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515)] 악어
권행백 저 | 아마존의나비 | 296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권행백 소설집 『악어』는 「바람이 깎은 달」, 「악어」, 「샤이 레이디」 등 총 세 편의 중편을 실었다.
「바람이 깎은 달」은 ‘큰엉’이라는 해식애를 품은 제주 해안 마을 ‘남원’을 배경으로 한다. 4.3과 이념 전쟁의 한복판에서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보말 할망’의 쓰라린 가족사를 배경으로 제주가 숨죽여 품어왔던 역사와 현실에서의 가족애를 어루만진다. 운영하던 공장이 연쇄 부도로 문을 닫은 주인공이 어린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실의에 빠진 아내와 마지막 여행이라 맘먹고 찾은 두 달 여정의 제주살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부가 묵은 민박집 옆집에는 ‘보말 할망’이라고 부르는 이웃과의 왕래 없이 혼자 사는 노파가 있다. 4.3의 소용돌이 속에 부모를 잃고 남겨진 어린 ‘보말 할망’ 남매. 다섯 살 터울의 오빠는 삶의 고달픔을 해결하기 위해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밀항했다. 몇 해를 기다려도 귀국하지 않은 오빠를 잊은 채 괸당(친척)들의 정략적 결정으로 결혼 후 남매를 낳고 살던 보말 할망에게 낯선 사내들이 사진 한 장을 들고 들이닥치면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파란만장한 할망의 굴곡진 삶이 시작된다. 「바람이 깎은 달」은 2018년 서귀포문학상을 수상했다.
타이틀 작품인 「악어」는 2018년 전태일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이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원시 부족 마을을 배경으로 악어가죽을 공급하는 한국 자본의 사업 확대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연과 문명, 자본과 권력의 갈등, 그리고 노동과 계급의 출현을 숨 가쁘게 그려냈다. 이야기 전개가 일핏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개성공단 폐쇄, 남북 갈등, 권력과 노동의 대결 등 결코 가공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지금 우리 삶의 모습들을 굵직하게 담아냈다. 작가는 몇 해 전 직접 찾았던 개성공단의 활기 띤 모습과 정작 당사자들은 이유조차 명백해 모른 채 일방적 문닫기를 강요당해 쫓겨난 기업과 현지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 없어 소설로 그려냈다.
마지막 작품 「샤이 레이디」는 작가를 소설가로 등단시켜준 첫 소설이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끝없이 탐구하던 작가가 아들을 앞세워 찾아 들어간 미얀마 산속 원주민들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은 늦깎이 소설가의 발로 쓴 이야기이다. 우연찮게 찾아간 소수 부족 마을이 자본으로부터 비켜선 해방구이길 간절히 소원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과 자본은 인적 드문 산중의 소수 부족조차 그냥 두지 않았다.
소설 속 주인공의 아버지는 한국에서의 실패한 삶을 뒤로하고 가족과 연락을 두절한 채 깊은 산중의 소수 부족 마을로 찾아든다. 몇 해 지나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의 편지를 받아들고 찾아 들어간 아들의 행로와 아버지에 대한 심정의 변화, 이어지는 연작 「마디」에 드러난 아버지의 삶을 통해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담담히 성찰하게 한다.
「샤이 레이디」는 2015년 ‘한국소설‘ 신인상을 수상했다.
부록으로 실은 「작가의 변-소설처럼 사는 법」은 작품 해석이 아니다. 오롯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탄탄대로 ‘명의’의 길을 박차고 소위 ‘돈 안 되는’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작가의 소회를 짧게 풀어 놓았다. 더불어 소설가 전업을 마음먹은 후 4년 만에 신춘문예 2관왕을 비롯 총 열한 차례의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20여 차례 최종심에 이르는 동안 익힌 소설쓰기 노하우를 기록했다.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에게는 강단에서의 세밀한 이론 이상의 자극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싶어 사족으로 달았다.
작가 권행백 소개
권용주. 1962년 정읍 내장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전주로 옮겨와 한옥마을 남쪽, 서학동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전주고,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한방부인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업의 생활과 국제의료봉사단장직을 병행, 일중독으로 고생하다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십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진화생물학에 기초한 ‘이기적유전자 사용매뉴얼’ 등 네 권의 과학철학서를 썼다. 2015년 단편 샤이 레이디(한국소설 신인상)로 등단했다. 2016년 신춘문예 2관왕(불교신문, 광남일보)을 했다. 2017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로 뽑히고 경북일보 문학대전 금상, 재외동포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2018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였다. 3년 간 틈틈이 써둔 고향이야기를 완성하여 『한옥마을 남쪽 사람들』이라는 간판을 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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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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