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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65)] 우리가 쓴 것

[책을 읽읍시다 (1965)] 우리가 쓴 것

조남주 저 | 민음사 | 368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조남주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가 쓴 것. 소설은 여든 살 노인부터 열세 살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겪는 삶의 경험을 다시 읽고 다르게 읽는 확대된 여성 서사다. 

 

2012년에 발표된 단편소설 미스 김은 알고 있다와 올해 발표된 단편소설 첫사랑 2020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의 집필 시기에는 최대 10년이라는 간극이 있다.

 

이 책을 통해 10년 동안 조남주 작가가 경험한 사유와 감각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 작가의 탐색 과정은 개인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한 시대가 거친 정신의 경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페미니즘을 향한 독자들의 열망 아래 한국문학의 여성 서사는 비약적인 성취를 이루고 있다. 그 규모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아 더 의미 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이 한국에서 출발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여성 서사를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공유한다. 이는 2010년대 중반 이후 페미니즘 문학의 역사가 이전의 그것과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변화의 시작에 작가 조남주가 있다. 그러나 이번 소설집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는 조남주는 아는 작가 조남주가 아니라 아는 줄 알았던 작가 조남주일 것이다. 도래할 페미니즘을 누구보다 빨리 예감한 작가 조남주가 먼저 쓰는 작가일 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매화나무 아래 오로라의 밤은 뭉클한 자매애를 보여 주는 소설이다. 두 작품 모두 노년의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매화나무 아래는 문자 그대로 세 자매의 이야기다.

 

죽고 없는 둘째 언니를 그리워하는 한편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큰언니를 가여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막내인 는 언니들의 죽음을 겪으며 비로소 자신의 죽음을 인식한다.

 

오로라의 밤은 남편의 죽음 이후 시어머니와 동거하는 며느리의 일상을 조명한다. 두 사람은 함께 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행길에 나서기도 하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한다. 서로에게 더없이 훌륭한 파트너로서 두 사람의 관계가 지닌 가능성을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현남 오빠에게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가스라이팅, 몰래카메라 등 가시화되거나 적발되기 어려운 폭력과 함께 그러한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현남 오빠에게는 오래 사귄 남자 친구로부터 받은 청혼을 거부하는 여성이 쓴 편지 형태의 고발문이자 이별통보서다. 은밀하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가스라이팅의 실체와 작동 방식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내용의 전개와 함께 두드러지는 문체의 변화가 특히 흥미롭다.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페미니스트 삼대 이야기다.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몰래카메라 문제와 그 문제를 대하는 모녀의 세대 차이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마치 페미니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나누는 대화와도 같다.

 

자전적 성격을 띠는 오기는 페미니즘 소설을 쓴 이후 대중의 관심 한가운데에 선 어느 소설가가 겪는 고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품이다. 극중 소설가는 자신을 향해 극심한 수준의 악플을 쏟아내는 독자와 자신에게 여성의 고통을 쓰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항의하는 독자 와의 관계에서 곤란을 겪는다.

 

다양한 오기(誤記) 들로부터 작품을 지키겠다는 작가의 오기(傲氣) 또한 담겨 있는 이 소설은 82년생 김지영을 마주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반사적으로 비추는 한편 여성으로서 겪은 폭력적 경험을 말하는 데에 있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작가 역시 그러하다는 사실을 통해 이 시대의 여성들이 여전히 안고 있는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보여 준다.

 

 

작가 조남주 소개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PD수첩], [불만제로], [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작가로 10년 동안 일했다.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6년 장편소설 고마네치를 위하여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같은 해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으로 2017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82년생 김지영은 현재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외 장편소설 사하맨션 귤의 맛, 소설집 그녀 이름은, 우리가 쓴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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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