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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83)] 빛의 과거

[책을 읽읍시다 (1683)] 빛의 과거

은희경 저 | 문학과지성사 | 360|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국 문학의 빛나는 고유명사, 은희경의 신작 빛의 과거. 태연한 인생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로 깊이 숙고해 오랫동안 쓰고 고쳤다. 2017년의 , 작가인 오랜 친구의 소설을 읽으면서 1977년 여자대학 기숙사에서의 한때를 떠올린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그때는 너무나 다르다.

 

이야기는 중년 여성 김유경이 오랜 친구 김희진의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읽게 되며 시작된다. 대학 동창인 그들은 절친하다거나 좋아하는 친구라고는 말할 수 없고, 끊어진 건 아니지만 밀착될 일도 없는 어쩌다 보니 가장 오랜 친구가 된 묘한 관계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으나 전혀 다르게 묘사된 김희진의 소설 속 기숙사 생활을 읽으며, 김유경은 자신의 기억을 되짚는다.

 

기숙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룸메이트다. 타의에 의해 임의로 배정된 네 명이 한 방을 쓰는데 임의의 가벼움에 비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은 터무니없이 크다. 국문과 1학년 김유경의 322호 룸메이트는 화학과 3학년 최성옥, 교육학과 2학년 양애란, 의류학과 1학년 오현수다. 최성옥과 절친한 송선미의 방인 417호 사람들(곽주아, 김희진, 이재숙)과도 종종 모이곤 한다.

 

1977년의 이야기는 3월 신입생 환영회, 봄의 첫 미팅과 축제, 가을의 오픈하우스 행사 등 주요한 사건 위주로 진행된다. 김유경의 서사가 굵직하게 이어지는 사이사이, 322호와 417호의 룸메이트인 일곱 여성들의 에피소드도 다채롭게 전개된다.

 

여러 문학평론가가 언급하듯, 한국 문학이 어떤 인물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근원적인 고민을 드러낸다고 할 때 많은 경우 그 인물앞에는 은연중 (남성)이라는 괄호 속 함의가 있었다. 여성들은 문학 속 ‘(남성) 인물에 젠더를 교차해 자신을 이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의 경험에 중실한 입사 이야기”(신형철)빛의 과거는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이입의 거리를 좁힌다.

 

풍부하게 묘사된 문화적 풍경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맛동산과 인디안밥과 티나크래커, 밀감을 차려놓은 입사 환영식에서부터 알릿사’ ‘롯데’ ‘베르테르같은 세계문학 속 남녀 주인공 이름을 적어 미팅 파트너를 정하는 방식, 카세트플레이어로 듣던 에프엠 방송 밤과 음악 사이, ‘대학가요제’ ‘싱어롱 다방’ ‘음악감상실’, 찻집 로터리 다방〉〈가무, 경양식집 세실, 은파여관등 시대를 대표하는 고유명사들을 포함한 은희경 특유의 세심한 디테일은 그 시대를 직접 겪은 독자들에게는 물론이고 겪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응답하라시리즈를 보는 듯한 사소하고 정겨운 기쁨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은희경은 갓 성년이 된 여성들이 기숙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친 첫 다름섞임의 세계를 그려낸다.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통해 다양하며 입체적인 여성 인물들을 제시하고 1970년대의 문화와 시대상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무엇보다 회피를 무기 삼아 살아온 한 개인이 어제의 기억과 오늘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민낯을 직시하여 담담하게 토로하는 내밀한 문장들은, 삶에 놓인 인간으로서 품는 보편적인 고민을 드러내며 독자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그렇게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는 은희경이라는 필터를 거쳐 오늘, 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작가 은희경 소개

 

1995동아일보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중국식 룰렛,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이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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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