어요. 그러니 선생은 나를 믿어야만 합니다.”

 

당연히 지한은 사내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내는 계속 지한 앞에 나타나 같은 말을 반복한다. “선생은 시간이민대상자입니다.”, “선생, 저는 적이 아닙니다.”

 

누가 짐승이고 사람인지,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시대, 혼돈의 거리에서 사내의 말은 계속 부정된다. 그러나 사내가 예언한대로 1937년 오월 초닷새, 지한은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음에 이른다.

 

시간이동은 보통 어떤 사건에 대한 아쉬움, 회한에서 시작된다. 『시간 망명자』 또한 연쇄살인이라는 사건 뒤에 숨겨진 어떤 비밀을 해결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안타까움 혹은 바람이 시작점이다. 빅브라더처럼 시스템으로 잘 관리되는 사회에서 절대 일어날 리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시간난민자들 사이에 과거와 연결된 다양한 갈등이 싹트는 것은 완벽하다 생각되던 사회 어딘가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미래사회 그 누구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게다가 거기엔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한계시간까지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외부세계에서 온 누군가가 끌어들인다. 이렇게 스릴러의 조건은 완성된다.

 

김주영의 신작 소설 『시간 망명자』는 1937년 상해에서 긴 시간이 지난 미래세계로 시간이동된 인력거꾼, 강지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때 밀정이었던 강지한이 시간이동된 미래세계는 대학살이라 불리는 참상을 겪어 인류는 고작 30퍼센트만이 살아남았고, 심각한 출산율 저하와 인공출산 금지까지 더해지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상태다. 결국 원 인류 보존을 위해 과거 인간을 데려오는 시간이민 정책이 추진되었다. 그 탓에 과거에 뿌리를 둔 정치, 종교, 인종 등으로 인한 갈등이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천리안과 인공지능 등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관리되는 이곳에 전대미문의 연쇄살인사건까지 벌어진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이민을 신청했음을 알게 된 지한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누가 날 불렀는가? 왜 날 불렀는가? 한때 밀정이었던 자신을 이 세계로 부른 것은 분명 어떤 연유가 있음을 감지한 지한은 자신의 담당이 된 치엔과 함께 연쇄살인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사건을 파고든다.

 

시간이동은 어떤 사건에 대한 아쉬움, 회한에서 시작된다. 김주영의 『시간 망명자』 또한 연쇄살인이라는 사건 뒤에 숨겨진 어떤 비밀을 해결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안타까움 혹은 바람에서 시작된다.

 

미래세계는 생명연장이 가능하며 인공지능과 초첨단 방범 시스템으로 잘 관리되는 사회다. 그런 곳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살인사건, 그것도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다. 거기에 난민들, 정확히는 시간난민자들이 이민을 옴으로써 과거와 연결된 다양한 갈등들이 싹트기 시작했다. 완벽하다 생각했던 사회 어딘가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외부세계에서 온 누군가가 끌어들인다. 게다가 거기엔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한계시간까지 정해져 있다. 이렇게 스릴러의 조건은 완성된다.

 

『시간 망명자』는 시간이동이라는 SF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미래세계를 리얼하게 구축하고,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과거의 밀정이라는 인물상을 통해 스릴러의 재미를 보여준다. 작가 김주영은 오랫동안 다양한 장르소설을 써왔던 경험을 이 소설 속에 진득이 녹여냈다. 즉, ‘다양한 장르 코드를 시원스럽게 다 활용하면서도 그 전체를 난삽하지 않게 다루고, 다양한 인간군상과 설정이 어우러져 하나로 수렴되는 깔끔한 전개’를 선보인다.

 

 

작가 김주영 소개

 

장편소설 『나호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황금가지 문학상 수상작인 『열 번째 세계』를 비롯해 『그의 이름은 나호라 한다』 , 『이카, 루즈』, 『여우와 둔갑설계도』 등의 장편소설과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 『이 밤의 끝은 아마도』 아동소설인 『공포의 과학 탐정단』 등을 출간하였다.

 

다섯 번째 장편소설인 『시간 망명자』에서 작가는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거와 연결된 거대한 미래세계를 구축하고, 그 문명 속에서 벌어질 법한 첨예한 갈등을 스릴러로 리얼하게 재구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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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