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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의사 찰스 마텔은 우연히 딸 미셸의 방에 들어갔다가 혈액암을 일으킨다는 벤젠 냄새를 맡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근무하는 연구소의 계열회사인 리사이클 주식회사에서 불법 방류한 벤젠이 강을 따라 자신의 집 주변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장 주변 마을 사람들이 혈액암으로 죽어가는 현실을 목도하는 마텔, 지금까지의 치료방법으로는 딸을 살릴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연구해온 항원치료 원리를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아버지는 딸의 열병을 단순한 감기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백혈병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딸을 병원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 한편, 불법을 저지르는 리사이클 주식회사의 문을 닫게 하는 데 온힘을 기울인다. 딸을 탈출시켜 자신의 집에서 치료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탈출이 유괴죄에 해당되어 경찰과 대치하게 된다. 온 가족이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찰스는 항원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을 실험대 위에 올리고 자신의 몸에 직접 주삿바늘을 꽂는다. 그는 이 방법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었다.
환경오염이 이제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님은 우리에게 이미 각인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저자가 이 책을 쓴 이후에도 수많은 산업의 변천을 거듭했고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공장도 그만큼 많이 건설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방류되는 폐수는 어딘가로 흘러들어 인간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버금가는 공장의 폐수가 당장 우리 집 주변 하천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경고하는 주요 메시지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덧붙인다면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근 마을 사람들의 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과 삼성전자 공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사태도 환경오염과 관련된 심각한 폐해인 것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병원에서 흔히 시행되고 있는 항암 약물치료, 즉 화학요법에 대항해서 새로운 면역세포 요법을 과감히 시도한다는 점이다. 즉 딸의 몸에서 암세포를 추출해서 자신의 몸에 주입한 다음, 자신의 몸에서 항원을 만들어낸 것을 다시 딸에게 주입하는 식의 방법이다.
또한 어린 딸의 질병으로 인해 자칫 갈라질 수 있는 가정의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는 따뜻한 가족애도 엿볼 수 있다. 재혼한 가정에서 새엄마가 아이에게 자기 딸 이상으로 쏟는 헌신적인 간병도 높이 살만하다, 의사로서 병원연구소에서 퇴출당하면서까지 딸의 생명을 구하려는 눈물겨운 부성애도 감동을 자아낸다.
작가 로빈 쿡 소개
194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컬럼비아 의과대학과 하버드 의과대학원을 졸업했다. 안과 의사로 일하며 1972년 『인턴 시절』을 발표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7년 뇌사와 장기이식 거래를 다룬 두 번째 작품 『코마』가 의학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와 함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이름을 얻고 지난 20년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시초를 마련하게 되었다. 잇달아 펴낸 『브레인』, 『열』, 『돌연변이』, 『암센터』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환경오염을 소재로 한 『죽음의 신』, 인공수정과 대리임신을 다룬 『돌연변이』, 유전자 조작의 문제성을 짚어낸 『6번 염색체』 등에 이어 『벡터』에서는 실제 몇 차례 일어나기도 했던 생물학 테러리즘의 가능성과 그 심각성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발간된 지 40여 일 만에 10만 부가 팔리며 로빈 쿡의 인기를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소설 19권은 모두 다양한 소재와 최신 의학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많은 작품이 영화로도 제작돼 헐리우드에 끊임 없이 소재를 공급하는 몇 안 되는 스토리텔러로서 신뢰감을 주고 있다.
인공 지능, 인간 복제, 유전자 조작, 시험관 아기, 낙태, 생물학 무기 등 현대 의학의 묵직한 쟁점들을 소재로 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치밀하고 긴박한 구성으로 의학과 미스터리 스릴러의 완벽한 결합을 이루어내는 로빈 쿡의 작품들은 무려 30여 년 동안 의학소설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온 거장다운 면모를 확인하게 해준다.
로빈 쿡은 최근 출간작에서도 날렵한 문체와 풍부한 의학지식으로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그만의 장기를 변함 없이 뽐내고 있다. 또 있을 수 있는 재앙을 최대한 부풀리는 뛰어난 구성력을 통해 생명존중과 도덕성에 대한 호소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전개 또한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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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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