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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73)]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책을 읽읍시다 (1473)]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최은주 저 | 라떼 | 208|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 양수리라 불리는 두물머리부근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별카페가 있다. 이 이별카페를 찾는 손님들 각자의 이별 이야기를 듣는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슬프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손님들은, 소중했던 날들 혹은 지난했던 날들과 안녕하는 동시에 다가올 날들의 안녕을 소망한다.

 

우리는 이별에 서툴지만, 이별이라는 과정을 통해 헤어짐의 상처에 슬퍼하기보다 그동안 함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별에 서툴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달라질 수 있으니까.

 

동물 사육사였던 서보성씨는 두물머리에 이별카페를 열었다. 동물 사육사 시절, 어미 코끼리가 출산 중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했고 아기 코끼리 점보는 사육사의 손에 길러지게 되었다. 세상에 홀로 남은 아기 코끼리 점보를 부족함 없이 키우기 위해 사육사는 마음을 다해 노력했다. 그러나 점보가 스트레스가 극심해 3년 만에 어미 코끼리의 곁으로 가게 되자 그는 잠시 길을 잃었다. 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점보와의 이별은 생각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줄곧 동물을 위해 일했지만 그 마음과는 달리 동물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이 그를 아프게 찔렀다. 더 이상 이 직업을 끌고 가기 어려웠다.

 

이별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기에 이별은 흔하디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독한 슬픔은 오히려 유난으로 치부된다. 이별 앞에서 가장 보듬어 주어야 할 이별 당사자의 마음이 충분히 존중받기란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차가운 시선은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좋은 것은 쉽게 나누지만 나쁜 것은 감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감정을 눌러 왔다. 이제는 그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없을까. 슬픔은 슬픔 그대로 슬퍼하고, 슬픔이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두자. 기쁨처럼 그렇게 충분히. 그렇게 건강한 이별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속에서 이별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 스스로놓아 주려는 사람들이다. 혹은 아직 놓지 못한 인연을 이제라도 직접보내 주려는 사람들이다. 아버지와의 이별 혹은 엄마와의 이별이나 연인, 장애를 가진 친오빠, 봉사활동을 통해 만났지만 이제는 정이 들어 버린 혼자 사시는 할머니, 반려동물, 직장 등 지속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건강한 끝맺음을 고민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흔한 이별일지언정 이별은 쉽지 않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어도, 몹시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어도 다정한 응원이 필요한 법이다.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운 순간, 사람들은 이별카페를 찾았다. 이곳에서 누군가는 힘과 용기를 얻고 누군가는 길을 찾았다. 끝내고 싶거나 끝낼 수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녹록치 않은 이별의 순간에, 사람들은 이별카페에서 다정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 최은주 소개


1985년 생으로 충주에서 나고 자랐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갖가지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공황장애를 갖게 되었고 현재 5년째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살고 있다. 책 읽기, 글쓰기를 통해 삶의 치유과정을 겪고 있으며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 글 쓰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씩 그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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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