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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생텍쥐페리의 대표적인 소설이며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인 『어린 왕자』가 생텍쥐페리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 그가 1935년 리비아의 사막에 불시착하여 헤매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구출되기까지 5일 동안의 기록이 바로 생텍쥐페리가 쓴 『사람들의 땅』 제7장 「사막 한가운데서」이다.
생텍쥐페리는 이 「사막 한가운데서」라는 자전 소설을 바탕으로 『어린 왕자』를 쓴 것이다. 그러니까 『어린 왕자』는 소설 『사람들의 땅―사막 한가운데서』의 속편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땅』은 처음부터 한 편의 소설로 기획된 것이 아니었다. 생텍쥐페리가 1932년부터 ‘마리안’지에 기고해 온 체험기들을 후에 한 권의 소설로 편집한 것이다.
『사람들의 땅』은 2차 세계대전과 나치즘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온몸으로 관통한 생텍쥐페리가 인간의 희망은 오직 사람에게 있으며 사람과 사람의 연대의식과 배려의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자전적 서정 소설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 의식은 2018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1944년 7월 31일 오전 8시 30분 경 생텍쥐페리가 조종하는 미제 쌍발기 ‘P-38 라이트닝’ 정찰기 한 대가 그르노블-안시 지역 정찰을 위해 코르시카 보르고 기지를 이륙한다. 이 정찰기는 그날 생텍스Saint-Ex(생텍쥐페리의 애칭)의 소설을 읽으며 비행사의 꿈을 키운 독일 비행사 호르스트 리페르트의 기총 사격에 격추당해 지중해 심연의 바닥으로 추락한다.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 정찰 비행에 나선 마흔네 살의 어린 왕자 생텍스가 부활의 무덤 속에 묻혀 버린 것이다.
『사람들의 땅』 속편에 해당하는 『어린 왕자』가 어른을 위한 동화라면-『어린 왕자』는 결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아이들은 그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사람들의 땅』은 어른 속에 죽어 있는 아이를 위한 동화이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적 가치의 노예가 되어 버린 어른들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예전에 우리 모두는 ‘어린 왕자’였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어린 왕자’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다. 우리들의 모차르트는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한탄할 바 없다. 무덤 있는 곳에만 부활이 있기 때문이다. 장미들의 땅에서 장미가 싹을 내듯, ‘사람들의 땅’에서는 사람을 낳는다. ‘사람들의 땅’은 사람을 하나로 묶어 주는 사람들(人) 사이(間)로서의 사람 ― 사이 즉 진실의 공간이다. 사이는 이해관계, 혈연관계가 아닌 진실한 거리이다. 하지만 이 진실은 논증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다른 땅이 아닌 이 땅에서 사과나무가 뿌리를 든든히 뻗어 많은 열매를 맺으면 이 땅이 바로 사과나무의 진실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직업을 통한 연대감을 통해서만 ‘사람들의 땅’을 발견할 수 있다. 비행사로서 직업을 통하여 위험을 감수할 때 비로소 생텍스가 태어나는 것이다. 직업을 가지고 그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어려운 위험을 만나,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위험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연대감 solidarite 속에서만 인간이 있다. 이 연대감의 실제가 어린 왕자 생텍스인 것이다. 자신의 직업이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에 불과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전혀 없다면, 그 사람의 삶 역시 진정한 가치를 지닐 수 없을 것이다. 생텍스는 자신의 직업을 통해서만 자신이 세상에 쓸모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
생텍스는 『사람들의 땅』을 관념적으로 인식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다시 『어린 왕자』를 쓰면서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별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생텍스는 우리에게 ‘어둠 속으로!’라고 조용히 울부짖는다. 마치 우리에게 어둠 속으로 들어갈 신성한 야만이 아직 남아 있음을 기대하는 외마디 단말마처럼. 그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우편 비행사이다. 그는 그 직업 안에서 행복하다.
작가 생 텍쥐페리 소개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발표한 『어린 왕자』는 작가 자신이 아름다운 삽화를 넣어서 독특한 시적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를 오늘날까지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만들었다. 그 밖에도 대표작 『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 『전투 조종사』등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삶을 개개 인간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정신적 유대에서 찾으려 한 그의 관념을 개성적으로 담아내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은 『어린왕자』의 주인공과 너무나 흡사하다. 굽슬굽슬한 갈색 머리털을 가진 이 소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소한 일들을 경이와 찬탄으로 바라보았고, 유난히 법석을 떨고 잔꾀가 많은 반면, 항상 생기가 넘치고 영리했다. 감성이 풍부하고 미지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생텍쥐베리는 1917년 6월, 대학 입학 자격 시험에 합격한 후 파리로 가서 보쉬에 대학에 들어가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였으나 구술 시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파리 예술 대학에 들어가 15개월간 건축학을 공부했다. 『어린왕자』에 생텍쥐베리가 직접 삽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이때의 공부때문이기도 했다.
군대에 입대한 후 비행기 수리하는 작업에 복무하다가 비행기 조종사의 자격증을 따게 된 후 공군 조종사로 있다가 약혼녀의 반대로 제대했다. 자동차 회사, 민간항공회사에 각각 근무하다가 에르 프랑스의 전신인 라떼꼬에르 항공 회사에 입사하여 『야간 비행』의 주인공인 리비에르로 알려진 디디에도라를 알게 되고 다카르-카사블랑카 사이의 우편 비행을 하면서 밤에는 『남방 우편기』를 집필하였다. 1929년 아르헨티나의 항공회사에 임명되면서 조종사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야간 비행』를 집필했다.
1930년에는 『남방 우편기』가 출간되었고, 민간 항공 업무에 봉사한 대가로 레지옹도눼르훈장을 받았다. 그해 6월 13일에서 20일 사이 생텍쥐페리는 안데스 산맥을 무착륙 비행하며 실종된 친구 기요메를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기요메가 구조되었음을 알고, 그를 비행기에 태우고 멘도자를 거쳐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데려온다. 1931년 회사를 그만두었으나 『야간 비행』이 페미나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이제 그는 작가로서 공히 인정을 받게 되었다. 『야간 비행』은 곧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인들에 의하여 영화화되기까지 하나 그의 재정적 궁핍은 여전하기만 했다.결국 이듬해에 다시 우편 비행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1년 남짓 되어 생라파엘에서 사고를 당했으며 35세 되던 해에도 리비아 사막에 출동했다가 불시착하여 겨우 목숨을 건졌다.
1939년 몇 년 동안 조종사로 일하면서 틈틈히 쓴 『인간의 대지』가 출간되고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판되어 「이 달의 양서」로 선정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1939년 「인간의 대지」가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소설 대상을 받는다. 1943년에는 『어린왕자』를 발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하여 위험한 상황에 계속 참여하였다. 결국 국가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44년 44세 되던 해에 최후의 정찰 비행에 출격하였다가 행방불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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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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