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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65)] 도깨비와 춤을

[책을 읽읍시다 (1465)] 도깨비와 춤을

한승원 저 | 위즈덤하우스 | 300|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국 문단의 거목이자 한국 작가들의 스승 한승원의 신작 장편소설 도깨비와 춤을. 이 소설에는 나는 살아 있는 한 글을 쓰고, 글을 쓰는 한 살아 있을 것이다를 화두로 50년이 넘도록 치열하게 쓰면서 인생을 성찰해온 여든 노작가의 삶과 문학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어 더욱 뜻깊다.

 

한승원은 도깨비와 춤을에 자신의 정체성을 나누어 가진 쌍둥이 분신을 두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똑같이 79세로, 장흥에 사는 프로 작가 한승원과 남해에 사는 아마추어 음유시인 한승원이 그들이다. 한승원은 장흥의 한승원을 통해 밝힌 것처럼 이 소설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기때문에 그들을 통해 공작새 수컷이 암컷들과 세상을 향해 꼬리와 날개를 활짝 펴서 찬란한 무지갯빛 어린 문양을 과시할 때 치부인 항문도 노출하듯이스스로를 결산하고 치부까지 고백하면서 자기 참모습을 찾는 문학적 여정에 나선다.

 

이 여정은 아직도 몸속에는 열일곱 소년의 피가 흐르지만 이제 노년에 이른 인간이 노인은 죽음을 피동적으로 기다리는 존재인가, 아니면 죽음을 살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인가?’에 답하기 위해 인생의 의미를 통찰하고, 삶과 죽음을 관조하며, 결국에는 죽음을 아름다운 생의 의지와 분투의 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 자신의 사회적 분신인 장흥의 한승원과 이름도 나이도 생일도 같은 남해의 한승원은 그가 발표한 소설, , 에세이, 칼럼 등을 모조리 섭렵했다. 특히 본인도 외우지 못하는 시를 외워 줄줄이 낭송하면서 그 삶의 패턴을 거울처럼 모방한다. 외모와 옷차림과 버릇은 물론 도깨비와 계약 동거를 하는 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에 살면서 그 집을 해산토굴이라 명명한 점, 집 앞에 삼층 석탑을 세우고 가묘로 삼아 죽음을 가까이 둔 점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다. 그들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남해의 한승원에게는 아내가 없고, 장흥의 한승원에게는 아내가 있다는 것이다.

 

도깨비는 두 한승원에게 광기의 화신으로 광기는 곧 생명력의 또 다른 얼굴이다. 장흥의 한승원에게는 자존심, 저항 의식, 보호 본능, 정체성, 아내가 먼저 죽어 절망과 고독 속에 홀로 남은 남해의 한승원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일깨우면서 그들의 노화한 혈관에서 열일곱 소년의 뜨거운 피를 각성시킨다. ‘바다모든 것을 평화롭게 품어서 수많은 해산물로써 육지에 사는 것들을 치유하고 양생하는 화엄의 바다, 두 한승원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치유하고 안식하게 해주는 구원의 원초적 시공혹은 우주적인 자궁이다.

 

바다에서 태어난 두 한승원은 그곳으로 돌아갈 때까지 날마다 해산하며” “자유자재의 걸림 없는 산인으로서의 삶을 꿈꾼다. 두 한승원에게 아내는 바다 같은 존재이자 탄생과 죽음을 관장하는 곡신으로, 모성성과 여성성을 통해 그들을 거듭나게 해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않고 극복하는 방법은 죽음을 가까이 두고 친밀해져 거침없이 죽음을 사는 것인데, 남해의 한승원은 도깨비바다아내가 꼭짓점을 이루는 그 토대 중에서 아내를 상실하고 말았다. 아내를 추억하며 되찾으려는 남해 한승원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작가는 노인은 건조하게 살다가 막판에 고려장이 되듯 어두운 곳에 유폐됐다가 폐기처분돼야 하고, 다만 죽음을 피동적으로 기다리는 존재여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그 물음에 남해 한승원의 도깨비는 너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 시간 동안 작가는 광기 어린 의지로 나이듦에 뒤따르는 소외와 우울과 고독에 맞서며 미완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 지금의 삶을 즐기려 부단히 애쓴다.

 

자신의 참모습을 아는 것은 육체를 스쳐 지나가는 시간에 휘둘리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서로를 거울처럼 되비추는 남해의 한승원장흥의 한승원은 두 사람이지만 둘 다 참모습을 지니고 한승원으로 수렴된다. 어쩌면 남해의 한승원이 도깨비일 수 있다고 작가가 말했지만, 사실 그들의 무의식 세계를 지배하는 도깨비한승원자신이기도 하다. 도깨비와 춤을은 시간의 불가항력적 흐름에 따라 죽음과 더욱 가까워진 인간이 결국에는 순응하더라도 그 순간까지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아름답게 버티기 위해 분투하는 숭고한 이야기이다.

 

 

작가 한승원 소개


자신의 고향인 장흥, 바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애환과 생명력, ()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작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교사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가 1968[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뒤 소설가와 시인으로 수많은 작품을 펴내며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 한국 문단에 큰 궤적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늘 고향 바다를 시원(始原)으로 펼쳐진다. 그 바다는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욕망이 만나 꿈틀대는 곳이며, 새 생명을 길어내는 부활의 터전이다. 그는 지난 95년 서울을 등지고 전남 장흥 바닷가에 내려가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한승원의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제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 아니라 '생명력'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독자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승원은 토속적인 작가다' 하는 것도 게으른 평론가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일 뿐이지요. 작가는 주어진 얼굴을 거부해야 합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장편 '연꽃바다'를 쓸 때부터 제 작품세계는 크게 변했습니다. 생명주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저는 그것을 휴머니즘에 대한 반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인간 본위의 휴머니즘이 우주에 저지른 해악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는 노장(老莊)이나 불교 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소설집 앞산도 첩첩하고』 『안개바다』 『미망하는 새』 『폐촌』 『포구의 달』 『내 고향 남쪽바다』 『새터말 사람들』 『해변의 길손』 『희망 사진관,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일』 『동학제』 『아버지를 위하여』 『까마』 『시인의 잠』 『우리들의 돌탑』 『연꽃바다』 『해산 가는 길』 『』 『사랑』 『화사』 『멍텅구리배』 『초의』 『흑산도 하늘길』 『추사』 『다산』 『원효』 『보리 닷 되』 『피플 붓다』 『항항포포』 『겨울잠, 봄꿈』 『사랑아, 피를 토하라』 『사람의 맨발, 달개비꽃 엄마, 산문집 허무의 바다에 외로운 등불 하나』 『키 작은 인간의 마을에서』 『푸른 산 흰 구름』 『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 『바닷가 학교』 『차 한 잔의 깨달음』 『강은 이야기하며 흐른다, 시집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있게 하고』 『달 긷는 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이별 연습하는 시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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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