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516)] 훈의 시대
김민섭|와이즈베리|246쪽|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사회』로 제도의 현실적 괴리와 사회적 균열에 대한 현대인의 무감각에 일침을 가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민섭 작가가 대학, 사회에 이어 이번에는 언어에 대한 현장 고발에 나섰다.
『훈의 시대』는 제도적 언어로 양산되는 ‘대리 인간’에 대한 김민섭 작가의 세 번째 경고이자 반론의 성명서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서는 ‘나’를 통해, 『대리사회』에서는 ‘사회’를 통해 제도 안팎의 균열을 몸소 체험한 저자는 이 책에서 ‘가르침’을 위해 ‘규정된 언어’를 통해 제도권의 경계를 탐색하고 시대적 이중성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현모양처를 강조하는 여학교 교훈부터 고객만족을 위한 최선을 필두로 한 사훈, 사는 곳으로 자신을 규정하게 하는 아파트 슬로건 등 일상에서 접하는 ‘괴물 언어’들을 ‘여혐’, ‘갑질’, ‘투기’와 같은 사회적 아노미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훈(訓)’이 어떻게 제도적 가치들을 재생산하는지, 또 ‘계몽’ 또는 ‘자기계발’로 포장되어 어떻게 개개인을 제도권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대리 인간’으로 전락시키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저자는 생애주기에 따라 우리가 거쳐가는 공간을 학교, 회사, 개인 등 3가지로 나누어, 저자가 직접 경험하거나 접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각각의 ‘훈(訓)’을 정리했다.
제1부 「욕망의 언어, ‘훈’에 대하여」에서는 ‘훈(訓)’에 대한 사전적 의미와 함께, ‘훈’이 개인과 사회에 전달되는 여러 경로와 형태를 다뤘다. 제2부 「학교의 훈」에서는 ‘교훈’과 ‘교과’로 전달되는 학교의 ‘훈’들이 어떻게 개인의 몸과 언어를 통제해 왔는지를, 제3부 「회사의 훈」에서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회사들의 사훈을 통해 외형적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는 회사들이 어떠한 언어로 유사하게 구성원들을 통제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 제4부 「개인의 훈」에서는 개인의 주거 공간,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스로 자신을 드러낸 ‘훈’ 등을 통해 개인과 현 시대의 욕망을 지적함과 동시에, 또 다른 한쪽에서 싹 틔우는 ‘주체적 인간’의 희망을 엿보았다.
저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남아있는 언어적 도그마가 변화를 원하는 개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하며, 급변하는 사회에서 구시대의 종언을 고하려면 그 시대를 지배한 언어가 종말했음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지침의 언어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스스로의 ‘훈’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일깨워 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훈’을 바꾸어간다면 우리 사회의 ‘훈’ 역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제안으로 저자 본인의 ‘훈’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작가 김민섭 소개
사회문화평론가. 1983년 서울 출생. 지방 소재 사립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재직하며,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2015)』를 썼다. 이후 대학에서 나와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대리사회』를 집필했다. 저자는 제도권의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균열에 주목하고, 그 시선을 유지하면서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와 시대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기타 저서로는 『아무튼, 망원동』, 『고백, 손짓, 연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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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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