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538)]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
프란츠 카프카 저 | 김해생 역 | 스피리투스 | 192쪽 | 11,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그레고르 잠자’가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독자들은 잠자 자신만큼이나 그 ‘변신’에 대해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충격은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오래도록 『변신』을 그리고 그것을 쓴 프란츠 카프카를 기억하게 한다. 그 강렬함만큼이나 『변신』은 위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이런 것을 쓰도록 허락받은 작가가 있다는 것을 몰랐구나!”라며 탄식했겠는가?
그런데 그 강렬함이 만들어낸 기억이 카프카에게는 그리고 아직 읽히길 기다리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게는 부당하면서도 나쁜 일이 되어버렸다. 『변신』만큼이나 강렬하고 위대한 작품들에게는 그 작품들로 이루어진 ‘카프카’에게는 말이다. 카프카를 『변신』의 작가로만 기억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카프카의 다른 작품들, 또 다른 변신들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카프카의 소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이 말하는 소설과 동물이 말하는 소설. 이중 전자, 곧 인간이 말하는 소설은 인간 존재의 숙명적 불안과 닫힌 사회의 부조리를 전해준다.
대개의 작가들이 그렇듯 카프카에게도 자전적인 작품들이 있는데, 둘 다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전혀 사랑하지 않고 사랑할 수도 없는 어떤 부자父子의 이야기인 「판결」과 법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골 남자와 문지기와의 실랑이를 그린 「법 앞에」가 그렇다. 그런데 그 세계는 “꿈과 같은 나의 내면의 삶을 서술하는 것이 다른 모든 것을 부차적으로 만들었다”는 카프카의 말처럼 함축적 은유를 통해 제시됨으로써 매혹적인 상징주의의 세계로 재창조된다.
자신과 자신의 삶을 ‘문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 카프카는 문학을 ‘기도의 형식’이자 ‘구제의 수단’으로 여겼다. 그는 문학을 통해 자유로운 인간을, 그리고 따뜻한 공동체를 꿈꿨다. 그는 문학을 통해 세계의 부정성을 넘어설 수 있으며 세상과 화해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기에 문학을 통한 ‘변신’을 믿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철창 안에 갇힌 ‘빨간페터’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다른 개들을 연구하는 어떤 개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쥐의 족속인 가수 ‘요제피네’의 노래를 듣다 보면 그러한 믿음이 그 자신에게는 허사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카프카는 유언으로 자신의 작품이 포함된 모든 서류를 불태워줄 것을 희망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의 원고를 관리했던 막스 브로트Max Brod는 이를 따르지 않고 그의 유작, 일기, 편지 등을 출판했다. 덕분에 우리는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존재의 불안과 인간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선사받을 수 있었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말했던 카프카.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그의 말마따나 날을 벼린 도끼가 되어 굳어 있는 우리의 머리와 멈춰 있는 우리의 심장을 부숴버릴 것이다.
작가 프란츠 카프카 소개
유대계 독일 작가.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이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20세기 세상 속의 불안과 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프란츠 카프카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라하의 독일어를 쓰는 중간계급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수성가한 상인으로 기골이 크고 독선적이었던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했다. 현실적이고 빈틈없는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의 모습이 몽상가에 불과했으며, 어린 카프카의 눈에 아버지는 지독한 일벌레에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사업의 성공에만 몰입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신분상승을 위해 어머니조차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는 줄곧 남의 손에 의해 키워졌고, 그의 나이 두 살 때, 그리고 네 살 때 동생인 게오르크와 하인리히가 태어났지만 곧 죽고 마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그의 나이 여섯 살 때인 1889년 여동생 엘리가, 또 1년 뒤에는 발리가, 그리고 그 2년 뒤에는 오틀라가 태어나지만, 이 세 자매 역시 제2차 세계 대전의 광기에 희생당하고 만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들의 잇단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의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상인의 기질이 보이지 않자 독일계 인문 중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 이곳에서 카프카는 '루돌프 일로비, 시오니스트 후고 베르크만, 에발트 펠릭스 프리브람, 오스카 폴락 등 평생을 두고 교유하는 몇 명의 중요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1901년 프라하의 카를 페르디난트 대학에 진학한 카프카는 주로 문학과 예술사 강의에 흥미를 보였으나,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1906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1년간의 수습 기간을 마친 뒤 일반 보험 회사에 입사한다. 1908년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죽기 2년 전인 1922년까지 그곳에서 법률고문으로 근무하는 한편, 오후 2시에 퇴근하여 밤늦도록 글을 썼다.
이 무렵 유럽의 노동 환경은 무척 열악했다. 카프카는 공무 출장과 노동자들과의 접촉 등 이곳에서의 업무를 통해 관료기구의 무자비성,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와 이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내면을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카프카가 자신의 작품에서 개인의 소외와 무력감에 대해 보여주는 깊은 통찰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19년 각혈을 했으나 의사의 진찰을 거부하다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요양소와 여동생들의 집을 전전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한 도라 디만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비로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삶의 애착과 행복을 경험한다. 도라는 그의 곁을 밤낮으로 지키며 간호했지만 1924년, 병약하고 내향적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출세,결혼 등의 중압감에 쫓기며 글을 쓰다가 폐결핵에 영양부족까지 겹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카프카는 평생 불행하게 지냈다.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인에게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유대인들로부터는 시온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다. 생전에 카프카는 출판업자들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렸으며, 발표된 작품들도 대중의 몰이해 속에 거의 팔리지도 않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보낸 유서에서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줄 것을 부탁했을 만큼 쓰는 것 외의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타계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12년에 『실종자』(후에 『아메리카』로 개제), 『변신』을 쓰기 시작했고, 1914년에는 『유형지에서』와 『심판』 집필에 들어갔다. 1916년에는 단편집 『시골 의사』를 탈고했다. 1917년에 폐결핵이 발병하여 여러 곳으로 정양을 다니게 되고, 1922년에 『성』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결국 폐결핵으로 1924년에 빈 교외의 키어링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변신』 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성城』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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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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