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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일제강점기 말의 작가 김사량(金史良, 1914~1950)은 26세에 쓴 소설 『빛 속으로』로 1940년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는 김사량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내정했지만 그가 ‘반도인’이라는 이유로 후보작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본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이루어진 그의 작품활동은 민족성, 토속성을 근간으로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을 넘어선 근대적 보편성을 추구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이후 이어진 해방공간이라는 시대적 혼란은 그의 문학을, 삶을 삼켜 버렸다. 일본 황군 위문단으로 북경에 파견된 그는 일제의 억압을 벗어나고자 연안의 태항산으로 탈출했고 그곳에서 조선의용군 선전대에 가담했다. 광복 후 고향 평양으로 돌아가서는 북조선예술가총연맹 간부로, 6·25전쟁 종군작가로 활동해야만 했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김사량의 글은 이데올로기적 도구가 되어 투박하게 변해 갔으며 전쟁으로 목숨마저 잃어야 했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체제대결 상황에서 그의 문학은 남·북 모두에서 삭제됐다.
“분단 이후 무엇이 김사량의 글을 그토록 변하게 만들었는가? 혼란스러운 시대상황 속에서 그가 찾아 헤맨 ‘빛’은 무엇이었는가?” 송호근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품어 온, 그리고 김사량 문학 연구자들이 해석하지 못한 이러한 의문에 스스로 답하고자 주어진 자료와 사회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상상의 집을 지어 올렸다. 문학이라는 형식을 빌려 역사적인 연구를 통해서는 접근할 수 없었던 김사량의 삶, 그리고 그가 추구한 ‘빛’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하여 송호근 작가는 김사량으로 대표되는 당대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가 체제와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회학 연구로는 묘사할 수 없었던 시대적 아픔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보다 실감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분단 이후 김사량의 삶을 찾아 나가는 소설 속 주체는 그의 아들이다. 김사량 본인이나 제3자가 아닌 아들의 시선을 통해 그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사실 김사량의 아들로 대표되는 전후 세대는 ‘아버지가 없는 세대’ 즉 정신적 중추가 없는 세대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온 아버지 세대의 굴종을 부정해야 했고 6·25전쟁에 휘말렸던 전쟁 세대의 정신적 빈곤을 거부해야 했다. 누구로 돌아가야 하는가? 누구를 정신의 버팀목으로 설정해야 하는가? 이는 20세기 한국의 정신사적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 송호근 작가의 진단이다.
작가 송호근 소개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정치와 경제, 사회를 넘나드는 넓은 안목과 정교한 분석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학자이자 칼럼니스트다. 1956년 1월 4일 경북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84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수학하였으며 1989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직후부터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조교수와 부교수로 재임하였고 199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조교수로 임용되어 학과장과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1998년 스탠퍼드대학교 방문교수, 2005년 캘리포니아대학교(샌디에이고) 초빙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에 있다.
1990년대 성장위주의 국가정책이 빚어낸 노동문제와 불평등의 한국적 결합구조를 ‘시장기제적 통제’로 이론화하여 주목 받았으며, 유럽사민주의와 비교한 한국의 민주주의와 복지의 발현메커니즘에 관한 탁월한 업적으로 ‘제도주의적 정책사회학’의 선두주자로 평가 받는다.
저서로는 IMF 초기 외환위기를 맞는 사회학자의 비통한 심정을 담은 『또 하나의 기적을 향한 짧은 시련』(, 한국의 의료문제를 분석한 『의사들도 할말 있었다』, 한국 사회의 변혁과 그 세대적 배경을 분석한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외『시장과 복지정치』, 『정치 없는 정치시대』, 『나타샤와 자작나무』등이 있다. 엮은 책으로는『세계화와 사회정책』 세계화와 복지국가』 『한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독 안에서 별을 헤다』(2009) 『인민의 탄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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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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