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1115)] 비난의 역설:비난의 순기능에 관한 대담한 통찰
스티븐 파인먼 저 | 김승진 역 | 아날로그 | 262쪽 | 14,000원
저자는 비난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결정이나 행동에 대해 설명 책임을 다하도록 만드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 여기서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이란, 어떤 사람이나 기관이 정당하게 질문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활동이나 의사 결정에 대해 합당한 설명을 할 책임과 의무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규제 당국,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며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국민 개개인이 직접 부도덕한 정부나 기업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5년 4월 25일, 일본 서일본 여객철도 탈선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총 107명이 사망하고 560명이 부상당했다. 표면적으로는 과속이 원인이었지만 진상 조사 결과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었음이 밝혀졌다. 평소 극도로 빡빡한 운행 일정 속에서 열차가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모든 비난이 기관사에게 쏟아졌고 징계 또한 가혹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일 아침 오버런에 따른 정차 위치 재조정으로 열차가 지연되자 기관사는 필사적으로 만화하기 위해 과속을 했고 결국 이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 11~12쪽
대개 비난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잘못을 추궁하는 데 치중하고, ‘어떻게 고칠 것인가’보다는 ‘누가 망가뜨렸는가’에 집중한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으로 그 조직에서 가장 힘이 약한 사람을 희생양 삼아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문제의 핵심에는 눈 감아버린다.
비난이 일상화된 사회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괜히 나섰다가 실수라도 하면 비난을 받을 텐데 누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겠는가.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은 이러한 비난 문화가 ‘취약 시스템 증후군’, 즉 조직이 실패와 기능 장애를 일으키기 더 쉬워지는 현상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난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며 개인에게는 물론 조직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비난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가 비난의 순기능을 이야기하며 내세운 사례들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2017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전 국민이 모든 비난의 방식을 총동원해 부도덕한 정부에 책임을 따져 묻고 반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평화로운 방식으로, 그러나 단호한 의지로 매주 촛불집회를 이어 나가고 있다. 광장에서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서도 관련 정보와 기사를 공유하고 각종 패러디를 양산해 꾸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적극적으로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정부에 대한 비난만이 아니다. 국민들은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물량 밀어 넣기, 2016년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의 알바생 임금체불 문제 등 기업의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비난하며 나서고 있다. SNS 등을 통해 해당 기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들 기업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시정을 약속했다.
『비난의 역설』은 이 같은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의 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스스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힘없는 자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비난은 경계해야 하지만, 정당한 비난은 힘없는 자가 잘못과 불의를 저지른 거대 권력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모든 국민에게는 정부와 기업의 활동이나 의사 결정에 대해 묻고 따질 정당한 자격과 의무가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미약하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작가 스티븐 파인먼 소개
1942년생. 영국 바스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로 오랫동안 조직 행동 분야에서 탁월한 명성을 쌓아왔다. 저서로 『노동: 짧은 개요』, 『조직에서의 나이』, 『직장에서의 감정에 대한 이해』, 『사회적 업무 스트레스와 중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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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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