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597)] 배드 블러드
존 캐리루 저 | 박아린 역 | 와이즈베리 | 468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집에서 직접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 테라노스의 캐치프레이즈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특히 저렴하고도 편리하게 질병을 발견 및 예측해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창립자 엘리자베스 홈즈의 말은,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에게 숭고하게까지 받아들여졌다.
『배드 블러드』는 2015년 기업가치 10조 원에 육박하던 美실리콘벨리의 벤처 기업 테라노스의 투자사기 의혹과 몰락의 과정을 다룬 논픽션이다. 이 책은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르포 전문 기자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에서 퇴사한 직원 60명을 포함해, 약 150명이 넘는 사람과 진행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테라노스 기술의 실체와 실패 과정, 거짓과 공포로 뒤덮인 사내 환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한 수 많은 눈먼 돈들이 방황한다는 실리콘밸리 금융과 자본의 어두운 현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의심스러운 기술에 대해 정부와 언론, 대중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파헤쳐본다. 빌게이츠는 2018년 최고의 도서로 이 책을 추천하면서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미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 받는 생체 기술 스타트업이었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피 한 방울로 280여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발명해 제 2의 스티브 잡스’, ‘제 2의 저커버크’ 등으로 불리며 일약 실리콘벨리의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전 美 국무장관 조지 슐츠와 헨리 키신저 같은 권위 있는 인사들이 테라노스에 투자하거나 이사로 영입되었고, 월그린, 세이프웨이 등 미국에만 수천 개 매장을 갖고 있는 대기업뿐 아니라 미국 군대까지도 테라노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테라노스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저자는 2015년 초, 우연히 얻은 한 정보를 통해 테라노스에 대한 의혹을 품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약 150여 내부 고발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엘리자베스 홈즈와 회사 운영진들이 저지른 각종 비행과 증거들을 파헤쳤고, 그 결과 테라노스의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사기였음을 밝혀냈다.
테라노스 스캔들은 가짜 기기 의료기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을 구해 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배드 블러드』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순간에도 부와 권력을 쫓았던 기업인의 도덕성에 대해 꼬집으며, 모두가 꿈꾸는 희망적인 기술 앞에서 진실을 보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작가 존 캐리루 소개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다. 1994년 듀크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1999년에 「월스트리트저널」에 입사했다. 2015년 말 캐리루는 엘리자베스 홈즈가 창업한 최첨단 스타트업 기업 ‘테라노스’에 의혹을 품기 시작한다.
언론과 미국의 많은 저명인사들은 하나같이 테라노스와 젊은 CEO를 극찬하기 바빴지만, 캐리루는 갖은 방해 공작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한 끝에 테라노스의 사기극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수많은 이의 목숨을 구한 이 혁혁한 성과로 캐리루는 금융 보도 부문 ‘조지 폴크상’을, 탁월한 기업 및 금융 보도 부문에서 ‘제라드 롭 최고 보도상’을 받았으며, 기업 탐사보도 부문에서는 ‘바를레트 & 스틸 실버상’을 수상했다. 현재 그는 브루클린에서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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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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