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584)] 시스터스 브라더스
패트릭 드윗 저 | 김시현 역 | 문학동네 | 368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북미 문학계를 대표하는 차세대 작가 패트릭 드윗의 장편소설.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총독문학상을 포함해 4개 상을 수상했고 2018년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제7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각종 청부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찰리 시스터스와 일라이 시스터스 형제는 ‘제독’으로 불리는 고용주의 재산을 빼돌린 금 채굴꾼 허먼 커밋 웜을 찾아내 죽이라는 의뢰를 받고, 서부 해안을 따라 오리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얼른 이런 생활을 정리하고 평화로운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은 일라이는 다혈질에 주정뱅이면서 제독에게는 유독 충성하는 형 찰리가 못마땅하다. 이번 일만 끝나면 그와 갈라설까 싶지만 집을 떠나온 지 오래라 달리 갈 곳도 없는 신세.
야영중에 독거미에 물리고, 마녀 같은 노파에게 저주를 받고,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곰을 얼결에 사냥하고, 안 그래도 상태가 시원찮은 말이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창백한 얼굴의 여인과 금세 사랑에 빠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샌프란시스코는 각지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모여든 온갖 부류의 인간이 득시글거린다. 설상가상 먼저 도착해서 이들을 안내해주기로 한 제독의 부하 모리스는 행방이 묘연하다. 달갑지 않은 만남과 사건이 잇따라 피비린내를 불러오는 가운데, 형제의 앞길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서부개척시대의 인간군상을 풍자적인 필치로 그려내며 폭력과 유머가 공존하는 매 장면마다 영화를 보는 듯 경쾌한 리듬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시스터스 브라더스』는 카우보이모자와 권총, 황야의 결투, 도덕보다 돈이 앞서는 무법지대, 말을 타고 나아가는 고독한 여정 등 웨스턴 장르의 소재와 공식을 충실히 담아내는 한편, 현대적인 블랙유머가 돋보이는 대사와 다층적인 인물 묘사로 입체감을 더한다.
정의로운 해결자 대신 살인과 폭행을 일삼는 악당을 화자로 내세운 피카레스크 소설이지만 장르의 전형성과는 거리가 멀다. 험상궂은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감상적이고, 하는 짓은 무자비할지라도 나름의 윤리관에 따라 행동하며, 사색적이다 못해 때로 과할 만큼 로맨틱해지는 일라이는 자칫 좌충우돌 모험담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끌고 간다.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위기가 닥치면 더없이 끈끈해지는 형제의 관계는 페이소스 넘치는 소극을 보는 듯하고, 금전적 이해관계로 쫓고 쫓기던 이들이 모종의 이유로 서로 의기투합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서부극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개로 색다른 여운을 남기는 결말 역시 패트릭 드윗이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완급 조절에 능한 이야기꾼임을 보여준다.
일라이가 막연하게 찾아헤매던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것은 명성도 부도 아니었으니, 피비린내 나고 모래가 씹히는 듯한 삭막한 여정을 함께한 독자들은 마지막에 이르러 강바닥의 사금처럼 반짝이는 인생의 진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패트릭 드윗 소개
1975년 캐나다 밴쿠버 출생, 미국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을 거쳐 현재 아내와 아들과 함께 오리건에 살고 있다. 2009년 첫 소설 『세정식』이 뉴욕 타임스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었고, 2011년 발표한 『시스터스 브라더스』가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총독문학상을 비롯해 로저스 문예재단 소설상, 스티븐 리콕 상, 캐나다 작가협회상을 수상하고 맨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며 북미 문학계를 대표하는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았다. 정통 서부극에 블랙코미디의 향취를 더해 서부개척시대의 인간군상을 그려낸 이 작품은 2018년 자크 오디아르 감독, 와킨 피닉스, 존 C. 라일리, 제이크 질런홀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제7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언더메이저도모 마이너』 『프렌치 엑시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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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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