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15)] 남방큰돌고래
안도현 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192쪽 | 12,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연어』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어른과 청소년 모두에게 순수 지향의 동심을 들려주었다. 『남방큰돌고래』에서 독자들은 안시인의 한결 원숙해진 필체와 폭넓은 철학적 사유를 만날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사람들에 의해 불법으로 포획되었다가 자유를 찾은 한 소년기 남방큰돌고래를 모델로 하고 있다. 그 돌고래의 이름이 ‘체체’. 체체는 인간이 쳐놓은 그물에 포획되어 길들여져서 쇼돌고래로 전락했다가, 특별한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제주 바다로 돌아간다. 여기까지는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제주바다로 야생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사건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가져온 것.
『남방큰돌고래』는 시인 특유의 상상력을 발동하여 현실에서 훨씬 더 나아간다. 고난을 겪고 훨씬 성숙해진 체체는 야생의 제주 바다에 적응하며 여러 사건을 겪는다. ‘나리’라는 암컷 돌고래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임종을 맞이한 할아버지 돌고래의 유언 ‘마음의 야생지대’를 듣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감행한다. 남태평양까지의 모험을 통해 ‘체체’는 한 차원 높은 정신의 자유를 얻게 된다.
시점과 문체에 변화를 주어 전체 서사에 적당한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 이 작품은 계통적으로는 성장 모험담이면서 한편으로는 거의 모든 동화가 그러하듯이 판타지에 해당한다. 은유와 잠언이 적절히 배치된, 이 재미있는 동화 『남방큰돌고래』는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읽을 경우 이 이야기는 환경 보호, 전쟁 반대, 평등, 페미니즘, 동물의 권리, 동물해방, 해양쓰레기 투기 반대 같은 목적적인 의미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안도현 시인은 그런 시대적이거나 구호적인 의미를 넘어서, 지구라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자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지구와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열린 시각에서 체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 안도현 소개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비롯해 『북항』까지 10권의 시집을 냈다. 소월시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받았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 『기러기는 차갑다』 등의 동시집과 다수의 동화를 쓰기도 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15개국의 언어로 해외에 번역 출간되었다. 최근에는 『백석평전』, 『그런 일』 등의 산문을 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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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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