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87)] 늙은 소녀들의 기도
이경희 저 | 폭스코너 | 308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늙은 소녀들의 기도』는 국가와 개인의 폭력에 희생당한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성폭력에 짓밟힌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여기자 하림은 미군에게 폭행당한 기지촌 여성에 대해 취재하다 윗선의 압박과 공권력의 방치, 세상의 무관심 앞에 좌절하고 만다. 그녀는 아버지가 죽은 지 이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폭행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엄마의 입원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옥상에서 민자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함께 맞담배를 피우며 하림은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된 오키나와 노역에 갔다가 상흔을 입은 할머니의 사연을 듣게 되고, 할머니는 하림이 정의감 강한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몇 차례의 옥상 회동을 통해 서로를 신뢰하게 되었을 때, 민자 할머니는 자신이 돌보고 있는 순이 할머니에게 하림을 데려간다. 그리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순이 할머니의 수첩과 간절한 부탁을 떠안게 된다. 그녀가 건네준 수첩에는 ‘위안부’로 살았던 그 지옥 같은 나날들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었고, 순이 할머니는 자신을 학대한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데려와달라고 청한다.
하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자신 역시 가부장제의 피해자 중 하나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악과 불의에 분노하는 한 인간으로서 그 부탁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일본어에 능통하고 자신을 연모하는 후배 기자 기찬과 함께 일본으로 가서, 진실을 인정하고 사죄를 구할 수 있는 자를 하나라도 찾기 위해 분투한다. 과연 그녀의 시도는 성공을 거두고 늙은 소녀들의 기도는 응답받을 수 있을까.
『늙은 소녀들의 기도』는 이야기 전반에 아로새겨진 폭력과 상처로 그득하다. 그 아픔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고, 그런 아픔을 치유해주기는커녕 여전히 후벼 파려는 이들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죄는커녕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자발적인 성매매라 우기는 일본의 열성 우익들은 물론이고, ‘위안부’ 문제를 여성의 도덕성 문제로 재단하려는 극우주의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이다. 또 피해자였음에도 오히려 세간의 눈총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지를 전전해야 했던 여성들의 서사를 통해 소수자에 대해 위선적인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도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 이경희 소개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8년 [실천문학]에서 단편소설 「도망」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도베르는 개다』, 『부전나비 관찰기』, 단편 테마 소설집『1995』, 중편 테마 소설집『선택』, 장편소설 『기억의 숲』, 『불의 여신 백파선』, 산문집『에미는 괜찮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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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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