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77)] 혼자가 아니야
식물, 동물을 넘어 문명까지 만들어내는 미생물의 모든 것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 저 | 양영란 역 | 석영재 감수 | 갈라파고스 | 520쪽 | 2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생물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꼬물꼬물 기어 다니고 병을 옮길 것 같은 생물? 19세기 동안 내내 미생물은 무엇보다도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만 조명되었다. 데 바리는 1861년에 균류가 감자의 노균병 같은 질병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루이 파스퇴르는 부패나 질병의 매개자로서 미생물을 연구했다. 로베르트 코흐는 박테리아가 탄저의 원인임을 발견했으며, 이어서 결핵 또한 박테리아가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미생물의 세계에 대한 혐오감을 야기했다. 그 결과, 대단히 부당하게도, “미생물”이라는 용어는 거의 전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식물과 동물이 미생물과의 공생에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은 매우 서서히 부상했다. 이렇듯 미생물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진화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다. 그러자 비로소 미생물의 공생생물로서의 역할이 광범위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물들은 사실상 혼자가 아니라 미생물들과 함께 살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는 서로 좋은 관계로 함께 살아가는 상리공생에 대해 연구하는 미생물학자다. 미생물의 세계가 가진 무궁무진한 풍부함과 생명체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미생물에 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겨내고 이 세상을 존재케 하는 연결고리로서 미생물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미생물은 전부 크기가 매우 작은 탓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고, 그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소홀히 하기 쉽다.
이 책은 우리의 육안으로 보이건 보이지 않건, 우리에게 알려져 있건 잘 알려져 있지 않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 속으로 들어가는 생물의 세계로의 여정인 동시에 과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탐구 작업이다. 그 여정이 막바지에 가까워질수록 보이지 않는 것이 힘을 얻게 되고, 우리를 둘러싼 생명체, 일상적인 습관, 생태학적 과정들이 상당 부분 미생물에 의해서 구축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종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미생물의 기능과 마찬가지로, 그 다양성과 세심함으로 독자들을 매혹시키고 놀라움을 안겨줄 것이다.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는 놀라운 미생물의 세계에 대한 여정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대형 생물체들뿐만 아니라 집단, 공동체, 심지어 문명이라는 큰 단위에도 무수히 많은 미생물들이 깃들어 살고 있다. 이 작은 미물들은 큰 생명체들이 제대로 기능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생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다윈식 약육강식의 논리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상리공생의 관계를 더 많이 맺고 있다는 것이다. 공생 관계를 맺은 파트너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상대에게 보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합을 통해 새로운 기능까지 만들어낸다.
이러한 상승작용은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변화시키며, 한쪽이 다른 쪽에게 영향을 주고 또 그 반대도 성립하는 진화인 공진화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어떤 동물은 ‘식물형 동물’이 되는가 하면, 미생물들이 동물이나 식물에게 의존하면서 이들의 확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미생물은 그저 유해하기만 한 존재들이 아니다.
이 책에 적힌 모든 구절들이 우리에게 외친다. 생태계와 천연자원, 그 중에서도 특히 식생활과 관련된 자원의 관리 또한 미생물을 고려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고, 우리의 건강 자체와 현대 의학의 전망이 거기에 달렸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가 상실한 미생물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미생물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미생물에 대한 것이면서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려주는 이 책은 자율적인 완전체라는 고정관념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내 보여준다. 생명체의 각 기능은 저마다 가진 공생 미생물들에 의해 탄생한다. 이렇듯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존재들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이 뿜어내는 무엇인가로 구축되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 덕분에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작가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 소개
1968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국립 자연사 박물관과 폴란드 그단스크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프랑스 식물 학회 회장이다. 균류와 미생물, 생태학, 진화와 관련된 상리공생에 대해 연구한다. 자연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저널이자 국제 과학 저널인 ‘종’의 편집장이기도 하며 강의와 다큐멘터리, 기사를 통해 과학 지식을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다. 『공생 : 구조와 기능, 생태적 및 진화적 역할』을 썼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읍시다 (1679)]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0) | 2019.08.28 |
---|---|
[책을 읽읍시다 (1678)] 당신을 믿어요 (0) | 2019.08.23 |
[책을 읽읍시다 (1676)] 덕규의 끄덕끄덕 드로잉 (0) | 2019.08.14 |
[책을 읽읍시다 (1675)] 햇빛공포증 (0) | 2019.08.09 |
[책을 읽읍시다 (1674)] 작은마음동호회 (0) | 2019.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