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96)]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책을 읽읍시다 (1296)]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에카 쿠르니아완 저 | 박소현 역 | 오월의봄 | 540| 17,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거침없는 상상력과 독창성, 꼭 읽어야 할 놀라운 소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언론과 석학들이 난데없이 떨어진 운석처럼 등장한 놀라운 작가” “세계문학계에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극찬한 작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출신 소설가 에카 쿠르니아완이다. 그가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건 2015아름다움 그것은 상처가 영어로 번역되면서부터이다. 그 뒤 그는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3월 어느 주말 해질녘, 스물한 해 동안 죽어 있던 데위 아유가 무덤에서 일어났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데위 아유다. 네덜란드계 혼혈인으로 태어난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다. 열여섯 살, 한창 아름답게 인생을 꽃피울 무렵 전쟁이 터진다. 네덜란드가 물러나자 곧이어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삶은 뒤바뀐다. 가족들을 잃고, 전쟁 포로가 되고, 위안부로 전락했다가 전쟁이 끝난 후에는 결국 매춘부의 삶을 선택한다.

 

한 편의 신파극처럼 그의 삶은 기구하게 바뀌지만 그런 줄거리와는 달리 데위 아유의 캐릭터는 활달하고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재치가 넘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간다. 그는 매춘부의 삶을 살면서 아비 없는 세 명의 딸을 연달아 낳는다. 그리고 곧 하나같이 괴이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불패의 게릴라 군인, 불사의 깡패, 매력적인 공산주의자가 그들이다. 그들은 각기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한 부분들을 상징하는데, 곧 데위 아유의 딸들과 하나씩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데위 아유는 잔틱(‘아름다움이라는 뜻)이라는 아주 못생긴 딸을 낳고 죽는다.

 

소설은 이 비범한 여주인공 데위 아유와 그 딸들이 운명에 맞서 싸우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딸들의 남편과 그들의 자녀 3명이 죽어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지은이 에카 쿠르니아완이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꾼인지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소설 첫 부분부터 작가의 상상력은 심상치 않다. 죽었던 데위 아유가 21년 만에 되살아난다. 그 첫 설정 때문에 마치 엄청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데위 아유의 넷째 딸은 한 번 보기만 해도 무서워서 벌벌 떨 정도로 지독히도 못생겼으며 보이지 않는 사람과 동침을 한다. 첫째 딸은 출산은 했지만 아이는 낳지 못했다. 손녀는 개에게 강간당하고 공산주의자 유령이 온 도시를 배회하며 악령은 결국 자신의 복수를 감행한다. 악령의 복수로 인해 데위 아유의 가족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

 

이처럼 이 소설에는 초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배치되어 있다. 호러, 무협, 로맨스, B급영화 등 여러 장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렇지만 결코 어색하거나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이 인도네시아 구전설화와 엮이고, 인도네시아 현대사와 버무려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탄생된다. 여기에는 작가 에카 쿠르니아완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는 언제나 제 자신이 서로 충돌하고 모순되는 요소들로 가득한 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한쪽에는 지방색 강한 전설/미신의 세계가 있고, 다른 쪽에는 대학에서 공부한 서양철학이 있습니다. 이쪽에는 싸구려 인도네시아 소설이 있고, 저쪽에는 문학사의 위대한 걸작들이 있습니다. 저는 소설과 이야기를 오락거리라 여기지만 동시에 정치적 표현을 위한 매체로도 봅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문화가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만들어진 아이들이 아니던가요?” 그렇게 등장인물들의 감정, 해학, 비극을 따라가며 읽다보면 좋은 예술작품에서 느껴지는 큰 울림과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작가 에카 쿠르니아완 소개


1975년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의 타식말라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동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와 라디오의 지역 민담을 들으면서, 10대에는 도서대여점에서 빌린 무협, 호러, 로맨스 등 장르 소설을 탐독하며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족자카르타의 가자마다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 후로는 대학 도서관에서 멜빌, 도스토예프스키, 마르케스 등 거장들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문학의 세계와 만났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대문호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의 부루 4부작을 읽고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와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이란 논문을 써서 출판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여러 매체에 단편을 기고하다가 2000년 첫 단편집 화장실 벽의 낙서를 발표했다. 2002년 첫 장편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2005년 두 번째 장편 호랑이 남자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2015아름다움, 그것은 상처호랑이 남자가 영어로 번역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구술 전통과 현대사를 솜씨 좋게 엮어내는 이야기꾼이자, 귄터 그라스, 마르케스, 살만 루슈디의 문학적 자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6호랑이 남자로 인도네시아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단편집 여러 권과 장편소설 복수처럼 욕망도 끝을 내야 한다를 내놓는 듯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인 아내와 딸과 함께 자카르타에 살고 있으며, 소녀시대의 열성적인 팬이기도 하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