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53)] 장미의 이름은 장미

[책을 읽읍시다 (2053)] 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저 | 문학동네 | 256 |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끊임없는 자기 혁신의 아이콘 은희경의 일곱번째 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 오랜 시간 꾸준히 읽히며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지금 우리 시대의 작가로 사랑받아온 은희경이 중국식 룰렛 이후 육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에는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인간관계를 둘러싼 근원적 문제를 작가 특유의 개성적이며 상큼한 어법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과 함께 제29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포함해 총 네 편의 연작소설이 실렸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주인공은 이혼을 하고 홀로 뉴욕으로 떠난 마흔여섯의 와 그녀가 어학원에서 만난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이다. 마마두는 수업 시간에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 않지만 는 그런 마마두와 종종 짝을 이루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성별도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한국에서와 달리 영어를 통해 분명하고 직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는 마마두와 대화할 때면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어학원 프로그램이 몇 주 남지 않았을 때, ‘는 마마두와 처음으로 함께 학교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따가운 햇살에 불쾌해졌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름없는 마마두의 모습이 그날따라 에게 어딘지 불안하고 어리숙하게 느껴지고, 그와의 첫 나들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갈등이 점차 고조되어가는 상황에서 승아와 민영이 나란히 앉아 이스트강을 바라보는 모습을 옅은 온기를 담아 비추고,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마마두와의 시간을 꼼꼼히 되짚으며 마지막 수업에서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낭독한, 서로가 함께하는 미래의 한 장면을 삽입해놓는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일 그 대목은 와 마마두가 서로로 인해 상처받았던 순간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으면서도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일이 부질없다고 여기던 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아가씨 유정도 하지는 각각 글을 쓰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타인과 언어에 대한 민감함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뒤늦게 예술대학의 극작과에 진학해 극본 작업을 하는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현주는 올해로 네번째 미국에 방문한 참이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미국에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삼 년 전 여름 처음 방문했을 때 사촌언니를 따라 피크닉에 갔다가 만난 로언의 영향이 있다.

 

중학생 때 이곳으로 유학 온 로언은 그날 피크닉에서 현주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며 스스럼없이 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지 않는 현주가 불만인 로언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현주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주는 로언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다. 누구를 주인공으로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로언의 친구들에 대해 써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언과의 사이가 전과 같지 않고 코로나19로 인해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가 날카로워진 지금,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향하는 현주의 마음은 한껏 예민하고 굳어 있기만 하다.

 

아가씨 유정도 하지 는 오십대의 소설가로 문학 행사의 일환으로 뉴욕에 간다. 평소 가 작가라는 사실을 그리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고 자식들 일에 간섭하지도 않는 팔십대의 어머니와 동행한 채. 어머니와 닷새 동안의 일정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 는 마음이 갑갑하지만 막상 도착한 뉴욕에서 어머니는 능숙하게 행동한다. 게다가 어머니는 의 낭독회에서 만난 고학생 교포 에이미와 같이 뉴욕을 관광할 계획까지 세운다. 어머니는 대체 왜 이곳에 오고 싶어한 걸까.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 가운데 는 우연히 어머니의 캐리어에서 아주 오래된 항공우편을 발견한다. 어머니의 이름인 최유정이 수신인으로 적힌 그 엽서는 육십 년 전쯤에 미국 땅을 밟은 청년이 보내온 것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과 함께.

 

지난 주말에는 코니아일랜드라는 곳에 갔습니다. 정녕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 풍경을 도저히 편지에 담을 수가 없군요. 언젠가는 꼭 나의 유정한 사람과 그 해변을 걷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232)

 

날카로운 통찰과 이지적이고 세련된 문장으로 소설 읽기의 낯섦과 즐거움을 선사해온 은희경은 이번 소설집에서 각각의 작품 속 인물들을 느슨하게 연결하고, 공통적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또하나의 세계를 완성했다.

 

외국은 인물들이 자신을 둘러싼 기존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점에서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국적, 인종 등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요소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개인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는 곳이다.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와 타인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장미의 이름은 장미 외국-여행자-타인이라는 세 점을 교차하며 그에 따른 반응을 관찰하는 은희경식의 정교한 실험이자, 낯선 장소와 타인을 경유해 다시 스스로를 향해 렌즈를 맞추는 아름다운 인간학개론이다.

 

 

작가 은희경 소개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 『빛의 과거가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