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83)]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이 펼쳐낸 인류의 자서전 피 땀 눈물의 연대기
윤성원 저 | 모요사 | 384쪽 | 3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보석은 한 개인의 취향을 드러나는 장신구에 불과하지 않다. 보석은 인류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여 우리의 사는 모습을 바꾸어왔다. 이 책에는 고대 이집트의 끝자락부터 러시아 혁명까지 약 2천 년간 역사의 전환점에서 보석이 등장한 중요한 순간을 다룬다.
2020년이 시작될 때, 산뜻하고 경쾌한 숫자 조합만큼 새로운 기대에 부풀었던 우리는 2020년이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린 ‘코로나19’의 해로 기록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전염병의 이름으로 쓰이지 않았다면, 코로나는 태양의 빛무리로, 빛나는 왕관의 어원으로 영원히 기록되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염병의 공포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5백 년 전, 스페인 정복자로부터 유입된 천연두는 맹렬한 기세로 아메리카를 집어삼켰다. 그 와중에 콜롬비아의 아름다운 마을 포파얀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꿋꿋하게 지켰고, 신기하게도 이 마을만은 천연두에 희생되지 않았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감사의 뜻으로 금과 에메랄드를 모았고, 성모상에 장식할 ‘왕관’을 제작했다. 전통 방식으로 두껍게 세공한 황금에 총 443개의 에메랄드가 박힌 ‘안데스의 왕관’이다(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왕관이다).
하지만 이 빛나는 돌이 늘 승리와 영광을 상징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보석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프랑스 대혁명과 단두대의 칼날을 피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왕가의 장녀 마리 테레즈가 오스트리아로부터 가져온 앙투아네트의 진주 펜던트, 귀걸이, 목걸이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이 봉인된 이니셜 반지였다. 아마도 그녀의 보석엔 처참한 비극으로 끝난 루이 16세 일가의 피와 눈물이 서려 있을 터이다.
이처럼 금과 보석은 역사의 변곡점마다 가장 작고 빛나는 모뉴멘트로서 착용자의 영광과 몰락의 순간을 함께했다.
이 책의 저자 윤성원은 ‘주얼리 스토리텔러’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다. 해마다 크리스티, 소더비의 주요 경매는 물론이고 뉴욕, 라스베이거스, 홍콩의 주얼리 페어를 취재하고, 세계적인 보석 딜러들과 만난다. 까르띠에, 불가리, 롤렉스, 티파니 등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들에서는 앞다퉈 그녀를 초빙해 생생한 체험이 담긴 강연을 듣는다. 우리나라에서 보석이 담고 있는 스토리를 그녀보다 더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전문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주 펜던트,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진주 귀걸이, 록펠러 가문의 에메랄드 반지,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의 부인 알렉산드라 황후의 파베르제 브로치 등 그녀가 직접 만져보고 착용해본 세기의 주얼리도 부지기수다. 그녀와 얘기하다보면 진주,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등 각종 귀보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호프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저주의 보석, 대항해 시대의 채굴 잔혹사, 영국과 스페인의 역대급 보석 경쟁 등 보석을 둘러싼 신기하고 기묘한 역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 책에는 고대 이집트의 끝자락부터 러시아 혁명까지 약 2천 년간 역사의 전환점에서 인간과 보석이 거쳐 간 행보가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집트를 지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큰 진주를 식초에 타서 마셔버린 클레오파트라, ‘결혼반지=다이아몬드’라는 등식의 주춧돌이 된 최초의 약혼반지, 무굴 제국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코이누르 다이아몬드, 대항해 시대에 스페인과 영국을 맞붙게 한 신대륙의 진주와 에메랄드,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 영국의 낭만주의 시대에 꽃핀 보석으로 쓴 연애시,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가까이서 지켜본 파베르제의 부활절 달걀, 그리고 청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서태후의 비취…….
특히 세계의 역사를 바꾼 혁명과 전쟁, 식민지 개척 등 인간의 파괴력이 응집되면서 보석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클레오파트라 7세, 엘리자베스 1세, 예카테리나 2세, 빅토리아 여왕 등 세계의 여성 리더들이 어떻게 보석을 수단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는지 그 차이를 비교해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작가 윤성원 소개
주얼리의 보석학적 정보, 역사,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경영학 박사.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 중 광고회사 AE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동통신 마케터로 전향했으나, 보석의 매력에 빠져 뉴욕으로 건너가 감정, 디자인, 세공을 공부했다. 귀국 후에는 개인사업을 거쳐 주얼리 칼럼니스트와 주얼리 컨설턴트로서 끊임없이 콘텐츠를 창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석 전도사’, ‘주얼리 스토리텔러’라는 수식어로 통한다.
저자는 매년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와 뉴욕, 라스베이거스, 홍콩의 주얼리 페어 및 세계적인 보석 딜러, 디자이너 브랜드를 방문해 그들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주얼리의 가치와 역사를 체득했다. 덕분에 하이 주얼리 전문가로서 까르띠에, 불가리, 롤렉스, 티파니 등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에 초빙되어 보석 강의 시장의 개척자로 활약하고 있다. 보석 스토리를 보다 대중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백화점 아카데미와 기업체, 갤러리, 방송에서도 강연한다.
한편 국내 주얼리 산업에 대한 애정으로 2013년부터 디자이너 주얼리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얼리 프로젝트 그룹 더쇼케이스랩을 설립해 국립발레단과 앙상블 디토 등 문화예술계와도 지속적으로 협업 중이다. 지난 3년간 LG생활건강 ‘오휘 더 퍼스트 제너츄어’의 스토리 자문을 맡아 주얼리 에디션 10점을 탄생시키며 K-뷰티의 위상을 한 차원 높이는 데 일조했다.
2014년부터는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신소재공정공학과 보석학 전공(구 보석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보석업계의 융합적인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 『잇 주얼리』,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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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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