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77)] 포르투갈의 높은 산

[책을 읽읍시다 (1277)] 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저 | 공경희 역 | 작가정신 | 416|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전 세계 누적 판매 1000만 부 돌파를 기록한 맨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예리하고 통렬한 시선, 절묘한 함의 속에 숨은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 출간됐다.

 

이번 소설에서 얀 마텔은 1904년부터 1981년까지 포르투갈과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세기에 가까운 장구한 세월 동안의 인간사를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괴이하고도 몽환적으로 펼쳐 보인다. 각 부마다 한 편의 완성된 소설로 읽히는 세 이야기 속 인물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포르투갈, 침팬지, 여행이라는 운명적 모티프를 통해 서로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서사를 따라 베일에 싸인 소설 속 미스터리가 점차 해소되는 흥미진진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1904년 포르투갈 리스본. 일주일 만에 사랑하는 연인과 아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겪은 토마스는 가혹한 운명을 내린 신에게 반발하기 위해 1년째 뒤로 걷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미술 박물관 학예사인 그는 고문서에서 기독교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기이한 십자고상에 대한 기록을 발견한다.

 

1938년 포르투갈. 새해로 넘어가는 시각, 부검 병리학자인 에우제비우는 병원에서 두 여인의 방문을 맞이한다. 첫 번째 여인은 마리아, 바로 그의 사랑하는 아내다. 열렬한 신앙과 빛나는 지성을 가진 그녀는 복음서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소설 간의 유사성을 비교한다. 그리고 마리아는 이성과 신앙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문제, 즉 인간의 연약함을 구원해주기 위한 해결책이 바로 이야기임을 피력한 뒤 사라진다​.

 

1981년 캐나다. 상원의원 피터는 얼마 전 40년간 함께해온 아내와 사별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의 출생지이자 부모의 고향인 포르투갈 북동부의 투이젤루로 찾아간 그의 옆에는 이제 평범하지 않은 동반자인 침팬지가 함께한다. 오도는 오클라호마 출장 중에 우연히 방문한 유인원 연구소에서 만난 수컷 침팬지로, 클래라의 죽음 이후 그를 마치 열린 문같은 눈으로 바라봐주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얀 마텔이 그동안 일관되게 천착해온 주제들 신과 믿음, 삶과 죽음, 인간과 동물, 진실과 허구 등의 문제를 다룬다. 특히 파이 이야기를 집필할 즈음인 1996, 얀 마텔은 ‘1939년의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NPR(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의 인터뷰에서 파이 이야기에서 시작된 믿음에 관한 탐구를 이번 작품에서도 계속 이어가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파이 이야기가 극한의 상황에서 역경을 딛고 신과 믿음에 대한 참된 의미를 깨달으며 성장해가는 한 소년의 모험기를 그렸다면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서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린 참혹한 운명 앞에 마주한 세 남자가 그것을 다시 회복해나가는 여정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믿음과 이성의 균형을 맞추어가는 요원하고도 긴급한 문제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파이 이야기에서 시작된 믿음과 이야기라는 화두를,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상상력과 한층 더 깊어진 사유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확장된 차원으로 이끌어낸 또 하나의 걸작이다

 

 

작가 얀 마텔 소개


유명한 캐나다 문인이자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얀 마텔은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 다양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란, 터키, 인도 등지를 순례했다. 캐나다 트렌트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27세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로 등단한 그는파이 이야기2002년 부커상을 받았다.

 

영연방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부커상(Booker Prize)의 시상식이 열리는 10월이 되면, 영국 출판계에서는 수상자를 맞히기 위한 도박이 벌어진다. 그러나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이 상을 받은 2002년은 그 익숙한 풍경이 재연되지 않았다고 한다. 거의 모든 출판인들이 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마텔의 수상을 점쳤기 때문이다. 전세계 40개국에서 출간된 파이 이야기는 부커상 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얀 마텔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그는 책 속에서 기독교·이슬람교·힌두교를 동시에 믿는 인도 소년 파이(pi)의 사유와 모험을 통해 삶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의 저서로는 위에 언급된 책들 외에도 셀프가 있고, 파이이야기이후 9년만에 베아트리스와 버질을 발표했다. 마텔은 이 작품에 대해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량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순전히 상상적인 방식, 그러나 그 사건의 정서만은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써냈다고 밝혔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로서 얀 마텔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지게 해주었다.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고 말하는 마텔은 신문, TV, 쇼핑을 멀리하고 창작과 요가에 전념하는 한편, 말기암 환자 병동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으며, 현재 작가인 아내 앨리스 카이퍼즈와 아들과 함께 캐나다의 서스캐처원에서 살고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