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19)] 꼬리박각시
줄리 에스테브 저 | 이해연 역 | 도서출판 잔 | 176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꼬리박각시』의 신경이 날카롭게 선 듯한 문장은 그 하나하나가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응축되어 있다. 주인공 롤라 또한 이러한 문장을 꼭 닮았는데, 문체와 등장인물의 일체감이 문학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인공 롤라는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허벅지에 꽉 끼는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딛고 몸을 휘청거리며 어둠이 내린 파리 밤거리를 방황한다. 롤라에게 섹스는 망각을 위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잊기 위한, 파리라는 근사한 도시에서 자신을 소외시킨 사회의 이중 잣대와 남성 사회에 복수하기 위한 수단이다. 어느 장소든 누구든 상관없다. 롤라는 그들과 몸을 섞고 그들의 손톱을 잘라 모은다. 그것으로 겨우 하루를 버틸 수 있다. 그러던 중 한 남자를 만난다. 이웃집으로 이사 온 도브다. 그는 롤라와 가까워지려 하고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한다. 롤라도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감정으로 그와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붉은 가로등 불빛을 향해 날갯짓하는 나방.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뜨거운 불빛을 향해 밤하늘을 팔랑거리며 날아오르는 걸까? 『꼬리박각시』는 불빛을 향해 날갯짓하는 나방처럼 파리 밤거리를 휘청거리는 여자 롤라에 대한 대담하고 실험적인 소설이다.
롤라가 술에 취해 거리를 돌아다니며 만난 남자와 망각을 위한 섹스를 하고 그들의 손톱을 잘라 유리병에 보관한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어른이 되어 실연이 되고 상실이 되어 그 아픔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에 쾌락으로 내몰린, 전부를 잃고 몸뚱이밖에 남지 않은 여자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치료제다. 그리고 썩지 않는 손톱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의식의 결과물로 남는다.
저자 줄리 에스테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해냈다. 소설은 독자가 한 여자의 나방 같은 삶을 바라보며 충격받고, 꽁꽁 숨겨진 욕망으로 모호한 표정을 짓게 만든다.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책을 디자인했다. 소설의 제목이자 소재가 된, 롤라를 대신하는 나방을 표지에 그려 넣었고, 뒤표지에는 꼬리박각시의 속날개를 크게 확대하여 추상화처럼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모호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롤라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사는 실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저마다 상처를 입고 치료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누군가를 찾으며 망각을 위한 즐거움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 종류와 정도만 다를 뿐.
작가 줄리 에스테브 소개
1979년 프랑스 파리 출생. 2004년 파리소르본대학(Paris IV-Sorbonne University)에서 예술학(Art History) DEA 수료 후 현대미술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꼬리박각시』는 첫 번째 소설이며 독일에서는 『Lola』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최근 『Simple』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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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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