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저 | 문예출판사 | 308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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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직지소설문학상 우수상과 ‘절세미인 노아’ 중편소설공모전 우수상을 받은 김우남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아줌마’라고 불리는 여성의 삶을 담은 각각의 이야기들은 이 시대 아줌마들의 욕망과 나르시시즘, 분노와 슬픔, 좌절과 피로감을 사실감있게 전달한다. 작가의 개성이 잘 구현된 아줌마들의 미시 서사는 잘 닦인 거울처럼 이 시대의 세태와 풍속을 드러내고, 독자에게 우리는 그 속에서 ‘잘 살고 있는가?’를 묻게 만든다.
김우남 작가의 미시 서사에는 중산층 화자들의 자기 환멸과 정직한 자기 돌아봄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평화로운 소시민의 일상 저편에 숨은 폭력이 어떻게 그 악마적 속성을 드러내며 삶을 짓밟는가를 보여주는 「빨래하는 여자」, 배다른 형제들과 함께 계모의 장례를 치르며 고인의 유골이 사라지는 소동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 「입춘」, “사교육비 때문에 등골이 휘고 너무나 불투명한 우리의 교육현실”로 인해 생기는 학부모의 불안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학력 위조자가 벌인 고액 과외 사기 소동의 전말을 그린 이야기 「뻐꾸기 날리다」, 묵언 수행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그린 「묵언」, 돈 주고 부른 파출부가 보여주는 교양과 값비싼 소지품으로 인해 “자신이 초라하게 내동댕이쳐진 느낌”과 함께 위세를 부리다가 양심의 가책에 빠지는 이야기 「아줌마」가 그러하다.
이 다섯 작품과 결이 다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직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박병선 박사의 부고를 접한 주인공이 그녀가 『직지』를 발견해낸 과정을 쫓으며 『직지』가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찾는다. 「서리 내린 들에 홀로 핀 꽃, 노아」는 조선시대 한 마을의 총명한 아가씨 노아가 기지를 발휘해 아버지를 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줌마’의 삶을 담은 김우남 작가의 이야기들은 여성 서사의 한 측면에서 읽혀야 마땅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시대 인정세태의 리얼리즘 소설 계보로 정리할 수도 있을 테다. ‘사실주의’라는 개념이 품은 함의는 꽤 두터운 것인데, 여기서는 삶의 구체적 국면을 중시하고 그것의 시시콜콜함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는 의미에서 김우남 작가 소설의 한 측면을 대변한다. 그녀가 즐겨 빚는 아줌마의 유쾌한 수다는 세속화된 사회에서 일상을 살아내고, 그것을 버텨내는 작중인물이 겪는 미시적 이야기들이다.
독자들은 김우남 작가가 그려낸 일상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고만고만한 삶이 놓인 조건을 더듬어보고 이것을 지탱하는 윤리의 나침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작가 김우남 소개
지리산 형제봉 아래, 『토지』의 주요 무대인 경남 하동 악양에서 태어난 김우남은 부모님을 따라 일찍 서울에 올라와 잦은 이사와 전학 등으로 ‘부평초 같은 소녀시절을 보냈다’고 말한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후 법정대 학생회장으로서 5·18민주화운동을 생생하게 몸과 마음으로 겪어내어 그의 부평초 같은 근기는 더욱 다져졌을 것이다. 졸업 후 문예출판사 편집부에 잠시 근무하면서 글의 향기를 알게 되었고, 허술한 대학시절이 아쉬워 모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결혼 후 20년 이상 의왕시 모락산 자락에 살면서 지역신문기자, 작문치료사, 전화상담원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다. 2001년 ‘실천문학’ 소설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첫 소설집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를 통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아픔을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 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되었다. 김우남은 소설 쓰기에 있어서 ‘맛보고 냄새 맡고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현장 체험을 상상력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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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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