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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80)]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책을 읽읍시다 (1680)]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저 | 문학동네 | 296| 13,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흥미로운 장면, 멀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어쩌다 발견하게 되는 낯선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하여 아주 내밀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세계를 일구고 있는 김금희의 세번째 소설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작가의 새로운 성취가 아홉 편의 소설마다 편편이 빛난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이곳을 무대로 삼아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품고 있는 복합적인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표제작 오직 한 사람의 차지는 아내와 장인의 눈치를 보며 힘들게 1인 출판사를 운영하다 사업을 정리해야 했던 의 모욕감과 상실감을 그린다. ‘낸내라는 아이디를 쓰는 독자로부터 책에 대한 때늦은 컴플레인을 받은 는 비밀스러운 매력을 지닌 낸내를 알아가며 기이한 활기를 얻게 된다.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에 안착하고자 하는 아내와 장인에게 반감을 갖고 있으나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데 자괴감을 느끼던 중, 낸내에게 자기 세계에 대한 충만과 고독, 그리고 왠지 모를 열패감이 뒤섞인 이상한 동질감을 느낀 것. 하지만 낸내의 정체가 선명해질수록 의 마음속 환상과 낭만도 한 꺼풀씩 벗겨진다.

 

이처럼 김금희 소설은 느닷없이 치밀어오르는 기억과 감정을 끝내 잠재우지 못해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 애잔한 인물들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준다. 2017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체스의 모든 것은 한번 창피한 일을 겪으면 집요하게 그 모멸감을 되새기며 자조와 자학에 빠지는 노아 선배, 무신경함을 가장한 강인한 자세로 모멸을 이겨나가고자 하는 국화의 대학 시절 교류를 그린다. 그들이 각자의 고집대로 체스를 두기 위해 대치하는 모습은 작가의 사유를 통과하며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으려는 의지로 확장된다.

 

같은 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 문상은 가까운 이의 죽음에서 비롯된 죄책감이 폭력적으로 발현되는 장면을 포착한다. 그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간직한 은 타인을 위로하기 위해 떠난 문상길에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조금씩 보듬게 된다.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는 예민한 기질을 지녔지만 의외로 여린 마음으로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사장, 사장의 비밀을 눈치채버린 아르바이트생 의 교감이 점차 진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동조자의 위치에 있던 가 사랑이 끝난 후 남은 감정을 이어받아 완결시키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모리와 무라숙부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정갈한 태도를 지키며 살아왔지만 왠지 그에게는 숨겨진 일면이 있을 것만 같아 미심쩍다. 소설은 그런 숙부가 고독하게 감당하고 있던 죄책감을 드러내며, 비정한 생이 결과적으로 그를 고통에서 해방시켰다면 그것은 또다른 형태의 자비로움이 아닐지 묻는다.

 

레이디는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려 한 두 소녀의 맑은 마음과, 그 시절 순수했던 만큼 쉽게 깨어져버리곤 했던 관계의 기적 같은 불행을 하나의 화폭 위에 절묘하게 겹쳐 보인다.

 

김금희의 인물들이 겪는 동요는 우리가 살아가는 한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내밀한 고통과 합동처럼 꼭 닮았다. 그러면서도 소설이 그리는 내면의 술렁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히 김금희표라고 명명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발산하는 매력 덕분이자, 그런 인물들이 자신만의 생생한 목소리로 복합적인 인간 내면을 차근차근 이해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설은 얽혀 있던 감정의 타래를 풀어내 독자와 소설 속 인물을 소통시키는 심퍼사이저(sympathizer)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래서 우리는 김금희의 소설을 읽으며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한층 명료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작가 김금희 소개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가 있다. 2015,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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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