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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70)] 내가 그대를 잊으면

[책을 읽읍시다 (1470)] 내가 그대를 잊으면

트루먼 카포티 저 | 박현주 역 | 시공사 | 220|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인 콜드 블러드20세기 소설의 지형도를 바꾼 작가이자 천재적인 글솜씨와 타고난 스타성으로 40대에 이미 자신의 작품만으로 백만장자에 오른 몇 안 되는 스타 작가 트루먼 커포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여 년이 지난 2014년 가을,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커포티의 10대 시절 단편들이 발견되면서 미국 문단이 들썩였다.

 

한 출판 편집자와 기자가 커포티의 마지막 유작인 응답받은 기도의 나머지 부분을 찾던 중 뉴욕공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커포티의 미발표 초기 단편들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스무 살에 데뷔한 커포티가 열다섯 무렵부터 단편을 쓰며 꾸준히 잡지사에 투고했던 일화나 그의 유명한 단편 차가운 벽미리엄10대 시절 쓰인 작품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에 그의 미발표 초기 소설은 문단과 대중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빛을 보게 된 내가 그대를 잊으면:트루먼 커포티 미발표 초기 소설집에는 커포티가 열네 살부터 열일곱 살 무렵 완성한 단편 14편이 실려 있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이 짧은 소설집에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예민한 작가적 감수성과 소외된 주변인들을 향한 연민, 이를 표현해내는 아름답고 명징한 문장과 독자를 매혹하는 정교한 상상력 등 훗날 화려하게 꽃피는 커포티 문학의 모든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불어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린 천재 작가가 그 재능을 어떻게 수련했는지까지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집이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두 남자의 마지막 동행길을 긴장감 있게 그린 길이 갈라지는 자리, 도시로 떠나는 마을 청년에게 느끼는 젊은 아가씨의 연정 혹은 사랑의 환상 내가 그대를 잊으면, 마을에서 놀림거리인 기이한 노파 벨 랜킨 양을 향한 커포티의 따뜻한 시선과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이는 벨 랜킨 양, 자신의 도벽을 어쩌지 못하는 아이 힐다, 부모 누구도 애정을 주지 않아 외로운 부잣집 소년 테디의 마법 같은 짧은 우정 이것은 제이미를 위한 거예요, 죽음을 앞둔 노파에게 찾아온 사신(死臣)과의 대화 익숙한 이방인, 수업시간에 한 소녀가 빠져드는 화려한 백일몽의 세계를 유쾌하게 그린 세계가 시작되는 곳, 네 개의 다른 이야기가 교차되다 마지막 장면에서 하나로 만나며 서늘한 여운을 남기는 독특한 형식의 서쪽으로 가는 차들등 커포티만이 쓸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인 콜드 블러드, 티파니에서 아침을, 차가운 벽등 수백만 독자를 전율시킨 문학적 유산을 남겼음에도 그의 말년은 어쩌면 대중에게 술주정뱅이에 신랄하고 불성실하며, 어쩌면 가장 슬프게도 더 이상은 글을 쓰지 못하는 작가로 남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발표 초기 소설집 내가 그대를 잊으면에서 우리는 자신의 재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타자기 앞에서 고심했던 젊은 작가, 텔레비전 토크쇼에 나와 웅얼거리던 모습이 아니라 매 페이지마다 적확한 단어를 쓰려고 몰두하던 열의 어린 작가커포티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축복받은 자신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일찍이 자기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하려 한 어린 천재 작가가 세상에 대해 품었을 꿈을 짐작하는 일은, 커포티의 거의 모든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삶에 오래도록 잔상을 남긴다.

 

 

작가 트루먼 카포티 소개


1924930일 뉴올리언스에서 트루먼 스트렉퍼스 퍼슨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네 살 되던 무렵, 부모의 이혼으로 앨라배마 주 먼로빌의 어머니 친척집에 맡겨졌다. 비록 부모에게는 버림받았으나 다정한 친척들과 소꿉친구 하퍼 리(앵무새 죽이기의 작가)와 함께한 이 시절이 그에게는 일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나날이었다.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쿠바인 사업가인 새아버지의 성을 따라 트루먼 카포티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그는 열일곱 살에 학교를 중퇴, ‘뉴요커의 사환을 시작했으나 계관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심기를 거슬려 해고당한다. 그때 그는 단편소설을 써서 밀리엄으로 오 헨리상을 획득하였다. 그 외에도 초기 단편들은 여러 잡지에 게재됐고 오 헨리 단편상을 세 번이나 수상하면서 문학계에 알려졌다.

 

첫 번째 소설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은 동성애를 다루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인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풀의 하프에서는 색다른 집단을 환상적 세계로 묘사하였다. 카포티는 이 시기에 유망한 젊은 작가로, 또 날카롭고 재치 있는 언변으로 사교계 파티를 누비는 명사로서 이름이 높았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간 그는 말론 브란도의 전기를 비롯하여 연극과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을 썼다.

미국으로 돌아와 집필한 작품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오드리 헵번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가 높았고, 1966년 캔자스 주 홀컴에서 있었던 일가족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인 콜드 블러드로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미국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게 된다. 필생의 대작이 될 거라 공언했던응답받은 기도를 마치지 못하고, 198482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정맥염과 각종 약물 중독의 합병증 때문에 생긴 간질환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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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