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1445)]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마거릿 애트우드 저 | 김희용 역 | 위즈덤하우스 | 596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매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손꼽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신작 소설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이 소설은 경제의 몰락으로 혼돈에 빠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종말론적 디스토피아 속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자유와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애트우드 특유의 신랄한 냉소와 경쾌함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경제의 몰락으로 약탈과 강간, 살인이 판을 치는 근미래의 미국. 젊은 부부 스탠과 샤메인은 일자리를 잃고 집도 없이 자동차에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삶을 살아간다.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녹록지 않은 삶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어느 날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포지트론 프로젝트’ 광고를 본 후 둘은 프로젝트에 지원하기 위해 컨실리언스 마을로 향한다.
‘포지트론 프로젝트’란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사회에서 감옥을 더 짓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감옥의 개념을 확장하여 주민들이 한 달은 컨실리언스 마을에서 감시인으로 또 한 달은 포지트론 형무소에서 죄수로 생활하는 것. 주민들은 살 집과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지만, 모든 행동과 자유가 철저히 통제된다.
그들은 몇 달 동안 이 프로젝트에 잘 적응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대체인’, 즉 그들이 형무소에 있는 동안 그들의 집에서 살며 모든 물건을 공유할 사람이 지정된다. 대체인과의 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되지만 그들이 남긴 메모를 통해 그 부부의 이름이 맥스와 재스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탠은 자신의 집에서 그들이 어떻게 생활할지 상상하고 샤메인과 재스민을 비교하면서 점점 재스민에 대한 성적인 상상에 빠져든다.
한편 샤메인은 맥스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맞교대하는 날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 것이다. 샤메인은 스탠이 자신을 의심한다고 생각하며 점점 불안해지고 스탠이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는 결국 이윤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섹스 로봇, 장기 밀매, 기억 조작 등의 사업마저 이루어진다. 프로젝트의 거대한 음모에 빠져 결국 샤메인은 스탠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마는데….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는 경제의 몰락으로 혼돈에 빠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종말론적 디스토피아 속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자유와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애트우드 특유의 신랄한 냉소와 경쾌함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기상천외한 블랙코미디, 기괴한 침실극, SF 감옥 스릴러, 사이키델릭한 키치 소설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이 소설은, SF적 상상력과 사회학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뒤섞이는 가운데 ‘개인의 자유’라는 고전적인 테마가 서로의 몸뚱이 말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한 부부가 겪는 고난과 모험을 통해 드러난다.
소설에서 그려내는 ‘포지트론 프로젝트’는 일견 스탠포드 감옥 실험을 연상시키지만 작가는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통제 사회와 인간의 자유의지를 성찰한다. 흥미로운 설정과 섬세한 문체, 날카로운 심리 묘사, 개성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의 등장으로 읽는 재미를 선사하면서, 끝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정신없이 사로잡는다.
애트우드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예견한 미래의 모습에 무릎을 치며 웃다가도 그녀가 그려내는 세계가 너무도 생생하여 마침내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근미래의 상황을 냉소와 조롱으로 차갑게 비판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뜨겁게 뛰는 심장처럼 끝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이 인간 삶의 가능성을 증대시킬지라도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인간의 사랑과 자유의지라는 질문을 깊숙이 파고든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소개
1939년 11월, 캐나다 오타와 출생. 캐나다 온타리오와 퀘벡에서 성장하였다. 『고양이 눈』의 주인공 일레인처럼 애트우드 역시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매년 봄이면 북쪽 황야로 갔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곤 했다. 애트우드는 고등학교 진학 후 당시 여성으로서는 높은 벽이었던 ‘전업 시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토론토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1964년 스물한 살에 첫 시집 『서클 게임』을 출간하였으며, 이 시집으로 캐나다 총리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녀의 이름을 알린 장편소설 『떠오름』을 비롯하여 수많은 소설과 시를 발표하며 20세기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순수 문학뿐만 아니라 평론, 드라마 극본, 동화 등 다방면에 걸쳐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는 애트우드의 작품에서는 실제 성적인 주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캐나다와 캐나다인의 정체성,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 환경 문제, 인권 문제, 현대 예술 다양한 주제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고양이 눈』 외에 장편 소설 『신탁 여인』 『시녀 이야기』 『페넬로피아드』등이 있으며 2000년에 『눈 먼 살인자』로 부커 상을 받았다.
그녀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토론토 요크 대학교에서 영문학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에는 국제사면위원회, 캐나다 작가협회, 민권운동연합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캐나다 문학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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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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