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077)] 우리 모두
레이먼드 카버 저/고영범 역 | 문학동네 | 640쪽 | 27,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80년대 이후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미국의 체호프’로 불리며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등을 펴낸 그는 1983년 소설집 『대성당』을 발표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아 일약 세계적인 문학계 스타로 발돋움했다.
평생 단편소설과 시만을 써온 작가로는 드물게 전 세계 많은 젊은 작가들이 주저 없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그를 꼽으며,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열성팬을 자처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시집인 『우리 모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카버의 시집이며, 그가 한평생 다다르고자 했던 시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낸 레이먼드 카버 시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305편의 시는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다. 예술에 대한 시, 술에 대한 시, 일상과 가족에 대한 시, 자연에 대한 시, 죽음과 그 너머에 대한 사유가 담긴 시 등이다.
그가 평생 동안 쓴 거의 모든 단편소설이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시 역시 많은 것이 경험을 토대로 쓰이고 있다. 그는 시를 쓰는 데 자신의 삶의 경험을 주된 연료로 사용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 경험이 대부분 실패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자로 보낸 젊은 시절, 가정에서의 불화, 그리고 작가로 성공한 이후에도 젊은 시절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던 일. 말년에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오랜 세월을 산 그는 자신의 죽음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삶의 경험이 그의 작품에 더욱 강렬한 울림을 부여했으니, 예술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은 그가 마지막으로 쓴 소설보다 더 나중에 쓰인 것들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삶 전체를 돌아보며 얻은 통찰이 담겨 있다. 통렬한 실패의 경험, 깊은 절망,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이가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윽고 삶을 사랑하게 되는 모습은 사뭇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그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쓴 「2020년에」는 2020년이 지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전해준다.
작가 레이먼드 카버 소개
1938년 5월 25일 오리건 주 클래츠케이니에서 태어난 레이먼드 카버는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1980년대에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인물로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대가' '체호프 정신을 계승한 작가'로 불리운다. 1979년에 구겐하임 기금의 수혜자로 선정되었으며, 1983년 밀드레드 앤 해럴드 스트로스 리빙 어워드를 수상하였다. 또한 1988년에는 전미 예술 문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하트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8월 2일 워싱턴 주 포트 앤젤레스에서 폐암으로 사망하였으며, 그의 작품들은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대성당』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에세이 o 단편 o 시를 모은 작품집 『불』, 시집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밤에 연어가 움직인다』 『울트라마린』 『폭포로 가는 새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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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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