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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지난 2015년 5년이라는 긴 휴지기를 깨고 신작을 내놓았던 서미애 작가가 다시 2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안정적인 문장력과 탄탄한 구성, 흡입력 넘치는 서스펜스로 ‘추리의 여왕’이라 불렸던 그는 이제까지와 비슷한 결을 갖고 있지만 조금쯤 다른 느낌의 서스펜스 스릴러를 선보인다.
3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딸을 잃은 우진. 깊은 슬픔에 빠져 간신히 삶을 지탱하던 그는 아내마저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만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우진은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절망 속에 주저앉지만 그때 그런 그를 붙드는 뭔가를 발견한다. 누군가 우진에게 남긴 편지 한 장, “진범은 따로 있다”는 단 한 줄의 메모. 삶의 벼랑 끝에서 무너져 내리던 우진은 딸과 아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 그 한마디를 붙들고 다시 일어난다.
청소년 범죄가 여느 다른 범죄와 다른 것은 증오라든지 욕심이라든지 보복 같은 개인이 갖고 있는 ‘어둠’만으로 범죄와 범죄자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라는 말에 드러나듯 아직 온전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아닌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에는 가해자의 가정이나 학교 등 주변 환경과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의 문제가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가해자를 잡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미성년자가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죄를 물을 상대가 사라져버린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어디에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딸과 아내를 잃은 우진의 추적극은 진범을 찾아 법이 대신해주지 않은 복수를 하려는 마음과는 좀 다르다. 우진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에서 오로지 하나만을 위해 분투한다. 그렇게 뛰어든 과거의 사건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그가 찾는 것은 진범이 아니라 진실이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에는 수많은 침묵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모두 한 가지 사건에 얽혀 있지만 침묵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의 앞가림을 위해 사건을 외면한 사람의 침묵,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희생자는 돌아볼 생각도 않는 사람의 침묵, 눈앞에 진실을 두고서도 범죄를 모른 체한 사람의 침묵, 자신의 슬픔에 갇혀 곁에 있는 사람의 슬픔은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의 침묵…….
작가는 묻는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잘못된 일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하고. 과연 그때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면 결과가 달라질 것인가 묻는다. 그리고 작가는 다시 말한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이런 비극은, 비극이라서 우리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을 지옥으로 만든다. 무간지옥의 시간을 보내던 우진은 딸에게 벌어진 일을 추적하며 자신의 삶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다. 그를 지옥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침묵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진실이다.
이 책은 짙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색채를 띠고 있지만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떤 범죄를 누구의 손으로 저질렀는가 하는 범죄소설로서의 ‘오락성’이 아니다. 물론 이 작품은 서스펜스 스릴러로서 아주 훌륭한 구조를 갖고 있다. 피해자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주인공이 진범은 따로 있음을 알리는 쪽지를 받고 그것을 단 하나의 단서로 삼아 관련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전혀 깨닫지 못했던 사실에 관해 알게 되고, 우연히 사건 관련자 가운데 한 사람과 동행하면서 남은 퍼즐을 모두 맞추게 된다. 작가는 서스펜스 스릴러가 갖추어야 할 ‘뜻밖의 범인’과 ‘마지막 장치’까지 세심하게 배치하여 작품의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작품은 미스터리 장르가 갖고 있는 오락적 카타르시스보다는 시종일관 주인공이 안고 있는 회한과 후회, 남겨진 자의 슬픔과 책임에 초점을 맞춘다. 긴박감 넘치는 순간에서도 그 순간 주인공이 갖고 있을 절절한 감정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사건의 해결 장면에서도 진짜 범인을 잡았다는 쾌감보다 몸속 깊은 곳까지 들어차 있었을 갑갑함에서 해방된 주인공의 마음이 독자의 가슴을 더 울린다. 전작들에서 볼 수 없었던 점이다. ‘작가의 말’에도 드러나 있지만,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있기에 그 점이 더 애틋하게 와닿는다.
작가 서미애 소개
198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94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추리 전문 방송 작가로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수많은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시나리오 등을 집필하였다. 한국 추리작가협회 이사와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수원대와 동원대에 출강했다. 주요 작품에 2009년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인형의 정원』, 『반가운 살인자』, 『살인협주곡』, 『그녀만의 테크닉』 등이 있고, 작품집으로는 『세기말의 동화』,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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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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