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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11)] 스노볼 드라이브

[책을 읽읍시다 (1911)] 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저 | 민음사 | 236|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조예은 신작 장편소설 스노볼 드라이브. 스노볼 드라이브는 피부에 닿자마자 발진을 일으키고 태우지 않으면 녹지 않는 방부제 눈이 내리는 재난의 시기를 배경으로 10대의 절반이 눈 아래 묻힌 채 성인이 되어 버린 두 인물의 시간들을 애틋하고도 경쾌하게 그려 낸 조예은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소설가 조예은은 전작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를 통해 일상에 침투한 작은 종말의 조짐들을 꾸준히 그려 왔다. 이번 소설에서는 그 무대를 전 세계로 확장해 재앙 후의 일상이라는 길고도 막막한 삶의 아이러니를 한층 치열하게 보여 준다.

 

다 망해 버리기를 습관처럼 중얼거리던 일상과, 바람대로 세상이 무너져 버린 뒤에야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아이러니. 전 인류적 재앙이 낯설지 않은 지금이 모루와 이월의 여정을 바로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때일 것이다.

 

스노볼 드라이브는 재앙이 일상이 되었을 때 억압과 절망이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방부제 눈은 점점 많이 내려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모두 덮어 버린다. 온통 흰 눈뿐인 도시는 슬프게도 아름답지만 예쁘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 아무도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눈을 소각해 없애는 작업장인 센터에서는 두 주인공 모루와 이월처럼 10대의 절반이 지워진 20대 초반 직원들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들은 함께 자고 함께 밥을 먹고 같은 통근버스를 타고 센터를 오가며 꼭 학교생활을 다시 하는 것 같다고 느끼지만 어쩐지 즐거우면 안 될 것 같아 학생들처럼 자주 웃지 못한다. 내가 웃고 있는 이 시간에도 센터 한구석에서는 직원들이 눈사태로 실종되고 직원의 실종 같은 작은 일에는 구조대가 출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눈에 묻혀 죽음을 맞은 동료의 얼굴을 어느 날 작업 중에 마주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을 눈앞에 두고도 더 이상 아름답다 말하지 못하는 것, 재앙이 삶 깊은 곳까지 침투했을 때의 가장 비참한 결과다.

 

주인공 모루는 스노볼이라는 의외의 단서를 남기고 실종된 이모의 흔적을 찾아 센터에 남기로 한다. 고된 작업, 건조함에 부르트는 살, 매일 눈 속에서 마주해야 하는 사체들. 그럼에도 이모가 다른 사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낼까 봐 모루는 온갖 쓰레기가 모여드는 센터를 떠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모루와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이월이 센터에 취직한다. 이월로부터 새롭게 피어나는 기억들이 있다. 지루하기만 했던 학교, 포도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던 평범한 하루, 들뜬 마음이 가득하던 졸업식 풍경 같은 것.

 

흰 눈에 뒤덮인 세상, 온몸을 가리는 똑같은 방역복을 입고 다녀야 하는 무채색의 현재 속에서 오직 이월만이 모두 각자의 색깔을 가졌던 과거의 시간들을 비춘다. 잊고 있던 예전의 빛깔들이 흑백의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까지 물들여 줄 수 있을까. 흰 눈과는 다른 색의 세상이 오기는 할까

 

스노볼 드라이브는 인아영 평론가의 추천의 말처럼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세계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아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용기에 관한 소설이다. 모루와 이월이 함께 내디딜 발걸음은 불확실함 앞에 망설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단단한 응원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 조예은 소개

 

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작으로는 안전가옥의 첫 번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 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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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우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