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20)] 망각에 관한 일반론

[책을 읽읍시다 (1320)] 망각에 관한 일반론
 
주제 에두아르두 아구아루사 저 | 이지민 역 | 구민사 | 215|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야기는 앙골라 독립 전날, 낯이 설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유난히 컸던 주인공 루도가 프레지우 두스 인베자도스 아파트에 혼자 남게 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루도는 어린 나이에 낯선 사람에게 몹쓸 짓을 당한 이후 자신다움을 잃었고, 원치 않은 임신으로 낳은 딸마저 바로 입양 보낸다. 이어 부모님을 잃고 언니와 형부를 따라 나선 앙골라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그 둘마저 잃게 된다.

 

이 세상에 기다리는 이 하나 없는 오롯한 혼자가 된 그녀는 혼자 남겨진 아파트에서 스스로를 세상과 분리하여 갇혀있지만, 자유롭게생활하며 30년의 세월을 보낸다. 지지직거리는 라디오 소리, 이웃 아파트 주민의 소리, 결국 땔감으로 쓰이고 마는 수천 권의 책들을 통해 세상을 엿보며 그녀만의 세계를 정립해가는 사이, 바깥 세상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퍼즐을 완성시키는 퍼즐조각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고 고문했던 군인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극적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한 연인의 사랑과 약속을 전해주던 비둘기는 다른 사람의 손에 잡혀 파닥거리며 새로운 사건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는 아파트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생활하는 주인공 루도가 있다.

 

바깥 세상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물갈래들이 강을 만나듯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이야기와 맞닿아 만나게 되는 순간, 독자들 또한 이 책의 스토리텔링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앙골라 음식은 절대 만들지 않고 미신을 믿는 원주민들이 불을 가운데 두고 빙빙 돌고 있는 거실 그림에 거부감을 느꼈던 루도는 외롭고 고독한 나날을 보내며 삶에 대한 애정으로 충만한 그들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고 결국 루안다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런가 하면 군인을 쫓고 고문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던 장교가 생사의 고비를 넘긴 후 저 멀리 외딴 원주민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살며 도덕성을 되찾는다. 삶은 이처럼 한 개인이 시나브로 변화해가는 과정이다. 망각에 관한 일반론은 점차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다양한 삶의 과정을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등장인물의 삶에 대한 단순한 가치 판단 대신 더욱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망각에 관한 일반론의 등장인물들은 배신, 살인, 고문 등 치부 혹은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그 과거에 대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얽매여 고통스러워하는 대신 어느 정도의 망각과 반성, 내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작가 주제 에두아르두 아구아루사 소개


1960년 앙골라의 우암보에서 태어난 저자는 앙골라를 주도하는 젊은 문인 중의 한 명이며 오늘날 아프리카 문학에서 포르투갈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고 있다. 포르투갈계 어머니와 브라질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고등농업학교에서 농업을 공부하였으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여 일찍이 저널리즘에 투신하였다.

 

쁘블리꾸라는 잡지를 창간하여 정기적인 기고를 하고 있으며 안테나 1’방송국과 아프리카 RDP’방송국에서 아프리카 음악과 시를 소개하는 매미들의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993년에는 사진작가 엘자 호샤 등과 함께 아프리카적 리스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1989년 첫 번째 소설 음모를 발표하면서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97년 포르투갈 국립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발표한 장편소설 혼혈국가로 포르투갈 문학대상을 수상하며 이 작품을 통해 명실상부한 앙골라 최고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2004기억을 파는 남자를 발표하여 아프리카 작가로서는 최초로 영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일간지 인디펜던트지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최고의 외국소설상을 수상하였다.

 

상상의 세계와 무관심한 공동체 안에서 진실과 거짓을 호도하려는 현대 인간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카프카의 변신 이래 이렇게 설득력 있는 인간 화자를 본 적이 없다라는 평을 받으면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소설은 단지 식민지 본국의 언어였던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앙골라 사람들의 아프리카적 감정과 리듬, 표현을 그려내고 아울러 아프리카 토속 언어에 용해된 감수성 다분한 국민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앙골라 루안다와 포르투갈 리스본 그리고 브라질을 오가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빈곤에서 허덕이는 앙골라의 현실과 그곳 사람들의 비인간적 모습 그리고 앙골라 사회의 부정부패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모든 작품들은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에서 고른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장편소설로 음모』 『저주받은 이들의 시장』 『우기』 『혼혈국가』 『고아의 이방인』 『줌비가 히우 지 자네이루를 점령한 해』 『기억을 파는 남자』 『공중부양 실제 매뉴얼』 『아버지의 여인들등이 있으며 시집으로 숲의 마음이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