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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20)] 소년이로

[책을 읽읍시다 (1620)] 소년이로

편혜영 저 | 문학과지성사 | 256|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국형 서스펜스의 최선두에서 끝없는 도약을 일궈온 편혜영의 소설집 소년이로. 작가의 열번째 책이자 다섯번째 소설집으로 밤이 지나간다이후 6년 만에 그간의 단편소설들을 묶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뉴요커에 게재되면서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이끌어낸 식물 애호와 현대문학상 수상작 소년이로가 실렸다. 작가는 장편소설 로 지난 2017년 셜리 잭슨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 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증명해낸 바 있다.

 

표제작 소년이로는 주자의 문집에 수록된 시 소년이로학난성의 앞부분을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흔히 소년은 늙기 쉽지만 학문을 익히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로 잘 알려져 있다. 소년이 어른이 된다는 변화에 초점을 두고 보았을 때 소년이로가 작품집 제일 앞에 놓인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나이 들어버린 소년, 즉 소설 속에서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도 의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걸까. 편혜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삶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해도 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너무나도 다정하던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며 그 다정함을 잃어가고(다음 손님), 성실히 일했을 뿐인데 속수무책으로 큰 부상을 입게 되고(원더박스), 용량대로 제초제를 사용했지만 왜인지 마당은 엉망이 되어버린다(잔디). 상상도 못 한 일 앞에서 우리는 온몸이 굳어버린 듯 당황하고, 더러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결국 하나의 질문에 집착하기에 이른다. 대체 누구 잘못이냐고, 누구의 잘못으로 내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냐고.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일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 옆에는 그들의 허우적거림을 지켜보는 자들이 있다. 도대체 누구 잘못이냐고 묻는 수만 옆에 그렇다면 나는 누구 잘못으로 종일 간병을 하느냐고되묻는 소영(원더박스),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처남의 잘못을 왜 변호하고 다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지명(개의 밤), 유준의 집이 망해가는 걸 가까운 곳에서 모두 목격한 소진(소년이로)이 그들이다. 그리고 이 지켜보는 자들 역시 삶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선다.

 

편혜영의 소설들은 마치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처럼 인물들의 눈앞에 뿌연 막을 드리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 앞에 놓인 사건 사고들의 원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인생에 드리웠던 장막이 조금씩 걷히고 숨겨져 있던 진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삶의 어둠을 지워내려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편혜영의 문장과 만나 독자들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고 작품 속 추리극에 동참시킨다. 일단 발을 들이면 이 난제의 답을 찾을 때까지 누구도 쉽게 빠져나갈 수 없다. 우리는 작가가, 아니 삶이 만들어놓은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작가 편혜영 소개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을 수상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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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