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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30)] 똑똑한 마카롱 씨

[책을 읽읍시다 (1130)] 똑똑한 마카롱 씨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저/이혜정 역 | 소담출판사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똑똑한 마카롱 씨』는 반 코뵐라르트는 ‘소수’를 향한 애정어린 시선을 보여준다. 이민자, 시각장애인, 동성애자, 성범죄 피해여성, 소외된 괴짜 등 온통 상처투성이인 영혼들이 만나 서로를 보듬으며 각자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스타카토로 연주하듯 경쾌하고 사랑스럽게 이어진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건 박복한 과학자 ‘지발’, 매력적이고 섹시한 라디오 아나운서 ‘알리스’, 그리고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은 영리한 안내견 ‘쥘’이다. 이 셋은 각자 사연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려져 프랑스인에게 입양된 아랍계 프랑스인 지발은 아이디어 넘치는 과학자지만 공항 구석에서 마카롱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집단성폭력 피해여성인 알리스는 사건 당시 범인 중 하나가 뿌린 호신용스프레이로 인해 실명해 안내견 쥘을 만나게 됐고, 부유한 동성 애인 프레드가 곁에 있다. 그리고 과하다 싶을 만큼 영리한 안내견 쥘은 알리스가 개안 수술을 받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자기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소설은 지발과 알리스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성격, 그들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느슨한 틈 없이 잘 짜인 드라마 한 시즌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자기 목줄 잡을 사람을 스스로 선택할 만큼 영리한 쥘을 어설프게 의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감정 변화를 매끄럽고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오를리공항 마카롱가게 점원 지발은 안내견과 함께 마카롱을 사러 온 매력적인 시각장애인 알리스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지발은 안내견을 화물칸으로 보내야 한다는 공항 직원 때문에 곤경에 처한 알리스와 안내견 쥘을 도와주고 알리스의 명함을 받는다. 고이 간직했다 조심스럽게 꺼내본 명함은, 세상에! 알리스에게 추파를 던진 또 다른 남자의 명함이었다. 지발은 잔뜩 절망하지만 알리스가 오를리공항으로 돌아오는 날,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는다.


한편 알리스는 그날 인공각막이식 수술을 위해 니스로 가던 길이었다. 알리스는 개안 수술에 성공하고, 안내견 쥘을 은퇴시켜 함께 새로운 삶을 보내리라 생각하지만 막상 시력을 되찾은 알리스를 만난 쥘은 당황하여 허둥지둥한다.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하네스를 물고 와 내려놓는 쥘을 위해 알리스는 예전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척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안내견센터 책임자의 조언에 따라 쥘이 다른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도록 떠나보낸다. 쥘에게 임무를 잃는 일은 존재가치가 흔들리는 심각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쥘에게 맡겨진 새 의뢰인은 개를 학대하는 사람이었고, 채찍질에 지친 쥘은 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어쩌면 다시 한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오를리공항으로 향한다. 화물칸에 실려갈 뻔했던 자신을 구해준, 달콤한 향기와 함께 알리스를 다시 만나게 해준 ‘마카롱 씨’에게로!


영리한 쥘은 역시 마카롱 씨를 찾아냈다. 마카롱 판매대로 뛰어들어 온통 난장판을 만든 쥘은 지발을 다시 만난 반가움에 신이 났다. 이날, 지발은 소란에 대한 대가로 일자리를 잃는다. 안내견센터에 물어 찾아간 쥘의 새 주인네 집 앞에서 쥘은 자동차 창문을 깨고 달아나고, 지발은 새 주인으로부터 잔뜩 욕을 들어먹고 주차딱지까지 끊는다. 천연덕스럽게 큰 길가에 앉아서 지발을 기다리고 있던 쥘은 뻔뻔스럽게 다시 차에 올라탄다.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이 덩치 크고 영악한 개가 원하는 바를 따라보기로 결정한 지발. 기분이 상한 와중에도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장애물이 있으면 피해가도록 유도해주는 이 영리한 녀석이 원하는 게 알리스라는 걸 알게 된 지발은 기꺼이 그 여정에 동참하기로 한다. 이 ‘바보와 똑똑이’(물론 여기서 똑똑이는 쥘이다) 콤비는 연신 웃음을 자아내며 알리스의 자취를 뒤쫓기 시작한다.



작가 디디에르 반 코웰레르 소개


196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1981년에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준 편집장 지르 카르팡체를 만나 22세의 나이에『연극이 끝난 밤』으로 작가 데뷔에 성공하였으며 '데르 듀카'상을 수상하였다. 그후 『사랑의 물고기』(1984), 『유령의 바캉스』(1987)을 발표해 각각 로제 니미에 상, 구텐베르크 상을 받으면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급부상했다. 그의 작가 경력은 1994년작 『편도승차권』이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 상을 수상하면서 만개했다. 추방 위기에 처한 불법 이민자와 그의 추방을 책임진 한 관리와의 묘한 관계를 통해 이민문제를 풍자적이고 우화적인 기법으로 묘사한 『편도승차권』은 불법이민자 추방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우화적인 밝은 기법으로 다뤄 독특한 소설미학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후 『금지된 삶』 『반 기숙생』 『언노운』 『지미의 복음』 『빛의 집』 『결혼 입회인들』 등 매년 한 작품 이상씩 발표하는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이며 대중과 평단에게 공히 인정받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9년에는 청소년 SF소설 『토머스 드림』을 모바일 콘텐츠로 연재한 후 종이책으로 발표하는 미디어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 중 『편도 승차권』 『요정 교육』 『언노운』 『지미의 복음』 등은 세계 유명 영화감독들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반 코블라르트는 연극, 뮤지컬 분야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데, 1996년에는 뮤지컬 「벽을 통과하는 남자」의 대본을 써서 몰리에르 상 최우수 뮤지컬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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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